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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한식 세계화의 허와 실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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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예산의 편법 전용이다. 농식품부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사업이 무산된 후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 등에 들어간 비용 4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49억6000만 원을 2011년 11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한식 기능성 연구사업비와 한식세계화 사이트 서버 확장 등 콘텐츠 개발비로 집행하게 했다. 다른 해에는 한식세계화 사이트에 2억 원 안팎의 예산을 들였지만 2011년 말 집행된 관련예산은 약 10억 원에 달한다.

이 사업은 당초 ‘국회 보고 후 추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5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만큼 잔액을 모두 불용 처리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변경하고자 할 때는 형식적으로라도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국회에 알리지 않고 사업내용 변경을 승인해 잔액 중 35억 원을 2회로 나눠 농기평에서 연구용역에 쓰게 했다. 농기평은 그해 쓰고 남은 예산 5억 원을 여기에 보태 연말에 약 41억 원을 28개 대학의 연구용역비로 집행했다.

연구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해 11월 농식품부로부터 26억 원의 예산 집행통보를 받은 농기평은 공모한 67건의 과제에 대해 서면 평가를 실시한 후 먼저 47건의 과제를 공개평가 발표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12월 중순 농식품부가 한식 연구사업에 15억 원을 추가 집행하게 하자 농기평은 기획은 물론 공모나 서면평가 절차도 없이 먼저 뽑은 과제 47건에 점수를 매겨 성적순에 따라 28건의 지원대상을 최종 확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래 점수가 낮아 선정될 수 없었던 10건의 과제가 도리어 먼저 뽑힌 고득점 과제 18건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식에만 쓰는 식재료가 아닌 ‘팥의 대사성 질환 개선 및 기능성 규명’ 등 사업 타당성이 낮은 과제도 더러 눈에 띄었다. 당초 계획과 달리 한식 세계화에 맞게 특화한 지정 과제가 전무한 점도 아쉽다.

브룩 실즈는 한식 마니아?



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2010년 11월 발간된 ‘김윤옥의 한식이야기’

한식세계화사업의 홍보비 예산은 전체 예산의 평균 30%에 육박했다. 일반 기업의 제품 홍보비는 전체 매출의 10~20% 규모. 홍보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한식세계화사업은 우리 음식과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려 한식의 인지도 향상과 소비 촉진을 이끌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 등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이므로 홍보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홍보예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유통공사의 대한민국식품대전(KFS) 진행비가 한식 세계화와 거리가 있어 2014년도부터 지원목록에서 빠지면 홍보예산 비중이 19%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계 등의 전문가들은 한식세계화사업 성공을 위해 홍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비효율적 홍보비 사용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홍보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한 건 전시행정에만 급급한 탓”이라고 날을 세웠다. 2011년 5월 24일 할리우드 여배우 브룩 실즈가 뉴욕의 한국마트에서 고추장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미국 잡지 ‘라이프스타일’에 게재된 후 정부가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려 국민을 호도한 것이 그런 예다. 당시 ‘라이프스타일’에는 한식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브룩 실즈의 사진 한 장만 달랑 실렸다. 이 사진은 한식 홍보를 위해 연출한 장면이었다.

농식품부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해 6월 8일 한식재단의 해외 한식 종합 홍보사업 추진상황을 알리며 “브룩 실즈가 고추장을 쇼핑하는 장면이 보도돼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브룩 실즈가 한식을 좋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한 지상파방송 뉴스는 여기에 살을 붙여 “브룩 실즈가 한식을 좋아해 잡채와 비빔밥 재료를 직접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한식재단은 이 보도의 한식 홍보효과를 7400만 원으로 산출했다. 또 당시 보도된 27건의 관련 기사로 모두 7억여 원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농식품부에 보고했다. 매체의 성격과 노출 빈도수, 순간시청률, 구독률, 열독률 등 기사의 홍보효과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하지 않고 기사의 홍보효과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출한 한식재단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해 허위 보도자료를 만든 농식품부도 홍보효과를 부풀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보비의 부적절한 사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간한 책자 ‘김윤옥의 한식이야기’가 도마에 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 2월 말 유통공사가 낸 제작 입찰공고에 ‘한식 레시피북’으로 명시된 이 책은 김윤옥 여사가 저자로 나서면서 방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해 3월 제안서 평가 결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제작용역업체로 선정된 S사 관계자는 “입찰공고를 보고 순수하게 한식을 홍보하는 요리책으로만 생각했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영부인의 미담 일색인 책을 만들고 싶어 했다”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게 뻔해 영부인이 잘한다는 요리와 한식이론을 더 넣었다”고 전했다.

‘개인 요리책’ 논란

책 제작에 참여한 한 스태프는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를 “요리 위주의 일반 요리책과 달리 저자인 영부인의 화보가 전체 분량의 28%인 23쪽에 걸쳐 실려 있고, 영부인의 미담도 절반을 차지해 개인의 요리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식 요리책을 만들어 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회의에서 한식을 알리겠다는 본래 취지가, 김 여사가 저자로 나서면서 퇴색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책을 봤다는 누리꾼들은 “영락없는 영부인 화보집” “국민 세금으로 개인 요리책을 만들었으니 영부인은 제작비를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반납을 거부하면 배임죄!”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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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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