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따뜻한 기업 뜨거운 리더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우리 스스로 선택해 일한다”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2/3
재미있고 도전적인 일터

굿나이트 회장은 1961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응용수학과에 진학해 같은 대학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 하나뿐이던 컴퓨터 강좌를 듣고 당시 최신 기술의 결정체였던 IBM 셀렉트릭 타자기의 원리에 매료됐다.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어 농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푸른 담뱃잎을 분석함으로써 수확기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예측하는 식이다. 오전엔 농업경제학과에서, 오후엔 담배회사를 위해 바쁘게 일하며 학과 공부를 병행한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천직임을 깨달았다.

그러다 대학원 시절 플로리다에서 1년여 동안 아폴로 우주 계획과 관련한 일을 했다. 당시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의 업무를 관장했다. 그는 훗날 새쓰를 창업할 때 그때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대화가 단절된 건조한 문화, 특히 직원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출퇴근기록카드로 직원이 근무시간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5분이라도 지각하면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필요하면 한밤중에도 사무실로 향했던 그에게 출퇴근시간 엄수 강요는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비품을 훔쳐갈까봐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 9만 달러라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가 다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보험사와 제약사 등에서 문의가 이어졌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고객사가 110곳으로 늘어나자 대학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창업했다. 1976년 설립한 새쓰다.



그의 목표는 뭔가 다른 업무 환경, 재미있고 자극적이며 자원이 풍부해서 직원들이 최상의 결과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면 최선의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분명 생산성을 염두에 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한 건 효율성이었다. 새쓰는 창업 당시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삼았다. 굿나이트 회장은 “그보다 많이 일하는 건 낭비다. 밤늦게 일하는 것보다 다음 날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는 저녁 회식에 대해서도 언뜻 동료애와 애사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한다. 기업이 직원과 그 가족의 화목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기업에 애정을 갖게 마련이라고 보는 것이다.

출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직원들은 자기가 일하고 싶은 시간을 골라 일할 수 있다. 특히 자녀를 둔 직원들은 아이를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보내고 난 다음 여유 있게 출근해도 된다. 학교나 유치원에 행사가 있을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니 근무시간엔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일에만 매달릴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일과 삶 조화 프로젝트(Work/ Life Integration Project)’팀은 새쓰의 성공 비결로 직원들 스스로 선택해 일할 수 있게 한 점을 꼽았다. 근무시간이 업계 평균보다 훨씬 적은 주 35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이 35시간이고, 그보다 더 일하는 건 전적으로 선택 사항이라는 의미다.

새쓰 직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경쟁 업체들보다 적지만, 주 35시간을 초과한다. 와튼스쿨 팀은 “시간외 근무를 하더라도 직원 스스로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경우와 비효율적인 관행이나 과도한 업무 분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이 칸막이가 아닌 문 달린 개인 사무실에 콕 박혀서 일하고, 근무시간도 제각각이며, 회식도 안 하는데 직원들 사이에 유대감 같은 게 있을 수 있을까? 새쓰는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동시에 서로 돕고 의지하는 분위기를 장려해왔다. 새쓰의 보상체계는 다른 IT업계와 달리 개인의 성과가 아닌 부서 전체의 성과를 토대로 한다. 영업부서조차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비교하지 않고 부서 전체 목표 대비 성과를 기초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협력과 소통 중시하는 문화

그래서 새쓰 직원들은 “우리는 사내 경쟁을 하지 않는다. 목표와 경쟁한다”고 말한다. 굿나이트 회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창의적인 자산(creative capital)은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합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새쓰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영업사원 간의 소통을 중시하며, 고객 의견을 중요한 기회로 여긴다.

사내 수영장과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흐르는 식당, 대형 보육시설에 자체 병원까지 꿈같은 복지환경을 자랑하지만 새쓰의 임금 수준은 평범한 편이다. 업계 평균 정도이며 그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새쓰 인사담당자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성과와 물질적 보상을 중시하는 사람은 새쓰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쓰 직원들도 “다른 회사에 가면 돈은 더 벌겠지만 여기에서만큼 즐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쓰에서 일하는 게 즐거운 이유는 와튼스쿨에서 지적한 대로 직원의 자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새쓰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격려한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무슨 일이든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기꺼이 제공한다. 비록 소수지만 “불필요한 시도로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회사는 우리에게 일과 관련해 자유와 융통성을 보장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회사가 우리를 잘 대해주니 우리도 회사에 잘하게 된다.” 새쓰 직원의 의견이다.

2/3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목록 닫기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