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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천안함 영화에 분노한 최원일 前 천안함 함장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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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제기된 의혹에서 더 진전된 내용이 있나.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신상철과 이종인의 허황된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다큐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다큐 형식이라고 주장하는데 객관적 사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기자는 개봉 첫날인 9월 5일 서울시내 한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저녁 전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관객은 적었다. 영화에서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은 좌초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다큐멘터리 영화치고는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구성이 매우 허술하다. 전문가 의견도 빈약하고 논리 전개도 엉성하다.

“천안함 바닥은 깨끗하지 않았다”

▼ 영화는 좌초 의혹을 제기하는데.



“영화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민군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철저히 부정하고 좌초나 충돌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이 영화를 보고 그대로 믿는다면, 나를 비롯한 생존 장교들과 당시 지휘계선에 있던 해군 장교들은 직무를 유기한 셈이고, 순직 장병들은 사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한다.”

▼ 배 밑바닥에 난 스크래치 자국이 좌초의 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사고 6개월 전 두 번 수리를 하고 바닥에 페인팅을 해 깨끗한 상태였는데 사고 이후 스크래치 자국이 났다고 주장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천안함은 2008년 10월 진해 수리창에서 선저(船底) 페인팅을 했다. 이후 사건 날 때까지 한 적이 없다.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은 5~6년에 한 번 오버홀(overhaul·정밀수리)을 받는다. 천안함은 2009년과 2010년에 한 번씩 자체 정비를 했다.”

최 중령은 소나돔(음파탐지기 덮개)과 관련한 의혹도 일축했다. 영화에서 신상철 씨는 “배는 항해할 때 함수가 조금 뜬다”며 “배 바닥의 소나돔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좌초가 아니라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최 중령의 반박이다.

“군함은 느리게 가면 함수가 뜨지 않는다. 20노트(약 37㎞) 이상 달릴 때만 함수가 0.5~1m 뜬다. 당시 천안함 속력은 6.7노트였고 함수가 조금도 뜨지 않았다. 전제가 잘못된 억지 주장이다. 신상철 씨는 고속정을 타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국방부는 김동식 당시 해군 2함대사령관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 중 하나가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해 소재불명일 경우 경비함은 기동속력을 12~15노트로 높이도록 한 작전사령부의 지시를 전파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천안함이 저속 기동을 했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우리 군이 북한 잠수함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대비태세를 갖추지 않았음을 뜻한다.

영화에서 이종인 씨는 선박 구조를 설명하면서 천안함이 낮은 수심에서 큰 암초에 부딪혀 용골이 절단됨으로써 두 동강이 났다고 주장한다. 최 중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생존 장병 58명 모두 사건 당시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해군 함정이 좌초해 그런 식으로 절단된 전례가 없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군함 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수학적으로 안 맞는 주장”

“천안함이 좌초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

2010년 4월 24일 크레인으로 인양돼 바지선 위에 올려진 천안함 함수.

영화는 천안함이 수심 4.5m에서 좌초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도 최 중령은 사실무근이라며 어이없어했다. 당시 천안함은 수심 4.5m에서 항해한 적이 없다는 것. 이는 항적기록이 입증한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이종인 씨는 천안함이 수심 4.5m에서 좌초한 후 5~7분간 동력을 잃고 2.5㎞ 떨어진 지점까지 떠내려가 거기서 절단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 중령은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반박했다.

“신 씨 주장대로 6분간 2.5㎞(1.4마일)를 이동하려면 함정 속도가 14노트 이상이어야 한다. 좌초된 상태에서 무중력으로 어떻게 그 속도로 갈 수 있나. 수학적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1노트는 한 시간에 1마일(1.85㎞)을 가는 속력이다. 6분간 1.4마일이라면 60분, 즉 한 시간에 14마일을 갈 수 있다. 즉, 시속 14노트인 셈이다.

▼ 왜 수심 낮은 백령도 가까이에서 저속 기동했나.

“천안함은 지시받은 작전 구역에서 정상 기동했다. 함장 부임 후 그때까지 16회 출동했는데, 그 구역만 8회 출동해 110일간 임무를 실시했다. 규정에 경비구역 내 평상시 기동속력은 함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 사건 전날 풍랑주의보가 발령돼 대청도(백령도 후방 섬) 뒤쪽으로 피항하기도 했다. 다음 날 날씨가 좋아져 다시 작전구역으로 나왔는데 파고가 3.5m로 여전히 기상이 좋지 않았다. 제반 여건을 고려해 기동속력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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