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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연례 파업’ 현대차 노조의 속살

  •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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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직원이라고 공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사, 총무, 기획 등 관리부서 직원들은 생산라인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회사의 현황을 외부에 알리는 업무를 담당하는 홍보팀도 노조와 미리 협의를 해야 사진을 찍거나 생산직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다.

현대차라는 한 지붕 아래 ‘사측 직원’과 ‘노조 조합원’은 그만큼 사이가 멀어졌다.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무리 생산직과 비생산직의 업무 차이가 있다지만 결국은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닌가.

애매한 사람들도 있다. 사실 관리직 중에도 사원이나 대리급은 대부분 노조 조합원이다. 이들은 노조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작 노조 내 동료들로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받는 얄궂은 신세다. 노조가 파업을 할 때면 과장급이나 차장급 선배들은 사원이나 대리에게 “어서 사무실을 나가라”고 종용하기 바쁘다. 일손이 달린다고 괜히 이들을 붙잡아뒀다간 ‘합법적 쟁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노조로부터 더 크게 시달림을 당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에선 대리급 직원이 과장 진급을 영구 거부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진급을 포기하면 임금에서 다소 손해가 있어도 노조의 보호막 속에서 정년(60세)까지 마음 편히 회사를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회사에 다니고 싶은 이들에게 노조만큼 확실한 ‘안전가옥’은 없는 셈이다.

물고물리는 파벌 싸움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지만 현대차 노조원과 비노조원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사이가 멀다. 이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동료가 아니고,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회사는 ‘골칫덩이’인 노조를 점점 멀리했고, 노조는 그들만의 ‘철옹성’을 더 높이 쌓아갔다.

현대차 노조는 단일 회사 노조로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게다가 상징성도 크다. 삼성전자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국내 다른 기업 노조의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바로 그 때문에 “현대차 노조는 이제 스스로를 제어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상위단체인 금속노조, 그보다 한 단계 위인 민주노총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가장 강성이었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사업장이 됐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라는 1개 회사가 금속노조 전체를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에는 7개의 주요 파벌이 존재한다. 노동운동 단체들이 현대차를 거점으로 삼기 위해 양성한 파벌도 있고, 현대차 내부에서 스스로 성장한 파벌도 있다. 이들은 2년 주기의 지부장 선거 때마다 합종연횡과 결별을 거듭한다.

‘금속연대’ ‘민주현장’ ‘민투위’는 강성으로 분류된다. ‘현민노’ ‘들불’ ‘소통과 연대’는 중도좌파 쪽이고, ‘현장노동자’(올 2월 ‘현장혁신연대’와 ‘전현노’가 통합)는 실리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문용문 지부장이 속한 ‘민주현장’은 2011년 선거 당시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의 ‘금속연대’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두 조직은 갈등을 끊임없이 겪었고 지금은 거의 결별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집권을 위해 경쟁 세력끼리 손을 잡았지만, 결국 내부에서의 알력 다툼으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다.

사실 휴일특근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이면엔 ‘노노(勞勞)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회사와의 합의안을 마련한 집행부를 흠집 내기 위해 다른 계파에 속한 이들이 근무조건 등을 문제 삼아 휴일특근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부 강성 노조원들의 파벌 싸움에 일반 조합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5월 초 울산공장에서 만난 한 생산직 근로자는 “조합원들은 일하고 싶어 한다”며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일까지 못하게 하니까 가끔은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이 최종 마무리되면서 이제 신임 지부장 선거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지부장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떠오른 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상대적 보수세력’과 금속연대를 필두로 한 ‘성골 진보세력’ 간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2년 전 패배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2011년 당시 1차 투표에서 보수세력 후보가 1위를 했지만 과반을 넘기진 못했다. 결국 2차 투표까지 가서 진보세력의 재빠른 결집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5000명에 달한다. 노조 내에는 전임자 111명(유급 19명, 무급 92명)이 활동하고 있다. 교육위원, 선거관리위원회, 지역감사 등 한정적 전임자도 28명이나 된다. 이들이 쓰는 조합비는 연간 200억 원이 넘는다. 이밖에 대의원 490여 명이 있다. 공장별로 이들 대의원을 대표하는 사업부대표가 있다.

현대차 노조의 역대 집행부 중 상당수는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울산의 시의원 선거나 구의원 선거는 물론 총선에 출마한 사람들도 있다. 노조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조 본연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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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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