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F-15SE 선정은 국가적 재난 독도 분쟁 때 일본 스텔스기에 격추될 것”

박 대통령에게 ‘역대 공군참모총장 연판장’ 보낸 이광학 공군전우회장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3-09-2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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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어질 게 뻔해 출격명령도 못 내려
    • 하늘 뚫리면 해군도 무너질 것
    • 北 방공망에 걸려 핵 억지력 급락
    • 대통령이 FX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 복지예산 중요하다고 안보 위기 자초해서야
    “F-15SE  선정은 국가적 재난 독도 분쟁 때 일본 스텔스기에 격추될 것”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못 박은 ‘8조3000억 원(전투기 60대)’ 가격 상한선에 유일하게 부합하는 보잉의 F15SE가 사실상 최종 후보 기종으로 낙점됐다. ‘경쟁 기종인 F-35와 유로파이터는 탈락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기종이 결정되면 국회 국방위원회와 청와대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1970년대에 설계된 모델인 F-15SE의 성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언론 보도에서 확인되는 논란의 중심은 ‘F-15SE의 스텔스 성능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신동아’는 이광학 공군전우회 회장 등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최근 ‘F-15SE 선정 철회 및 공정한 기종 선정’을 요구하는 문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9월 초 언론사 중 처음으로 확인했다. 서울 동작구 공군재경근무지원단 내 공군전우회 사무실에서 이광학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병석에 있는 분 등을 뺀 역대 공군참모총장(예비역 대장) 15명 전원이 문서에 연대 서명했다”고 말했다.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군 통수권자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공군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나라의 앞날을 위급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군의 현실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전직 공군 수장들의 일치된 견해이자 집단행동이므로 향후 상황 변화를 이끌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자신의 ‘신동아’ 인터뷰 발언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의 뜻과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스텔스 성능이 알파요 오메가”



    ▼ 방위사업청 측은 종합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F-15SE를 최종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저희들은 그게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 어떤 측면에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올라가기도 전에 부적격 라벨을 붙이는 건 있을 수 없어요. 가격만 보고 결정할 게 아니라 가격과 성능 등에 관해 종합 평가를 해야 해요.”

    ▼ 다른 기종은 가격이 초과해서 그렇다고 하는데요.

    “목표가가 바로 확정가는 아닙니다. 20% 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요. 국가재정법이나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서도 허용해줍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8조3000억 원을 확정가로 못 박으면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죠.”

    ▼ 8조3000억 원의 20%라면….

    “9조9600억 원인가. 그 범주에만 들어오면 된다고 봐요.”

    ▼ 본질적으로는 ‘F-15SE로 미래 우리나라를 방위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일 것 같은데요.

    “공군이 이미 같은 모델인 F-15K를 쓰고 있어요. 그리 나쁜 전투기는 아닙니다. 다만 방사청은 F-35A와 F-15SE 간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당초 공군이 요구한 것보다 ROC(작전요구성능·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기준을 대폭 낮췄어요. 그래서 F-15SE가 ROC 기준을 충족한 것이고.”

    ▼ 어느 정도로 성능 기준을 떨어뜨린 건가요.

    “스텔스 기능이 거의 미약한 수준으로요. F-15SE는 1970년대 중반께 설계된 전투기라 스텔스 성능을 첨가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거든요. 도료를 발라 스텔스 성능을 갖춘다는데, 도료가 영구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F-15SE는 아직 실체가 없는 도면상의 항공기이고요.”

    ▼ 보잉 사 측은 양 꼬리날개가 90도로 서 있는 것을 눕혀 레이더에 덜 잡히게 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요.

    “나중엔 없던 일로 한 것 같아요.”

    ▼ 결국 스텔스 성능이 차기 전투기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보는 겁니까.

    “맞습니다.”

    “레이더에 2~3초 노출돼도 피격”

    ▼ 이 회장께서도 전투기를 조종하셨나요.

    “네.”

    ▼ F-15SE는 스텔스기에 비해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봅니까.

    “그렇습니다.”

    이 회장은 F-15SE의 미흡한 스텔스 성능은 향후 대(對)북한 관계, 대일본 관계, 대중국 관계에서 우리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 북한과의 관계에서 보면 어떤가요.

    “상대국 심층부에 깊숙이 들어가 정밀 폭격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상대국에는 위압이 되고요. 상대국의 도발을 억제합니다. 유사시 우리 공군이 북한 레이더들을 피해 핵시설 등을 제압할 수 있는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갖고 있다면 북한은 함부로 도발행위를 할 수 없겠죠. 이런 억지력이 중요합니다.”

    ▼ F-15SE의 경우 북한 핵 억지력이 떨어진다?

    “도료를 발라서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으로 충분치 않다면 북한 방공망에 걸려 계속 격추되겠죠. 적도 위압감을 덜 느끼고 그만큼 우리나라 국방이 취약해지는 거죠.”

    ▼ 레이더에 걸린다고 다 격추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피격될 확률이 크게 높아지죠. 우리 공군이 레드플래그 훈련(미국 공군이 주관하는 동맹국 간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능력 점검 훈련)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요즘엔 미국 알래스카에서 하는데, 저는 미국 본토 네바다 주의 레드플래그 훈련 때 전투기를 몰고 참여했어요. 레이더에 안 걸리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훈련입니다. 전투기가 구릉지를 타고 넘고 지형을 방패로 삼아 목표지점에 침투하는데, 가는 도중 2~3초만 적 레이더에 노출돼도 ‘격추’표시가 뜹니다.”

    ▼ 2~3초만 노출돼도?

    “레이더가 일단 비행 물체를 잡았으면 2~3초간 쭉 추적하는데 그다음 바로 무장 발사해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 주로 미사일입니까.

    “미사일, 레이더를 장착한 소화기 같은 것으로.”

    ‘리턴 투 베이스’의 경우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리턴 투 베이스’를 보면 북한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쿠데타군이 핵미사일을 탈취해 발사하려 한다. 이에 한국 공군의 F-15K 2대가 핵미사일 기지를 폭격하려고 북한 영내로 진입한다. 스텔스 성능이 미약하므로 바로 북한군 레이더에 잡혀 미사일과 대공포 세례를 받는다. 요행히 격추되는 것을 피해 핵미사일 기지를 폭파하고 기지로 귀환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 속 영웅담일 뿐이다. 영화는 미약한 스텔스 성능의 전투기가 북한 전략무기와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 영내로 들어가 어떤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할 때 스텔스 성능이 약한 전투기는 피격될 가능성이 높은 거네요.

    “그렇다고 봐야죠.”

    한국과 일본은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있어 현재로선 분쟁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만에 하나, 독도 문제 등으로 무력 분쟁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군 전략은 이런 가능성도 고려해 수립된다.

    ▼ 일본은 F-35A 42대 구매를 확정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금 F-15SE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 일본 F-35A 스텔스 전투기들이 독도 상공에서 도발할 경우 우리 F-15SE가 출격할 텐데, 우리 F-15SE와 일본 F-35A 간 충돌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죠. 우리는 저쪽을 못 보는데 저쪽은 우리를 보니까요. 물론 주간(晝間)이고 멀리까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기상 상황이 좋으면 불리함이 조금은 덜하겠죠. 그러나 날씨란 게 전투기가 싸우기 좋도록 항상 쾌청한 건 아니거든요.”

    “F-15SE  선정은 국가적 재난 독도 분쟁 때 일본 스텔스기에 격추될 것”
    ▼ 예를 들어 구름이 잔뜩 끼어 있거나 칠흑 같은 밤엔….

    “적기가 육안으론 안 보이죠. 우리 전투기에 레이더가 있어도 적기가 스텔스기이면 우리 레이더에 안 잡히는 겁니다. 잡히더라도 한두 번 잡히고 그다음부턴 안 잡히고요. 반면 적기의 레이더는 우리 전투기들을 쉽게 잡아내고요.”

    ▼ 이후의 결과는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 것 같군요.

    “스텔스라는 건 외양으로, 설계로 구현합니다. 전자파 반사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내장합니다. 자체 전자파를 내보내 적의 레이더를 방해하기도 하거든요. F-35A는 이런 스텔스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고안된 전투기죠.”

    ▼ 과거부터 일본이 공군력에선 한국에 앞서 있지 않았나요.

    “우리나라가 F-15SE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일본과의 문제에서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에게 F-15가 1대도 없을 때 일본은 200대를 갖고 있었어요. 제가 공군참모총장에 취임한 뒤 일본을 방문했을 때 F-15 200대 중 마지막 5대가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나오고 있었어요. 그러나 저와 공군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땐 일본에 우경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일본과의 군사분쟁 가능성이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아요. 집단방위다, 헌법개정이다, 해병대 창설한다, 혐한(嫌韓)이다, 다케시마의 날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고 그 이상이죠. 독도, 이어도, 대륙붕 등에서 잠재적 위협 정도가 아니라 당면 위협이 부상할 수도 있어요.”

    “언제 얻어맞을지 모르는데…”

    이 회장은 한국이 F-15SE를 선택할 경우 전력 비대칭으로 인해 F-35A를 가진 일본과 오히려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제가 공군 작전사령관을 지낸 바 있지만, 만약 일본 자위대가 F-35A를 보유하고 우리 공군이 F-15SE를 보유한 상태에서 일본 F-35A 전투기들이 야간에 독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공군 작전사령관은 독도로 F-15SE 전투기들을 못 보냅니다. 어떻게 보냅니까? F-35A가 출몰했다고 해서 보내면 언제 얻어맞을지 모르는데요. 보낸다고 해도 공중충돌이 벌어져서 우리 전투기들이 피추된다, 우리가 제압을 못 한다, 에어 슈피어리오러리티(공중 우세·air superiority)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예상하면 못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 해군이 독도 주변에 있어봐야 소용이 없죠. 그렇게 하늘이 뚫리면 바다도 무너지는 겁니다. 중국과의 분쟁은 더하고요. 아주 어려운 지경에 도달하는 거죠.”

    반대로 우리 공군이 F-35A를 보유해 우리의 F-35A와 일본의 F-35A가 격돌하면 어떻게 될까.

    ▼ 서로 상대를 못 보면 공중전 양상이 어떻게 될지 짐작이 안 되는데요.

    “그런 경우 전혀 안 보이는 것은 아니고요, 기동하는 동안 조금씩 취약점이 나올지 모르죠. 시험비행한 사람도 국익과 관련된 그런 민감한 대목은 외부에 밝히지 않아요.”

    ▼ 조금씩 노출되는 부분을 가지고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그렇죠.”

    ▼ 하지만 F-35A의 스텔스 성능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F-15SE는 레이더에 몇 번 잡혔고 F-35A는 몇 번 잡혔고…이렇게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없어요. 두 전투기 모두 실전 배치된 게 아니니까. 그러나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A와 B 전투기 중 A 전투기가 더 좋다’고 한다면, 또한 훨씬 많은 수의 국가가 A 전투기를 구매한다면, A 전투기가 더 좋은 거죠.

    어떤 사람은 F-15SE는 스텔스 기능이 미약하다고 하면서 F-35A도 스텔스기능이 완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일본은 왜 F-35A를 선택하느냐 하는 거죠. 일본은 우리처럼 경쟁하고 이런 것도 없이 수의계약 비슷하게 했습니다. 미국도 대량 구매하기로 했고요. 영국과 이탈리아는 유로파이터를 갖고 있는데도 F-35A를 삽니다. F-15SE는 우리나라 말고는 구매하려는 나라가 없어요. 정성적 평가로는 F-15SE와 F-35A의 성능 비교 결과가 끝났다고 봅니다.”

    “일단 선정되면 회복 불능”

    ▼ F-15SE 전투기 60대를 구매한 뒤 나중에 F-35A가 정 필요하면 사는 방법은 어떤가요.

    “이건 FX 3차예요. 마지막으로 하는 겁니다. 60대를 방금 샀는데, 이것도 미약하지만 스텔스 성능이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스텔스기를 또 사야 한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습니까. 벽에 부딪히는 거죠.”

    ▼ 일단 기종을 선정하면 회복불능이다?

    “회복불능이죠.”

    ▼ 방사청에선 ‘스텔스 기능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기능도 다 같이 봐야 한다’고 말하는 데요.

    “물론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능력, 보다 많은 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 아주 좋죠. 그런데 적진에 들어가면서, 적기와 공중전을 벌이면서, 격추된다든지 심대한 피해를 당한다든지 하면 어떻게 될까요. 또한 스텔스 전투기를 갖춘 주변국과 적대관계로 접어들면 어떻게 되나요. 적기가 ‘비욘드 비주얼 미사일(beyond visual missile)’이라고 가시거리 밖에서 미사일을 쏘면 안 보이는 데서 얻어맞아 다 격추되는 겁니다. 주변국 스텔스 전투기가 도발해와도 그냥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 모릅니다.”

    ▼ 국가적 재난이 되겠군요.

    “그렇죠. 공군 작전사령관의 처지에선 결과가 뻔한데 부하들을 사지(死地)로 못 보내거든요. 전투기 보내면 다 떨어지고, 그다음 저쪽이 공대해(公對海)미사일로 팡팡 때리면 독도함이고 구축함이고 격침되거나 반파되거나 할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 회장 인터뷰에 배석한 이문호 공군전우회 사무총장(예비역 준장)은 “FX 3차 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는 주변국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보복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F-15SE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지금의 F-15K가 할 수 있는 범위에 그치는데 그렇다면 이 사업을 왜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이광학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F-35A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전투기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그건 몇 년 전 얘기이고, 이젠 30대인지 40대인지 제작돼 미국 플로리다 기지에서 미 공군이 시험비행을 하고 있어요.”

    ▼ 여러 결함이 발견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구매 규모를 줄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떤 항공기라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오는 게 아닙니다. F-15SE도 마찬가지죠. 어느 정도 되면 일단 출고한 뒤 운용하면서 고치는 거죠. 구매 규모를 줄인 건 그 나라 사정 때문이겠죠. 미국도 원래 F-22를 700대 사기로 했다가 189대로 대폭 줄였어요. 국가재정이 어려우니까.”

    ▼ F-22는 굉장히 비싼 전투기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당초 일본은 미국에 F-22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F-22를 전략무기로 보고 있어 수출하지 않았습니다. F-22는 스텔스 성능이 압도적이어서 적의 레이더 전자파를 거의 봉쇄하고 설령 미사일 추적을 받아도 다른 데로 쉽게 오인 유도합니다.”

    ▼ F-35A는 F-22의 보급형이다, 이런 견해도….

    “가격이 일단 저렴하니까요. 불요불급한 기능은 좀 덜어냈고요.”

    ▼ 미군은 F-35A를 총 몇 대 구매하기로 했습니까.

    “2000여 대로 압니다. 공군, 해군, 해병대 합쳐서요. 우리 FX 사업에 참여한 F-35A는 ‘미 공군(Air Force)에 공급되는 F-35기’라는 의미로 뒤에 A(Air)를 붙인 거죠. 일본은 100대까지 확보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 F-35A 60대를 사려면 얼마가 필요합니까. 일본이 구매한 가격이나 미국 공군이 구매한 가격으로 추정해볼 수 없습니까.

    “총사업비 8조3000억 원의 20%(9조9600억 원) 내로는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이 잘못”

    ▼ 그런데 왜 60대가 필요한 겁니까.

    “우리나라는 500대가 조금 넘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차기 전투기가 60대는 되어야 노후 전투기 퇴출로 인한 전력 약화를 채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전투기를 고성능, 중성능, 저성능으로 구분해 고성능 전투기를 확고하게 확보할경우 전체 전투기 대수는 400대 정도면 된다고 봅니다.”

    ▼ 8조3000억 원밖에 없다면 F-35A로 선정하는 대신 40대만 사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40대로 줄이자고 군 내부에서 협의하는 단계가 있었어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합참과 공군이 숫자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회를 놓쳤죠. 지금이라도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같은 대통령 참모들이 보다 넓은관점에서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FX 3차 사업과 연계된 중성능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있어요. 이쪽에 비중을 두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봅니다.”

    ▼ 국방장관이나 안보실장이 속으로는 F-35A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대통령에게 진언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들 스스로 F-15SE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 정부가 복지 예산을 많이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예산이 배정돼야 하므로 전투기 구매 가격을 묶는 것은 아닌지.

    “복지 예산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차기 전투기는 40년 이상 우리 국토를 방위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자칫 미래에 안보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봐야 해요.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혹은 통일 이후를 봐야 하는 시기인데 가격에 묶여 전투기를 잘못 선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 안보를 튼튼히 한 가운데에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렇죠. 안보가 중요한 거죠.”

    공군전우회에 따르면 백범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초대 공군참모총장은 “F-35로 해야 해. 스텔스 성능의 F-35로. 가격이 안 되면 대수를 줄여서라도”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이 회장은 “국방장관이 국가의 전체적인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터인데, 다른 국방 예산에서 조정하는 것을 우선 귀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광학 회장과의 대화다.

    ▼ 어떻게 보면 복지부동(伏地不動)이네요.

    “복지부동이라고 볼 수도 있죠. 사명감을 갖고 나라의 먼 앞날을 생각해야 하는데.”

    ▼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그런 뜻이죠.”

    박정희의 F-4 팬텀기 도입 결단

    ▼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박 대통령이 정확하게 보고받았다면 이러지 않겠죠.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 큰 결단을 내렸어요. 월남파병 3차까지 마친 뒤 미국에서 1억 달러가 왔어요. 그때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1억 달러가 안 됐으니 무척 큰돈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은 그 1억 달러의 64%인 6400만 달러를 F-4팬텀기 1개 대대 구매하는 데 썼어요. 지금으로 치면 F-22와 같은 세계 최고 전투기를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보유한 거죠. 이 전투기들로 41년 동안 영공을 방위했습니다. 그전까진 북한 전투기들이 전술조치선 근방까지 왔다갔고 심지어는 야간에 백령도 상공까지 침투했다 돌아갔어요. 팬텀기가 들어온 뒤부턴 꼼짝도 못 했어요.”

    이 회장은 “요즘 참 답답하게 보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공군력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으나 실행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F-35A 42대를 구매하면서 주변국 환경이 엄청나게 변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했다.

    FX 3차 사업이란?

    FA 3차 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팬텀, F-5타이거를 ‘신형 고성능 전투기’ 60대로 대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이다. 공군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F-4와 F-5 전투기 100여 대를 퇴역시킬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이 입찰로 기종 선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성능 기준과 가격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지를 두고 수년째 논란이 계속 됐다. 후보 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 사가 제작하고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F-35A 라이트닝Ⅱ, 미국 보잉 사의 F-15SE, 유럽 EADS 사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F-35A를 염두에 둔 것이 분명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기종에 대한 특별한 선호가 없었고 FX사업에 추가로 예산을 쓰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으며 FX사업 자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방사청은 ‘8조3000억 원에 전투기 60대 확보’라는 가격 상한기준을 명확히 했다. 8월 13~16일 최종 가격협상에서 F-15SE는 유일하게 이 기준에 들어 단독 후보 지위를 확보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8월 28일 “(가격대에 들어온) 후보 기종인 F-15SE가 종합평가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선정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후보 기종 중 유일한 5세대 전투기인 F-35A는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고 무장 능력은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비슷하며 가격은 가장 비싼 것으로 평가된다. 4.5세대인 F-15SE는 항속거리가 3900km로 가장 길고 제한적인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아직은 ‘페이퍼 전투기’ 단계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항속거리가 3700km이고 근접전에 강하지만 스텔스 성능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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