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세계 최대 ECM 전시회 맞아 방한 ECM 창립자 만프레드 아이허

  • 글·임희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imi@donga.com

    입력2013-09-25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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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ECM 전시회 맞아 방한 ECM 창립자 만프레드 아이허
    재즈 음악계의 ‘이수만’이 있을까. 있다. 독일에 사는 만프레드 아이허(70)다. 1969년 뮌헨에 세계적인 재즈·클래식 음반사 ECM을 설립했다. 헤비메탈 팬이라도 집에 하나쯤은 모셔둔 재즈 스테디셀러들, 그러니까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와 ‘마이 송’, 팻 메스니의 ‘오프램프’, 얀 가바렉의 ‘오피치움’은 빙산의 일각이다. 44년간 1500개 넘는 음반이 ECM에서 나왔다. 북유럽의 찬바람을 쓸어 담은 것 같은 인상주의적 음반 표지, 거기 어울리는 추상화 같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ECM 앨범은 끝없이 출시되는 2만 원짜리 ‘신상’ 샤넬백이다.

    ECM에서 자기 이름이 박힌 앨범을 내는 건 재즈 연주자들의 로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허의 맘에 들면 된다. 6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음악대학을 나와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했던 그의 귀는 곧 ECM의 귀다.

    아이허가 한국에 처음 왔다. ECM 마니아들은 신났다. 세계 최대 규모의 ECM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11월 3일까지 열린다.

    “뮤직 이즈 낫 어 사운드(음악은 소리가 아니니라).” 흰 단발을 단정히 빗어 내린 ‘재즈 예수’의 설교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하 4층 전시장에서 8월 31일 저녁에 이어지자 100여 명의 ECM ‘신도’는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소리 자체가 음악보다 더 녹음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됩니다.” “음원은 웬만하면 내려받지 마십시오. 받으려면 고음질로….”

    아이허가 주관한 한 시간의 음악 감상회가 끝나고 한 ‘신도’가 물었다. “ECM 음악의 음울한 분위기에 빠져 지내다보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입니다. ‘치료제’ 같은 음반을 내주실 생각은 없는지요?” 예수, 아니 아이허는 지체 없이 답했다. “어떤 멜랑콜리는 오히려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고 당신을 생각하도록 만듭니다…행복한 음악이 당신을 생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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