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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질문이 연구를 살찌운다 끝없이 묻고 소통하라”

고려대 ‘미래과학콘서트’-노벨상 수상자와 과학영재들의 만남

  • 김유림 기자│rim@donga.com

“질문이 연구를 살찌운다 끝없이 묻고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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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여한 700여 명의 고교생은 각양각색이다. 고려대 측이 전국 고교에 공문을 보내 각 학교에서 1~2명씩 선발돼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특목고, 영재고 등에서 과학 특화교육을 받은 학생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일반고 출신이다. 고려대 측은 “전체 참가 고교생 중 30%가 서울·경기 이외 지역에서 왔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들의 2박3일 일정을 위해 인근 호텔 두 곳을 빌렸다.

참가 학생 중에는 전남의 보육시설에서 온 학생도 있고, 재일교포 13명과 나이지리아에서 온 학생 5명, 미국 LA 빈민가에서 온 학생 2명도 포함됐다. 대구 정화여고 최연진(17) 양은 “대구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기회를 상상도 못했다. 고려대 측에서 모든 걸 지원해준 덕분에 부담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고교생도 패널로 참가

고려대는 미래과학콘서트를 왜 고등학생에게까지 개방했을까. 이는 사회공헌에 대한 고민과 연관이 있다. 고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10월 말 일부 강의를 일반인에게 공개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울산대, 이화여대 등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공유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서 강의실을 공개한 것은 고려대가 처음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그간 받은 혜택을 대중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롤모델인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는 것은 상상 이상의 기쁨이다. 아이들은 백발의 석학들 앞에서 마치 아이돌 가수를 만난 것처럼 열광했다. 둘째 날 점심시간, 앤드루 파이어 교수는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단출하고 사적인 자리라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파이어 교수는 “나 역시 수학을 연구하다가 생물로 전공을 바꿨다”면서 “열정은 (다른 분야로) 옮겨갈 수 있으니 크게 고민하지 말고 일단 덤벼라”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해줬다.



고려대 화학과 전승준 교수는 “유교적 배경 탓인지 우리나라엔 세계적인 명성의 인물을 경외(敬畏)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며 그들도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목격하면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마동훈 대외협력처장(미디어학부 교수)은 “이들이 다 과학자가 되진 않더라도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 참가자가 고교생이다보니 행사 프로그램도 대거 바뀌었다.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강의 시간은 15~20분으로 줄였고, 대신 참가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시간을 대폭 늘렸다. 토론 시간에는 고교생들도 무대 위에서 패널로 적극 참가했다.

과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연사를 무대에 올리는 파격도 눈에 띄었다. 첫째 날 연사로 선 제니 윌든은 5세 때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계로 요리 경연대회 ‘마스터 셰프 스웨덴 2013’ 우승자다. 요리사, 요리 창작자, 음식 블로거, 리더십 강연자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요리와 과학, 경영의 융합’에 대한 강연으로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과학이 사회에 진 빚

토크콘서트 형식의 강연 프로그램을 짜면서 고려대 측도 반신반의했다. 과연 고교생들이 수준 높은 과학 강의를 듣고 자발적으로 질문할 수 있을까. 지난해 싱가포르 행사를 치른 난양공대 재료과 조남준 교수는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고려대 교수들에게 “혹시 모르니 교수들이 4~5개씩 질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학생들은 수준 높은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질문 시간마다 질문자들이 무대 양옆의 마이크 앞에 줄을 서도록 했는데, 마지막 질문 시간에는 줄이 너무 길어 미처 질문을 못한 이들도 있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온 한 언론인은 “영어가 모국어인 나도 이해 못하는 복잡한 원리를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고 질문하다니 정말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교생들의 적극적인 참가는 대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류아람 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고교시절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게 한(恨)’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생물학 수준을 알지 못하니 그저 ‘노벨상 수상자도, 뛰어난 학자도 없다’며 혼자 개탄했던 겁니다. 이런 심포지엄이나 노벨상 수상자를 접할 기회가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죠. 대학에 와서야 우리의 생물학이 뛰어난 수준임을 알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암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생물학과를 가야 하는지 의대를 가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오늘 이들 고교생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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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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