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호

“현오석 경제팀이 희망 주나? 대통령도 답답할 것”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작심 토로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3-12-17 17: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일자리 늘고 생활 펴야 하는데 안 되니까…”
    • 사실상 ‘경제팀 교체’ 요구
    • “어느 장관이든 잘못하면 비판할 것”
    • “당의 일은 당에서 하는 거다”
    “현오석 경제팀이 희망 주나? 대통령도 답답할 것”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지 안 될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때, 일부 언론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도 걱정, 안 되어도 걱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고 1년여가 지난 지금, 그 말을 다시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지난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4%. 외교·국제 관계, 주관 있음, 열심히 한다, 대북안보 정책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소통 미흡, 공약 실천 미흡,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독단적, 국가정보원 문제는 부정적 평가를 얻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집권 1년차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정치권은 한 해를 허송세월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박 대통령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국회선진화법으로 박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여러 개혁안은 대부분 입법화하지 못하고 있다.

    1년간 박 대통령은 사실상 아무 일도 못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반도 주변 4강국을 상대로 전방위 정상외교를 펼치기는 했다. 장성택 실각-처형에 따른 북한 정세 급변 상황에도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집권 1년차를 상징할 만한 국정 성과물은 찾기 어렵다.

    특히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부재를 최대 문제점으로 꼽는다. 경제민주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창조경제를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조차 박근혜 정부 1년에 대해 아주 낮은 성적을 매겼다. 연구원이 12월 12일 주최한 ‘박근혜 정부 첫해를 평가한다’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은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 경제는 평균 C학점, 금융은 F학점”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경제활성화 모두 실패할 위험이 크다. 금융 부문은 단기 성과 위주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내각·청와대 경질설 맞물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기에 의존한 단독 플레이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사안일로 몸만 사리는 행정부, 컨트롤타워로서 역부족을 드러낸 청와대, 활력 없는 여당이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통령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정작 대통령이 해야 할 창조적 고민과 국가 미래에 대한 통찰의 시간을 앗아가버리게 된다. 예산 국회가 끝난 뒤 2014년 2월 25일 취임 1주년에 즈음해 당·정·청에 대한 ‘튜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관급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못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런 가운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큰 폭의 인적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경제팀의 교체 필요성을 피력했다. 최 원내대표는 “정권의 성공은 경제에서 성과가 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며 “지금 경제 관료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의 취지에 맞는 희망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답답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현오석 경제팀에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안 됐지만 열심히 해오셨다고 본다. 하반기에는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원내대표는 현오석 경제팀에 대한 불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음은 최 원내대표와의 대화 내용이다.

    ▼ 일전에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판했지만 박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사실상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셨을 거예요. 그때는 현 부총리가 한창 2014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주무 장관이고, 또 임명된 지 오래되지도 않았던, 그런 여러가지 점을 감안해서 판단하셨을 것으로 봅니다.”

    ▼ 지금도 정부 경제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죠. 정권의 성공 여부는 경제에서 판가름 난다고 믿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활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정부 경제팀이) 못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국민에게 기대감과 희망을 주면서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보이니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문제를 제기했던 거죠. 이런 역할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경제 분야뿐 아니라 어느 분야의 장관이든 제대로 못하면 바로 견제하고 비판할 생각이에요.”

    최 원내대표는 당·정·청이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통령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원내 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음은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최경환 평가’다.

    “최 원내대표는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선 원내대표(옛 원내총무)가 공식적인 대야 창구 노릇을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원내대표를 지원하면서 핵심 사안에서 야당의 핵심 지도부와 별도로 조율을 했다. 그 외 정무장관실(특임장관실)에서 행정부 차원의 대야 협상 창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특임장관실을 폐지했고 정무수석실도 이렇다 할 역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교관 출신 박준우 정무수석이 취임한 이후 야당과의 접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 정가의 정설로 돼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1인 3역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여당의 정치력 실종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최 원내대표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최 원내대표와의 대화 내용이다.

    “간, 쓸개 다 빼놓고…”

    “현오석 경제팀이 희망 주나? 대통령도 답답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국회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야당과 원만하게 잘 대화하고 타협하는 일이죠. 다른 역할도 있고요.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동시에 여당은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 성공적인 정권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정부가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해요.”

    최 원내대표는 2013년 5월 15일 경선으로 원내대표가 됐다. 임기는 1년이다.

    ▼ 원내사령탑으로 활동하는 7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7개월이 정말 7년은 된 것 같아요. 각종 현안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과정에 있었고,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되도록 후유증이 많아 수습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새 정부를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현안이 속속 발생하는 바람에 정말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는 심정으로 왔어요. 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나름대로 상식에 맞는 정치를 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고. 정치권에 대해 국민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운 심정입니다. 간, 쓸개 다 빼놓고 있어요. 간, 쓸개 다 달고는 도저히 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대선 불복 심리라고 생각합니까.

    “그렇다고 봐요.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됐는데 대선 불복 심리로 어떻게든 정권에 타격을 주겠다, 발목을 잡겠다고 하면 도대체 선거는 왜 한 건가요. 민주당도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야 살길이 생겨요. 민주당이 그 길을 안 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 민주당은 여러 명분을 대고 있는데요.

    “국민의 판단은 다 끝났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국민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요. 민주당이 강경하게 투쟁하고 대선 불복을 하면 할수록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바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도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질 않나…. 민주당이 빨리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기를 나라와 민주당을 위해 바랍니다.”

    ▼ 그동안 협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뭔가요. 협상 파트너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평가해주시죠.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했고 오랜 정치 경험이 있어서 합리적인 분입니다. 문제는 민주당 내 친노 강경파를 관리하고 설득하는 상황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죠. 결국 야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이들에게 휘둘려 여야 협상에 어려운 점이 있어요. 김한길 대표와 전 원내대표는 지금 가는 길이 민주당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함에도 친노 강경파에 휘둘립니다. 야당 지도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빠져 있다보니까 정국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워요.”

    “安, 특검을 불쏘시개로 이용”

    ▼ 야당과의 협상 때 청와대에서 지침이나 메시지가 옵니까.

    “(정색하며) 당의 일은 당에서 하는 겁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한몸이라서 중요한 사안은 여러 채널을 통해 수시로 협의하면서 해나갑니다.”

    ▼ 여야 협상이 결론도 안 나고 너무 지루해요. 협상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줄 수 있나요.

    “굳이 에피소드라고 하면, 민주당이 사실 처음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을 요구한 건 아니에요. 첫 협상에서 국정원개혁특위를 줄기차게 요구했죠. 그걸 명분으로 장외투쟁도 하고 전국 순회 집회도 열었고요. 그런 식으로 압박하다 갑자기 특검으로 돌아선 거죠. 결국 안철수 세력하고 재야 세력이 특검을 불쏘시개로 이용한 측면이 있어요. 전병헌 원내대표와 우리는 이렇게 하면 돌파구가 없다고 수차 얘기했고 (전 원내대표) 본인도 공감했어요. 안타깝게 생각해요. 민주당이 특검이 될 리 없다는 걸 확실히 아는 상황에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어 아쉽습니다.”

    ▼ 최 원내대표께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는 어떤 건가요.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때 ‘경제를 바꾸러 정치판으로 간다’고 출사표를 던졌어요. 오랫동안 관료와 경제학자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정치에서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때 국제금융 쪽에서 우리나라에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어요. 정치권도 행정부 쪽에 그런 요청을 했고요.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아,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선도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막상 와보니 정치판이 돌아가는 게 상식이 안 통해요. 누가 봐도 옮은 게 있고, 누가 봐도 그른 게 있잖아요. 그런 옳고 그름에 따라 가는 정치를 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양상이어서 불행합니다.”

    ▼ 가장 답답하다고 느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국회선진화법이죠. 저는 그걸 ‘국회마비법’이라고 부릅니다. 말도 안 되는, 다수결의 원칙에 어긋나는 이런 제도가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시행되는 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