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호

“내가 변태? 性의 진실성 추구할 뿐”

‘성인연극 대부’ 강철웅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3-12-18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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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에 알몸연극 ‘마지막 시도’로 파문을 일으킨 강철웅 씨는 ‘성인연극의 대부’로 통한다. ‘여자의 알몸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매춘업자’라는 비난에도 여전히 성인연극을 고집하는 그는 ‘성 표현을 터부시하는 사회 관념과의 싸움’이라고 당당하게 맞선다. 그가 들려주는 섹슈얼리티 미학과 성인연극 뒷이야기.
    “내가 변태? 性의 진실성 추구할 뿐”
    연출가 강철웅(예술집단 ‘참’ 대표) 씨는 1993년 우리나라 최초의 알몸연극 ‘마지막 시도’를 무대에 올리며 성인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1997년 ‘공연음란’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대학로를 떠났던 그는 2009년 ‘교수와 여제자’로 돌아와 또다시 성인연극 붐을 일으켰다. 이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교수와 여제자2’ ‘가자 장미여관으로’ ‘교수와 여제자3-나타샤의 귀환’ ‘먼로의 환생’ 등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성인연극 대부’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가 최근 청소년 뮤지컬 ‘위대한 슈퍼스타’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마치 ‘플레이보이’ 편집장이 청소년잡지 ‘틴잉크(Teen Ink)’를 만드는 것만큼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 있는 소극장 비너스홀에서 그를 만나고 있는 동안 단체관람 문의와 예약이 끊이질 않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꽤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벗은 배우가 몸이 안 되면…

    ▼ 이젠 성인연극은 안 하는 건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남과 똑같이 하는 건 싫다. 같은 걸 반복하는 것도 싫다. 늘 새로운 것, 나만의 독창적인 것을 보여주려 한다. 요즘 ‘먼로의 환생’에 출연했던 여배우 안나 먼로와 함께 후속 작품을 구상 중이다. 욕심은 올겨울 중에 무대에 올리는 건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 왜 안나 먼로인가.

    “호주 멜버른대 빅토리안 주립예술대학에서 연극과 드라마를 전공한 재능 있는 친구다. 연기도 잘하고 열정도 있다. 이렇게 열정이 있는 배우는 이파니 이후 처음 봤다. 연기에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친구다.”

    ▼ 다른 여배우들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는 뜻인가.

    “다들 처음엔 열심히 한다. 그런데 연습을 마치고 무대에 올라가면 그때부터 나태해진다. 몸 관리도 안 한다. 벗는 여배우가 몸이 안 되면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이 안 된다. 그럼 연극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여배우들의 그런 안이한 태도에 지쳐 이쯤에서 성인연극을 중단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알몸연극 연출가로서의 자긍심과 철학이 느껴졌다.

    ▼ 성인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흔히 마광수 교수의 소설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고(故) 김기영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김 감독의 영화 중엔 성불구 등 성을 소재로 하면서 컬트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 많다. 난 거기서 컬트 요소만 뺐다. 나중에 생각하니 만약 컬트 요소를 넣었더라면 외설시비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사실성을 강조한 게 관객에겐 어필한 것 같다.”

    김기영 감독은 ‘하녀’를 만든 거장. 강 대표는 그의 제자다. 필름 자르는 일부터 시작해 미술, 음악, 편집, 시나리오 작업까지 김 감독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입문 1년 만에 퍼스트 조감독으로 기용될 만큼 김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강철웅’이란 예명(본명 최성용)도 김 감독이 직접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그 무렵 정지영 감독과 박철수 감독이 우리 영화사에 들어와 나와 함께 조감독 생활을 하면서 입봉(감독 데뷔)을 준비하고 있었다. 곽지균 감독도 그때 영화판에서 조감독으로 만난 친구다. ‘청춘스케치’ 이규형 감독, ‘가문의 영광’ 정흥순 감독,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구인서 감독은 내 밑에서 조수로 일했다.”

    ▼ 감독 데뷔는 왜 못했나.

    “입봉하려면 연출할 작품을 얻어야 하고, 제작비를 지원해줄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난 그럴 성격이 못됐다. 대신 나 나름대로 일을 만들어서 했다. 패션쇼 연출도 하고, 아동극도 했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다 잘됐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다보니 빨리 입봉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1986년부터 3년 동안 프랑스에 유학을 가기도 했다.”

    “내가 변태? 性의 진실성 추구할 뿐”
    1989년 돌아와 강시 영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강시콩시팡팡시’란 아동극을 만들었다.

    “진로도매센터 이벤트홀에서 공연을 했는데 하루 2000명씩 들어올 정도로 흥행 대박이었다. 공연 시간 동안 아이 엄마들이 도매센터에서 쇼핑을 하니까 그곳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진로 사장이 고맙다고 내게 금일봉을 줄 정도였다. 볼보를 타고 다녔다.”

    “내가 변태? 性의 진실성 추구할 뿐”
    ▼ ‘마지막 시도’는 어떻게 구상했나.

    “프랑스에 있으면서 우리나라가 무척 보수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걸 한번 깨고 싶어 알몸연극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3년부터 4년여 동안 매일 공연이 만원이었다. 36만 명이 넘게 봤다. 다른 연극들이 6000원, 8000원 할 때 나는 2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도 사람이 몰려 암표가 5만 원에 거래됐다.”

    체모 노출로 실형 선고

    ▼ 그 시절 알몸연기 하겠다는 여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다른 연출가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자고 하면 다 했다. 배우 출연료를 많이 주는 것으로 연극계에서 유명했으니까. 다른 유명 극단에서 80만 원 줄 때 난 150만 원 줬다. 그게 배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시도’에 출연한 여배우만 30~40명에 달한다. 지금 누드모델협회장인 하영은도 출연했다. 하영은은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저런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연극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지, 외설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여배우들이 매회 관객 앞에 전라(全裸)로 선다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연극은 여배우들에게 독배(毒杯)나 다름없었다. 언론이 무자비하게 죽였으니까. 가족, 친구 등 주위의 질타에 못 견뎌 그만둔 친구도 많았다. 출연한 여배우 대부분이 다른 작품 캐스팅이 안 돼 연기를 그만뒀다. 연기자로서 생명이 끝난 셈이다.”

    그는 ‘마지막 시도’로 인해 1997년 3월 17일 공연음란죄로 구속됐다. 초유의 일이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1개월 동안 수감생활도 했다. 이 일로 몸져누운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떴다.

    “‘마지막 시도’에선 여배우가 옷을 벗고 무대 위에 서 있었을 뿐이다. 단지 여배우의 체모가 보인다는 이유로 실형을 받은 것이다. 지금도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내 연극을 보고 나서 말하라’고 하고 싶다. 나는 한 번도 불륜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없다. 오히려 성 트러블이 있던 부부가 성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치료 연극이자 부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용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까지 잃은 그는 대학로가 싫어졌다고 했다.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갔다. (주)에버시네마를 설립, 영화 제작사로 변신해 2005년 ‘콩시팡시팡팡시’를 영화로 만들어 대박을 쳤다. 하지만 영화 ‘삼청교육대’ 제작에 나섰다가 자금 부족으로 20억 원을 날리고 파산했다.

    “내 앞에서 600명이 벗었다”

    ▼ 다시 성인연극으로 대학로에 돌아온 이유는.

    “내가 사라진 후 벗는 연극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제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과거의 사법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009년 10월부터 7개월 동안 공연된 ‘교수와 여제자’는 하루 3회 공연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4월 공연된 ‘먼로의 환생’까지 그의 성인연극은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공연의 내용은 갈수록 과감해졌다. ‘교수와 여제자’에서는 여배우의 적나라한 전라만 보여줬다면 다음 작품에선 상징적인 정사 장면이 들어갔고, 그다음 작품에선 다양한 체위를 연출하는 등 점차 수위가 높아졌다.

    ▼ 그동안 몇 명의 여배우를 벗겨봤나.

    “여배우들이 자발적으로 벗고 내 앞에 서는 거지, 내 손으로 옷을 벗겨본 적이 없다. 미스코리아, 슈퍼모델, 영화배우, 레이싱모델, 치어리더, 뮤지컬 배우, 신인 연기자 등 한 600명은 내 앞에서 벗은 것 같다. 어느 배우는 다 예쁜데 가슴이 작아 내 돈으로 수술까지 해줬다. 그런데 몇 번 무대에 서더니 어느 날엔가부터 안 나타났다. 그렇다고 가슴을 다시 떼어내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도 다른 데서 연극을 계속하고 있는데 한 번도 안 찾아오더라.”

    ▼ 가장 애착이 가는 여배우를 꼽는다면.

    “역시 이파니다. 그녀가 워킹만 해도 남자든 여자든 시선이 딱 고정된다. 그러니 관객들이 연극에 얼마나 몰입이 됐겠나. 지금도 그녀가 네 살 된 아들 손을 잡고 나를 찾아왔을 때가 기억난다. 처음에 리딩을 하는데 도저히 연기가 안 됐다. 그래서 ‘미안하다, 안 되겠다’고 했더니 자기는 꼭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매달리는데 간절함이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연기가 되니까 거기에다 몸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더해져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좋은 배우가 됐다.”

    ▼ 주 관객층은 누군가.

    “1990년대엔 중년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20대 커플이 70%가 넘는다. 1990년엔 신문에 우리 연극 이야기가 한 줄만 실려도 한 달 공연이 매진됐다. 그런데 지금은 신문에 우리 연극 기사가 안 나온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공연 정보를 확인해야 알 수 있는데, 중년남성은 이런 정보에 거의 접근하지 않으니 우리 연극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연말엔 중년들 모임이 많아서 단체 관람 수요가 많다. 그래도 중년관객의 관람 욕구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중년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걸 고민 중이다.”

    ▼ 객석의 반응은 어떤가.

    “여성 관객보다 젊은 남자들이 더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게, 연인끼리 보러 오면 여배우가 옷을 벗을 때 여자가 손으로 남자 눈을 가려 못 보게 하면서 정작 자기는 재미있게 본다.”

    VIP룸에선 무슨 일이?

    ▼ 수위가 너무 높아서 공연 도중에 뛰쳐나간 여성은 없었나.

    “공연이 야하다고 뛰쳐나간 경우는 없다. 같이 온 남자친구가 여배우에게 너무 몰입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나간 경우는 더러 있었다. 공연 중에 VIP룸에서 화를 내며 뛰쳐나간 여성도 있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VIP룸이 뭔가.

    “우리 연극은 보고 싶은데 남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기업 회장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같은 경우다. 그런 사람들의 요구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와인도 한잔하면서 우리 연극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성인연극이다보니 사건, 사고도 많았을 것이다. 여배우의 누드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가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더 이상 벗지 않게 하라며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객석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가 알몸 여배우를 끌어안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어느 50대 신사는 너무나 태연하게 무대 위로 올라가 배우도, 스태프도 제지할 생각을 못할 정도였다. 그런 일을 당하면 여배우는 다음부터 연기하기가 힘들다. 충격으로 배우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

    ▼ 스토커도 많나.

    “여배우마다 한두 명씩은 있었다. 생각해보라, 안 그래도 몸매가 좋은데 무대에서 조명까지 받으니 얼마나 더 예뻐 보이겠나. 1996년에 스웨덴 사람이 ‘마지막 시도’를 몇 번이나 다시 보러 왔다. 나중엔 스태프들 식사까지 대접하면서 여배우에게 적극 대시해 결혼까지 했다. 그 여배우는 피트니스 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몸이 무척 좋은 친구였다.”

    ▼ 여배우는 늘 위험에 노출돼 있었겠다.

    “언제나 여배우 안전을 우선으로 했다. 스토커가 나타난다거나 공연 중에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길 우려가 있으면 무조건 공연을 내렸다. 금전적 손해보다 사람이 우선 아닌가. 이파니가 출연한 ‘가자 장미여관’엔 관객이 많이 몰렸지만, 그가 결혼을 발표하면서 혹시라도 시댁에서 안 좋아할까봐 즉시 공연을 내렸다.”

    “내가 변태? 性의 진실성 추구할 뿐”

    청소년 뮤지컬 ‘위대한 슈퍼스타’(왼쪽)와 성인연극 ‘먼로의 환생’.



    “성거래 제안? 너무 많았다”

    알몸연극이 화제를 모은 데에는 노이즈 마케팅도 한몫했다. 2012년 총선 때는 ‘투표율 75%를 넘기면 여배우들이 알몸 말춤을 추겠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독도 문제로 시끄러울 때는 여배우의 가슴과 아랫도리에 일장기를 붙인 뒤 남자배우가 떼어내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다 일본 관객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게 영국 로이터통신에까지 보도됐다. 연극 중에 여배우가 입었다 벗은 속옷을 관객에게 주는 팬서비스를 하자 그걸 받으려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관객도 있었다.

    ▼ 성인연극을 보러 오는 일본 관광객이 많았나.

    “우리 공연이 관광코스로 잡혀 있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공연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협상 중에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여배우를 사람이 아닌 돈으로만 보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 공연을 하면 자칫 국가적 망신이 되겠다 싶어 포기했다.”

    ▼ 여배우들에게 성거래 제안이 들어오진 않았나.

    “많이 받았다. 몸매도 좋은 데다 무대에서 잘 벗고, 정사 연기도 하니까 자기들한테도 그렇게 해줄 줄 아는 모양이었다. VIP석에서 몇 번 공연을 본 모 기업체 회장은 돈은 얼마든지 좋으니 소개해달라고 하더라. 집도 얻어주고 먹고살게끔 다 해주고, 내게도 충분히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두 번 다시 안 본다. 벗는다는 이유로 배우를 그렇게 여긴다는 게 가슴 아팠다. 그들 눈엔 나도 포주로밖에 안 보이는 모양이다.”

    이때 안나 먼로(28)가 소극장으로 들어섰다. 호주 출신인 그녀는 3년 전 한국에 왔다 연극이 하고 싶어 눌러앉았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호주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말이 꽤 능숙했다. 그에게 몇 마디 물어봤다.

    ▼ 관객들 앞에서 옷을 다 벗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

    “연기니까 벗는 게 부끄럽지 않다. 진짜로 하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 무대에 설 수 있어 좋다.”

    ▼ 연극이 왜 좋나.

    “영화나 드라마는 틀리면 다시 하지만 연극은 틀려도 계속해야 한다. 우리 인생과 같다. 그런 면이 좋다.”

    ▼ 성인연극을 하면서 성거래 제의를 받은 적이 있나.

    “많았다. 한 시간에 얼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취재 온 기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여럿 있었다. 난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말했다. 화가 나지만 알몸배우니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알몸연기도 연기로 봐주면 좋겠다. 벗고 안 벗고는 배역의 문제일 뿐, 나는 그냥 배우다.”

    남자배우는 속옷 입혀

    강 대표는 성인연극 ‘교수와 여제자 2’에서 처음엔 현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정사 장면을 3D로 찍어 공연 중에 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러다 나중엔 영상을 빼고 그 장면을 배우들이 무대에서 직접 연기하도록 했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 아무리 배우라도 관객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알몸으로 정사 연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높아진 수위 때문에 배우들과 갈등은 없었나.

    “한 번도 배우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연기를 요구한 적이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면 좋을 것 같으니 디테일한 부분을 둘이서 연구해보라고 말한다. 배우 스스로 생각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벗도록 유도한다. 남녀 배우의 연기가 리얼하려면 두 사람이 연기의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 배우들은 성인이니까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성을 표현한다. 내가 뭐라고 할 게 없다.”

    ▼ ‘미녀들의 수다’ 출신의 배우 라리사는 실제 정사 장면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던데.

    “관객들 앞에서 실제 정사를 하라는 게 말이 되나. 리얼하게 표현하라는 건 연기에서 진실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두 배우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관객들이 공감하는 연기를 해야지 정사 장면을 기계적으로 연기하면 되겠느냐고 한 말인데, 그걸 극단에서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다.”

    ▼ 정사 장면을 연기할 때 남자배우들도 다 벗나.

    “남자배우는 속옷을 입는다. 여자는 곡선이 아름다워 다 벗은 게 더 아름답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남성성에 자신 있는 배우라도 연기를 하다보면 쪼그라들어 아름답지 못하다. 남자배우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관객들을 위해 속옷을 입힌다.”

    ▼ 무대에서 정사 연기를 하다보면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정사 장면이 20분쯤 된다. 물론 20분 내내 정사 연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대사도 많다. 대부분은 남자배우가 속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염려는 없다. 그런데 마지막 5분 정도는 극의 흐름상 남자배우도 속옷을 벗고 연기를 한다. 젊은 남녀가 알몸을 계속 접촉하다보면 감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5분간의 마지막 연기가 끝나면 암전되면서 배우들이 퇴장하기 때문에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다. 솔직히 이론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난 배우들을 믿는다.”

    “난 너무 정상적인 사람”

    ▼ ‘외설연극 연출가’ ‘여자 알몸 이용해 돈벌이하는 매춘업자’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의치 않는다. 어떤 비판을 해도 나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겠다는 내 연출관은 분명하다. 내 작품을 외설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따지지 말고 나보다 관객이 더 많이 드는 성인연극을 만들어보라고.”

    ▼ 당신의 연극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평론가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관객의 평가다. 표현 방식에서 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내 연출 방식이 연극적 방식이 아닌 영화식이기 때문이다. 견해 차이일 뿐이다. 왜 내 연극에 관객들이 몰린다고 생각하나. 내가 하는 전개 방식이 관객들에게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니까 관객들이 공감을 하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는 막 벗기고 자극적인 내용으로만 채우지 않는다. 최소한 관객들이 용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게 다른 벗는 연극과의 차이점이다.”

    ▼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뭔가.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성에 대한 표현을 가장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내겐 예술이다. 작품 속에서 필요한 노출의 진실성이 부각되면서 관객들에게 사실적으로 보이기를 늘 바란다.”

    ▼ 성인연극을 고집한 이유가 있다면.

    “성은 어떻게 해도 재미있다. 또한 성은 모두의 관심사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변태 끼를 가지고 있다. 다만 표출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성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한다. 난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다. 표현하는 걸 터부시하는 기존 관념과 싸우고 싶었다. 벗고 안 벗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극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벗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안타깝다.”

    ▼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인연극도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줘야 한다. 알몸연극이 또 하나의 성인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 스스로 변태라고 생각하나.

    “난 너무 정상적인 사람이다. 정상적인 가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탐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다. 술 담배도 안 하고, 등산을 즐긴다. 그동안 수많은 여배우를 벗겼지만 이상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내 외에 다른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에게 “그게 당신이 변태인 이유”라고 말해줬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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