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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인류 재앙 부른 나치즘 경전 왜곡된 민족주의 반면교사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인류 재앙 부른 나치즘 경전 왜곡된 민족주의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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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국민화’

그는 이 책에서 유명한 ‘대중의 국민화’를 역설한다. “무수한 대중을 국민으로 만드는 일은 소위 객관적 관점을 나약하게 강조하는 어정쩡한 방식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목표를 향해 무자비하고 광적이며 일방적으로 나아가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히틀러의 모든 정치철학이 녹아 있는 ‘나치즘의 경전’으로 평가된다. 그는 반민주적 정치사상과 반유대주의를 설파하는 한편, 동유럽의 유대인들을 추방하고 게르만족의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다. “나는 아주 옛날부터 의회를 증오하고 있었다.” “평화라는 것은 궁상맞은 평화론자와 같은 곡녀(哭女)의 종려나무 잎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보다 높은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는 지배 민족의 승리의 칼에 의해 수립된다.”

히틀러는 ‘뮌헨 봉기’ 이후 란츠베르크 감옥에서 이 책을 구상해 1925~27년에 걸쳐 2권으로 출간했다. 출감 후 자기 생각을 비서 루돌프 헤스에게 받아 적게 했다. 당초 제목은 ‘허위, 우열, 비겁에 대한 4년간의 투쟁’이었으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좋겠다는 출판사 사장의 권유로 제목을 바꿨다.

그가 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뮌헨 봉기로 ‘인기 스타’가 된 기회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라는 나치당 출판부장 막스 아만의 제안에 응했다는 게 첫 번째 설이다. 두 번째 설은 동료였던 그레고르 슈트라서가 히틀러의 감방 동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책을 쓰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히틀러는 형무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끊임없이 ‘개똥철학’ 같은 걸 늘어놓았다고 한다.



책의 내용과 글 실력은 수준 이하라는 혹평이 뒤따른다. 터무니없는 과장과 성급한 일반화 등이 곳곳에 드러난다. 비문과 오류가 많아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조차 “이해할 수 없고 한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악평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치 시절 독일 국민의 필독서나 다름없었다. 이 책이 인기를 끈 것은 민족주의를 앞세워 독일 국민을 결집시키려 했던 히틀러의 정치적 계산이 당시 독일의 처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순수 아리안 혈통을 대표하는 게르만 민족의 대제국을 건설하자’는 히틀러의 선동이 먹혀든 것이다.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꾸다

이 책은 그가 권력을 장악하고 나치의 바이블로 삼은 뒤 1000만~2000만 부나 팔려나갔다는 설이 전해진다. 나치 정권은 ‘나의 투쟁’을 학생과 병사들에게 배포한 것은 물론 신혼부부들에게 선물로 줬다고 한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지녔던 독일의 명장 에르빈 로멜 장군이 이 책을 직접 선물로 받고 히틀러의 신뢰를 확인했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책값은 전액 국가예산에서 지출됐다. 히틀러는 엄청난 인세 수입을 올렸다. 히틀러는 그 돈을 스위스 UBS 은행에 넣어 측근이 관리하게 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히틀러의 공식적인 증빙서류에 ‘나의 투쟁’을 팔아서 번 인세가 소득의 전부라고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투쟁’은 세상을 너무나 부정적으로 바꾼 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아니,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온 책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독일에서는 1945년 이후 출판을 금지하고 있다. 나치를 찬양하는 책의 배포를 법률로 엄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정한 출판금지 이유는 나치 피해자에 대한 배려다.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도 이 책은 금서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1월 8일 생일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급 간부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줬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김정은이 고위 간부들에게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을 짧은 기간에 재건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잘 연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와 맞물린 시기였다.

‘나의 투쟁’은 유럽 경제위기로 이민자 배척 정서가 확산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신나치주의자나 극우세력에 의해 합법적 선전도구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2005년을 전후해 터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은 한 인간의 그릇된 집념과 비뚤어진 역사의식, 왜곡된 민족주의가 저지른 죄악을 반면교사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영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세사라니는 이 책이 젊은 세대에게 홀로코스트에 관한 독일의 책임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려한다.

신동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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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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