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호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성장가도 오른 전기자동차

  •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입력2013-12-19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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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다. 한때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친환경성’을 앞세운 전기차의 주행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 메이커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2013년 9월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BMW그룹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이 자사의 첫 순수 전기차 ‘i3’를 선보이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곧 자동차산업의 미래입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2013년 9월 독일에서 열린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이는 곤 회장 개인의 판단이 아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전기차였다. BMW의 첫 순수전기차 ‘i3’, 폴크스바겐의 ‘e업’과 ‘e골프’ 등 전기차들은 모터쇼 기간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1년 말 나온 기아자동차의 ‘레이EV’에 이어 최근 한국GM ‘스파크EV’, 르노삼성 ‘SM3 Z.E.’ 등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전기차 시장에 불이 붙었다. 2014년 기아차 ‘쏘울EV’와 BMW i3 등이 경쟁에 가세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도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전기차 인프라는 여전히 전기차 시장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부활의 노래

    전기차는 이미 1990년대부터 에너지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1회 충전 시 이동거리에 제한이 있었고, 안전성 문제까지 대두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미뤄져왔다. 한 예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1996년 첫 전기차 ‘EV1’을 내놓았지만, 2003년 배터리 문제 등을 이유로 시중에 나온 차량 1100여 대를 전량 수거해 폐기 처분했다.



    전기차 기술 개발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일본 업체들이었다. 미쓰비시가 2009년 ‘아이미브’를 시장에 내놨고, 이듬해엔 닛산이 ‘리프’의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미국 GM도 ‘쉐보레 볼트’로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싼 대신 ‘친환경성’으로 고객들을 유인해야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점에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애써 비싼 값을 치르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각국 정부의 재정위기로 급속충전용 인프라 시설이 더디게 확충된 것도 전기차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미국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 테슬라 모터스였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는 2013년 1분기(1~3월)에 4750대가 팔려 선전을 예고하더니 2분기(4~6월)엔 이보다 많은 5150대의 판매고로 시장을 흥분시켰다. 11월 6일 세계 자동차업계의 눈은 테슬라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장으로 향했다. 결과는 테슬라 자체 목표치(5000대)를 뛰어넘는 5500대 판매. 그러나 이튿날 테슬라 주가는 15%나 폭락했다. 시장 예상 판매량(5800여 대)을 밑돌았다는 실망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세계 시장이 테슬라와 전기차에 대해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는 매우 저돌적이다. 그는 5월 자체적으로 고안한 급속충전소 ‘슈퍼 차저’ 100개를 2013년 말까지 북미 주요 도시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고, 11월 6일 콘퍼런스 콜에서는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차세대 먹을거리인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애송이’에 불과한 테슬라에 내준 것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시장에서도 관심 고조

    GM의 볼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미시간, 플로리다, 일리노이 주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7671대에 불과했던 볼트 판매량은 2012년 2만3461대로 늘었다. 2013년에도 8월까지 1만5000대가 팔렸다. 돈 존슨 쉐보레 판매서비스부문 부사장은 “2014년형 볼트는 현재 차량과 같은 기능을 갖추고도 5000달러 더 싸다”며 “배터리 성능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기능도 훨씬 개선되고 있어 향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GM은 2013년 6월 새로운 전기차 ‘올 뉴 스파크 EV’를 출시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유럽에선 지난 11월 출시된 BMW i3가 가장 큰 이슈 메이커다. BMW는 2010년 11월부터 독일 작센 주 라이프치히 공장에 40억 유로(약 5조8000억 원)를 들여 전기차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BMW는 9월부터 i3 양산에 들어가 11월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로 판매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2014년 5월엔 국내에서도 i3를 볼 수 있다.

    마누엘 자티크 BMW i시리즈 프로젝트 총괄매니저는 “BMW의 전기차 생산은 단순히 새 모델을 내놓은 게 아니라 회사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도 “2014년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당연히 전기차”라며 “BMW는 그런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 즉 배터리 전기차(BEV)는 2013년 상반기(1∼6월) 세계 시장에서 3만7000대가 팔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5%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2년 11만3000대이던 전기차(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 판매량이 2020년엔 연간 59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전기자동차들. 기아자동차 ‘레이EV’,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한국GM ‘스파크EV’(왼쪽부터).

    휴일인 지난 10월 3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창원스포츠파크엔 이른 아침부터 시민 2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창원시가 마련한 전기자동차(기아차 레이EV, 르노삼성 SM3 Z.E., 한국GM 스파크EV) 비교 시승회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창원시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민간기업 및 개인에게 대당 2100만 원의 보조금(환경부 1500만 원, 지방자치단체 6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이 보조금을 받으면 레이EV(3500만 원)는 1400만 원, SM3 Z.E.(4300만 원)는 2200만 원, 스파크EV(4000만 원)는 1900만 원에 살 수 있다. 창원시가 같은 달 7∼16일 전기차 보조금 지원 신청을 받은 결과 96명이 신청서를 냈다. 창원시는 추첨을 통해 30명(레이EV 18대, 스파크EV 7대, SM3 Z.E. 5대)에게 보조금을 지원했다. 경쟁률이 3대 1에 달한 것.

    앞선 6월 27일~7월 26일 보조금 신청을 받은 제주특별자치도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는 환경부 보조금 1500만 원에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800만 원이나 돼 전기차 구매자들은 총 2300만 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제주는 예산 문제로 160대만 지원이 가능했지만 신청자는 487명이나 됐다. 결국 3명 중 1명만 전기차 구매의 ‘행운’을 안을 수 있었다. 보조금을 받은 민간기업과 개인은 레이EV 39대, SM3 Z.E. 107대, 스파크EV 14대를 각각 구입했다.

    전남 영광군은 12월 2~13일 전기차 15대에 대한 보조금 신청을 받았다. 보조금 규모는 제주를 뛰어넘는 2400만 원(환경부 1500만 원, 지자체 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창원, 제주, 영광은 환경부가 선정한 ‘10대 전기차 선도도시’에 포함된 곳들이다. 서울, 대전, 광주, 당진, 포항, 안산, 춘천 등 다른 선도도시들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2014년이 정점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최근 ‘1호차 전달식’을 대대적으로 열면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GM은 10월 28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스파크EV 양산 기념식을 열고 첫 구입자인 창원시에 15대(관용차량)를 인도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으로부터 스파크EV 1호차를 인도받은 박완수 창원시장은 행사가 끝난 뒤 시청까지 손수 차를 운전했다. 한국GM 창원공장은 현재 북미 수출용 스파크EV도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나흘 뒤인 11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SM3 Z.E. 출시 기념행사 겸 1호차 전달식을 열었다. 이 차량은 르노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이 한꺼번에 무려 200대나 구매했다. 질 노만 르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부회장은 이 행사를 위해 방한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에게 1호차를 직접 전달했다. 르노닛산의 곤 회장은 방한이 연기되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내 “한국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은 11월 제주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2014년에 SM3 Z.E.를 4000대 생산해 르노삼성을 국내 1위 전기차 업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껏 고무된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14년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쏘울의 전기차 모델인 쏘울EV와 BMW i3가 잇달아 시장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BMW그룹코리아는 이미 지난 9월에 제주도와 전기차 보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충전소 구축을 비롯한 전기차 보급계획 실행에 나섰다. 제주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37만여 대)을 전기차로 바꿔 ‘탄소 없는 섬’을 실현한다는 ‘제주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BMW그룹코리아는 제휴에 따른 첫 사업으로 제주에 전기차용 충전기 37대를 기증키로 했다. BMW그룹은 제주를 비롯한 전기차 10대 선도도시를 집중 공략해 2014년에 i3을 5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책은 제자리걸음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SK이노베이션 직원이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자사의 2차전지가 탑재된 ‘레이EV’를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뜨겁다. 문제는 이런 관심이 얼마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느냐다. 이런 측면에서 두 가지 걸림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첫째는 보조금이다. 전기차를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 없이 사는 건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연료비가 안 든다고 하지만 1000만 원대 차량인 레이의 전기차 모델인 레이EV를 3500만 원을 주고 살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 보조금은 환경부 예산이다. 환경부는 2012년 573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2013년엔 276억 원밖에 쓰지 못했다. 2012년 말까지 2000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던 전기차가 1091대(2011년 12월~2012년 12월)밖에 팔리지 않자 예산이 절반 이하로 삭감된 것이다.

    예산이 삭감된 2013년엔 제주나 창원의 사례에서처럼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이 보조금을 받지 못해 구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판매가 부진했더라도 2013년 SM3 Z.E.와 스파크EV가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굳이 예산을 깎아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14년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14년에도 전기차 예상 판매대수를 1000여 대로 추정하고 2013년과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신청했다. 쏘울EV와 i3 등 신차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텐데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부족한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확충하느냐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집에 두고 쓰는 완속충전기(6~9시간 소요)는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만, 길거리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20~30분 소요)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물론 북미나 유럽에서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차이는 정부의 적극성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15개국은 2010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기차 이니셔티브(EVI·Electronic Vehicle Initiative)’ 리더십 포럼을 만들었다. 한국은 아직 EVI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EVI 회원국에 설치된 저속충전기와 급속충전 설비는 각각 4만2462개와 1907개였다. 특히 2010년 닛산 ‘리프’가 시판된 뒤 가장 빨리 전기차 시장이 형성된 일본은 2012년 말까지 급속충전기만 1381개가 설치됐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급속충전기 5000개와 저속충전기 200만 개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급속충전기는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117개다. 일본의 12분의 1 수준이다. 서울이 29개로 가장 많고, 제주가 22개, 경남과 충남이 10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구, 대전, 울산, 강원 등은 각 1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개당 4000만 원인 이 충전기는 레이EV만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제주와 창원 등 민간에 전기차를 판매한 지역에 레이EV와 SM3 Z.E.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 80개(개당 5000만 원)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이마저 스파크EV 소유자에겐 무용지물이다. GM, BMW, 폴크스바겐 등이 채택하고 있는 ‘DC(직류) 콤보’ 방식에 대해 아직 국내 표준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EV는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차데모(CHAdeMO)’를, 프랑스 르노는 ‘AC(교류) 3상’을 충전방식으로 삼고 있다. 2013년 말까지 전국에 197개의 급속충전기가 확보되더라도 2014년에 출시될 BMW i3 구매자들에겐 별도의 충전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BMW그룹은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아예 5, 6개 기관 및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i3 전용 충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정부 주도로 급속충전기를 포함한 인프라가 하루빨리 확충되지 않으면 한국은 전기차 산업 후진국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관 산업도 ‘전기차 바라기’

    세계 전기차 시장에선 이미 기술력을 갖춘 대형 부품업체들이 적잖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 보쉬와 콘티넨탈, 일본 덴소, 미국 델파이 등 내로라하는 부품업체들은 전기차 부문의 독자기술을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PHEV), 신형 전지 등 친환경차 핵심 기술 개발에 매출액의 9.1%를 쏟아 붓고 있다. 보쉬는 2013년 6월 독일 복스베르크에서 열린 자동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보쉬의 주요 사업 근간은 여전히 내연기관이 차지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전기차 부문에 연간 4억 유로(약 5800억 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 콘티넨탈은 2013년 7월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SK콘티넨탈이모션’을 설립했다. 콘티넨탈은 이 합작사에 향후 5년간 2억7000만 유로(약 3900억 원)를 투자키로 했다.

    국내 기업들 중 전기차 시장과 가장 연관성이 큰 곳은 LG화학,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당연히 배터리 시장도 커진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으로 매우 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3년 8월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10대 그룹 회장단 오찬 간담회 때 “전기차 보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LG화학은 2009년 GM 볼트의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LG화학 배터리는 스파크EV에도 탑재되고 있다. LG화학은 2012년 7월 준공하고도 가동을 미뤘던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 배터리 공장을 2013년 10월부터 부분 가동하기 시작했다. 볼트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형 리튬이온 2차전지 부문의 글로벌 1위 업체인 삼성SDI는 BMW에 i3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 울산공장은 2013년 내에 2개 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2014년에도 2개 라인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LG화학(글로벌 1위)과 삼성SDI(글로벌 5위)는 2011년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일본 파나소닉이 공급하는 테슬라의 전기차용 배터리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선두권의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도 ‘아픈 구석’이 있다. 리튬이온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나 음극재를 대부분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제조기술을 가졌더라도 핵심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 시장경쟁력을 유지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화학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포스코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소재부문의 투자를 늘려가는 포스코를 안정적인 소재 공급선으로 삼는 것과 함께 2차전지의 핵심 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2013년 11월 중순 김준식 포스코 성장투자사업부문장(사장)과 ‘톱 매니지먼트 미팅(TMM)’을 갖기도 했다. 포스코는 삼성SDI 등 다른 배터리 제조업체와도 사업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이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어떤 시장이건 ‘초반의 승기’를 잡는 자가 매우 유리한 고지를 밟는다는 건 틀림이 없다. 글로벌 시장은 ‘전기차 시장’을 무대로 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다. 이 전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돌격부대(기업)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보급선(정부)의 임무 또한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 후끈 국내 인프라는 태부족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역희망박람회’ 대전광역시관에서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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