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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일본 혐한(嫌韓) 광풍의 속살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日 출판계 장악한 ‘혐한’ 마케팅

  •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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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일본 아마존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른 ‘보한론’.

이들은 과거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한 진보적 역사관을 ‘자학주의사관’으로 규정하고, ‘올바른 애국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 일본의 전쟁은 정당했고 연합국은 부당했다고 재평가하려 했다. 또한 한일합병은 아시아의 해방과 공영의 길을 모색한 것으로 한국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측면에서 재조명돼야 한다는 주장을 공론화했다.

1993년 자민당에 설치된 ‘역사검토위원회’에는 나중에 총리를 지낸 하시모토 류타로와 모리 요시로, 그리고 젊은 시절의 아베 신조 현 총리 등이 참여했는데, 이 위원회에서 1995년 발간한 ‘대동아전쟁의 총괄’은 지금도 수정주의 역사관의 교본으로 꼽힌다. 또한 1990년대 중후반에 결성된 ‘자유주의사관 연구회’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같은 민간단체에도 일본 정계와 연계된 저명한 학자와 언론인, 문화인, 경제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출판과 방송 등의 대중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역사관 심기의 유격대 노릇을 했다.

이들이 일본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영향력을 발휘한 시점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국내적으로는 장기화한 불황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었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한·중과의 외교적 갈등 등으로 지지요인이 더욱 강경해졌다.

“우리의 불행은 모두 너희 탓”

일본에 과거사 문제는 역사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해석을 둘러싼 국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문제다. 우리가 ‘극우세력’으로 부르는 그들 중 일부의 주장도 늘 갈등과 대립을 전제로 한 편 가르기 구도 속에서 상대의 논리를 공격,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정치적 논법에 의거하고 있다. 따라서 1994년부터 20년이 지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화법은 놀랄 만큼 유사하고 일사불란하다.



문제는 그들이 공격하던 진보 세력이 일본 정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매체 차원에서 흥미를 수반한 사회적 설득력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혐한류 1차 파동’ 시점이라 할 수 있는 2005년과 지금 일본 사회의 결정적인 차이다.

2009년 출범한 민주당 정권이 완전히 실패하면서 ‘양대 정당제’로서의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대립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의 ‘비둘기파’와 ‘매파’의 대립도 파벌정치의 쇠퇴와 더불어 견제와 균형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더 이상 아시아의 종주국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의 안보 위협이 높아지고, 종군위안부 문제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보수세력을 견제할 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은 결국 ‘대외강경론’이 득세할 상황을 만들어냈다. 2011년 발생한 동북대지진 또한 다양한 의견의 수렴보다는 사회가 하나로 뭉치는 대동단결의 방향으로 일본의 여론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강경론자들의 ‘공공의 적’은 국내에서 국외로, 일본인에게서 재일외국인으로, ‘자학주의사관’에서 ‘반일국가(反日國家)’로 표적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은 곧 하나이며, 하나가 된 일본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과 태도는 그 자체가 반일이자 비판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정당성이 아니라 너의 부당성”이라는 주장은 언뜻 듣기에는 유치하지만 이들에게는 낯익은 전술이다. 일본 대중매체에 불고 있는 혐한류의 언설은 제목도 내용도 다양하지만 “모두가 네 탓”이란 점에서는 분명 하나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취한다. 일본 사회의 혐한류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서도 이 관점이 유효하다. 가끔 일본 대중에게 혐한류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이 “그건 일부의 생각일 뿐”이라고 자르면서도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정말 그렇게 끔찍하게 싫어하나요?”라고 되묻는다. 그간 일본에 전달된 ‘한국이 일본을 보는 시선’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요즘 한일관계의 난타전을 보고 있으면 ‘막장 드라마’가 떠오른다. 막장 드라마는 인간의 애증이라는 심오한 문제를 다루면서 황당한 설정과 비상식적인 등장인물을 동원한다. 시청자의 욕구를 손쉽게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막장 드라마는 사회의 지탄을 받지만 선정적이고 막장으로 치달을수록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김경주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 박사(사회언어학)

2005년 한일불교문학학술상 수상

現 일본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


일본 출판계는 혐한류에 동조하는 일본 대중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혐한류 서적을 출판한다. 여기에 대중매체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혐한류 현상을 일본의 ‘병적 문화’로 치부하면서 문제시하는 데 그치고 저만의 논리를 주장한다.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합과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멸시와 적개심으로 가득 찬 채 공격을 퍼붓는 지금의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신동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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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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