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호

고대 실크로드 ‘시작’과 ‘끝’이 만나 21세기 新 문화 실크로드 열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성과와 전망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3-12-19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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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87만 명 관람…한류, 전통문화 세계에 알려
    • 경주는 실크로드의 시작이자 끝…세계가 인정
    • 지자체 창의력이 국가경쟁력 높인 모범사례
    • 3450억 생산, 1540억 부가가치 유발 효과
    • 글로벌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
    고대 실크로드 ‘시작’과 ‘끝’이 만나 21세기 新 문화 실크로드 열었다

    1 한국 전통문화 체험장의 한복 체험. 입은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 2 경상북도 각 시군홍보관과 실크로드 바자르에 몰려든 인파. 3 안숙선 명창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협연한 ‘한국 소리의 길’공연. 4 성덕대왕신종을 IT로 재현한 한국문화관 신라 유물 영상 쇼.

    21세기는 문화가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한식, 한국 드라마, K팝 등 한류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2013년 9월 터키 이스탄불을 뜨겁게 달구며 ‘코레 열풍’을 몰고온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이하 이스탄불-경주엑스포)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터키인은 물론 유럽인들에 이르기까지 487만 명이 넘는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제대로 알린, 근래 보기 드문 행사였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우리의 문화, 역사, 경제 등 다방면에서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지방의 세계화’(Glocalization·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 측면에서도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니라 지자체인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주관한, 말하자면 지역 행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를 확대 구현한 셈이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가 열린 터키 이스탄불은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도시다. 반면 경주는 대륙의 동쪽 끝에 있다. 두 도시를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실크로드다. 경주와 이스탄불은 고대 동서 문화교류의 상징 도시나 마찬가지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의 주제가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길, 만남, 동행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고대 실크로드를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현대에 맞게 되살리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 시장은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계기로 고대 실크로드가 단지 역사에만 존재하는 통로라는 인식을 넘어, 미래에까지 펼쳐질 새로운 상상과 희망의 길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실크로드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났다. 2000년을 오갔고, 다시 2000년을 이어갈 문화의 길을 열었다”며 “신(新)실크로드의 무궁한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제시한 경북도의 노력은 두고두고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실 기획 단계 때만 해도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무모해 보였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제안에 이스탄불 시는 처음엔 “1500만 인구의 세계적 대도시가 어떻게 인구 30만도 안 되는 경주와 나란히 행사를 하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입체적인 설득 작전으로 터키와 이스탄불은 사상 처음으로 외국에 그들의 안방을 내줬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 개최를 결정한 후에는 터키 측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탄불 시가 부담하기로 했던 행사장 임차료와 운영비 50억 원 외에 추가로 50억 원을 더 투입했다. 공항 입구에서부터 도심 곳곳, 공공건물을 태극기와 엑스포 홍보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터키 국영방송 TRT의 젬 귤테킨 PD가 “터키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렇게 자세하고 풍성하게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는 “대한민국 경상북도가 터키를 선점한 것”이라며 “터키와 세계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고대 문명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스탄불은 동로마와 오스만에 걸쳐 1600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로로 동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문화·역사도시로, 연간 1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 5위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이곳에서 2013년 8월 31일부터 9월 22일까지 23일 동안 전시, 공연, 영상, 체험 특별행사 등 8개 분야에서 46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에 50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모일 수 있었던 데에는 행사 장소 선정도 큰 몫을 했다. 주 행사장은 비잔틴 제국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 앞마당이었다. 또한 터키를 대표하는 사원 블루모스크, 오스만 제국 술탄들의 거처인 톱카프 궁전으로 둘러싸인 로마 시대 대경기장 유적 히포드롬 광장 등 유명 관광지가 행사의 주 무대였다. 이스탄불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조직위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동선(動線)을 잡았다. 하이룰라 젱기즈 아야소피아 박물관장은 “기독교와 이슬람, 비잔틴과 오스만, 서양과 동양이 공존하는 역사적인 곳에서 불교, 유교, 신라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가 조화롭고 신비하게 잘 어우러졌다”고 평했다.

    동서 문화의 융합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3가지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고대 실크로드의 재조명을 통해 실크로드의 동쪽 출발지가 경주였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을 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21세기 문화 실크로드’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스탄불-경주엑스포 개막식에서 “경주는 실크로드의 시작점이고 이스탄불은 실크로드의 끝 지점이다. 이 역사적인 두 도시는 동쪽과 서쪽 부분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실크로드를 재창조했다”고 선언했다.

    행사 기간에 열린 ‘동서 고대 수도문화의 만남과 융합발전’이란 주제의 ‘세계수도문화연구회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 역사학과 리 레이 교수는 ‘중국 시안 문화의 역사고찰과 동서 실크로드 전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아라비아어로 된 고대 문서에서 ‘신라를 세계의 끝’으로 간주했다. 유럽에서 중국을 통해 신라로 이어지는 육로와 초원길, 해상 무역로를 통한 실크로드는 모두 경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이스탄불-경주엑스포 외에도 경주가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중심지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도(古都)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실크로드 탐험대’를 운영하는 등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크로드 탐험대는 1차(3월 21일~4월 4일) 경주에서 시안, 2차(7월 17일~8월 31일) 시안에서 이스탄불까지 총 2만947km의 육로 실크로드를 탐험했다. 또한 경주와 중국에서 총 4차례의 국제학술회의,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경주가 실크로드 국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했음을 학술적으로 입증했다.

    이외에도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와 사마르칸트, 이란 이스파한 시 등 실크로드 주요 도시들과 자매결연·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중국 시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이란 이스파한, 터키 이스탄불, 경북 경주 등 실크로드 5개 지역엔 실크로드 기념비 및 상징 조형물도 설치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대당서시 한국관에는 황금의 나라 신라를 대표하는 천마총 금관 등 금장식 일체의 실물 크기 모형을 기증하고, 경상북도 최고의 전통 목조건축 장인을 파견해 금관 보호각인 팔각정 시공까지 마쳤다.

    경북도는 또한 실크로드 최고의 권위자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저술로 국내 최초 실크로드 사전을 편찬했으며, 실크로드 도록도 출간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크로드 연구가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터키에 흘러든 ‘문화 한류’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망라한 국보급 콘텐츠로 ‘문화 한류’를 이끈 것이다.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진수를 보여준 ‘한국의 소리 길’, 신라를 소재로 한 뮤지컬 ‘플라잉’과 ‘신국의 땅 신라’, 전국 13개 시도군의 민속공연은 공연 때마다 기립박수를 받았다. 국기 태권도를 시범공연할 때는 “하리카(훌륭하다, 멋지다)!”라는 탄성이 이어졌다. ‘한-터키 태권도 교류의 날’에는 터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등 수천 명이 찾아와 태권도 사랑이 종주국 못지않음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의 찬란한 전통문화에 IT로 새 생명을 불어넣은 ‘한국문화관’과 ‘신라 선덕여왕과 오스만 제국 무사들의 퍼레이드’는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아름다운 한복, 사진작가 김중만·구본창 씨가 한국의 혼과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유적 등 한국의 숨결을 사진으로 보여준 ‘한국 대표작가 사진전’ 등은 관람객들을 한국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외에도 ‘한-터키 문학 심포지엄’을 통해 양국은 처음으로 문학 학술행사를 치렀다. 터키 문인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반응이 대단했다.

    터키에서 최초로 공연된 K팝 콘서트에는 터키뿐 아니라 이란, 불가리아, 그리스, 프랑스, 독일 등 인근 국가와 유럽에서 9000여 명의 한류 팬이 몰려와 열광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가 ‘문화 한류’ 붐을 일으키며 ‘코리아 프리미엄’의 주역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대 실크로드 ‘시작’과 ‘끝’이 만나 21세기 新 문화 실크로드 열었다

    전통 패션쇼에서 이영희 디자이너(가운데)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고대 실크로드 ‘시작’과 ‘끝’이 만나 21세기 新 문화 실크로드 열었다

    한국콘텐츠 홍보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터키 소녀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둘러본 이배용 전 국가브랜드위원장은 “문화융성시대 경주의 찬란한 문화가 이스탄불에서 다시 꽃피어날 때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행사였다”며 “고품격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세계에 알리고 따뜻한 ‘온류(溫流)’를 흐르게 한 경북도의 선견지명과 미래지향적인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도 “한국 문화를 동서양 문화의 접경지인 이스탄불에 크게 떨침으로써 한국 문화가 아랍과 아시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는 의미 있고, 좋은 행사였다”며 특히 “이스탄불 전역에 걸쳐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었던 점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격찬했다.

    이처럼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과거 실크로드로 이어졌던 경주와 이스탄불의 교감을 뛰어넘어 한국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확산시킴으로써 글로벌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신호탄이 됐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큰 효과를 거뒀다. 당장 터키에서 최초로 열린 한국 상품 단독전시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에는 한국 중소·중견기업 99개사와 터키 최대의 가전업체 아르첼릭을 비롯한 약 250개 터키 기업과 중동, 동유럽 등 인근 국가 바이어 120개사가 참가했다. 모두 1300여 건의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다. 두 나라의 경제, 산업교류를 확대하는 장이 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스탄불-경주엑스포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직간접적 생산유발효과는 345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540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6400명으로 추산했다.

    실크로드 동반자 관계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지방자치단체가 한국이라는 지역적 범위를 벗어나 국제사회로 나아간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또한 경주와 신라라는 경북지역의 문화 특성을 활용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우리 고유 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문화융성을 선도한 첫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경북도가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국제무대에 당당히 진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경북도와 경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행사 기간 중 CNN 같은 유수 언론과 터키 국영방송 TRT 등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대한민국, 경북도, 경주시가 부각됐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역사문화와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경상북도 경주시 홍보관’에는 1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다녀갔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조직위가 행사 기간 중 이스탄불-경주엑스포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행사 관람 후 한국이나 경주 방문 욕구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관람 전에 비해 관람 후 한국이나 경주 방문을 희망하는 터키인 비율이 18.2%p 증가했다. 영어권 관광객들은 31.6%p나 늘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서철현 대구대 관광축제연구소장은 “터키인은 물론 서구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한 결과”라며 “행사에 참가한 각 공연 팀의 수준이 매우 높은 데다 우수한 운영 수준을 보여줌으로써 한국과 경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한국과 터키가 6·25전쟁 이후 가진 가장 큰 만남이었던 만큼 한-터키 우호관계에도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다. 엑스포를 계기로 양국과 양측 지자체는 매년 또는 정기적으로 교류행사를 개최해 관계를 지속해나가자는 데 동의했다. 또한 한·터키 외에 실크로드상의 국가들을 전략적 동반자로 흡수해 글로벌 문화융성 시대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실크로드 인 경주’

    양측은 교류 분야를 문화·스포츠, 산업·통상, 인적교류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화·스포츠 분야에는 이스탄불 시가 제공하는 부지에 ‘한국공원 조성 및 상징조형물 건립’,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세계문화엑스포 기념관 건립’, 태권도 기술 전수 같은 ‘한-터키 스포츠 교류 활성화’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산업·통상 분야는 ‘한-터키 무역투자협력위원회 설치’ ‘이스탄불-경북 상공회의소 자매결연 체결’, 새마을운동 등 ‘농업정책 및 기술교류 협력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인적교류 분야는 각 지자체에 상호 주재원 파견, 대학 간 자매결연 장려, 포항제철공고 유학프로그램 운영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터키 이스탄불 시에서는 후속사업으로 ‘포스트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11월 대규모 실무추진단과 공연단이 방한하기도 했다. 이스탄불 시 방문단장인 압둘라만 쉔 문화사회실장은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통해 경주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가 터키와 세계인들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각인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주시, 경상북도와의 문화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터키와 이스탄불을 한국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2014년 경주에서 터키를 소개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무추진단은 2014년 가을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이스탄불 인 경주(Istanbul in Gyeongju)’(가칭)에 대해 협의하고 행사 장소 후보지인 경주예술의 전당, 동리목월문학관 등을 둘러봤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가 한국의 문화를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에서 선보인 행사라면 ‘이스탄불 인 경주’는 터키의 문화를 한국의 역사문화수도 경주에서 소개하는 행사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해양 실크로드 재조명

    1996년 설립된 조직위는 이스탄불-경주엑스포 이전에도 국내에서 5차례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치렀고, 2006년엔 캄보디아 앙코르에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한 바 있다. 조직위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명품 문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동우 조직위 사무총장은 “엑스포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을 통한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엑스포 기능과 인력을 전문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로 만들기 위한 훈련, 교육, 네트워크 강화에 더욱 주력하고, 엑스포를 문화융성의 구체적인 실천 현장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직위는 이스탄불-경주엑스포에 이어 2015년 경주에서 중국,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터키 등 실크로드 상의 나라들을 초청해 ‘실크로드 문화엑스포’(가칭)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15년 경북에서 열리는 세계 물 포럼, 군인체육대회와 연계해 알차게 치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에는 앙코르, 이스탄불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치를 계획이다.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크로드 해로(海路)에 있는 역사문화도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에 앞서 2014년에는 해양수산부, 한국해양대학교와 공동으로 실크로드 해로를 재조명하고 탐험하는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우 조직위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엑스포를 치르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정한 것이다. 2017년 엑스포도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고대 무역의 통로였던 실크로드의 동쪽 출발점이 경주라는 것에 착안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신 실크로드라는 새로운 한류 문화 진출의 길을 만들어낸 경북도의 진취적 도전과 참신한 아이디어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Interview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한국 대표하는 명품 문화 브랜드로”

    고대 실크로드 ‘시작’과 ‘끝’이 만나 21세기 新 문화 실크로드 열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주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경북, 나아가 한국을 세계에 알린 알찬 콘텐츠였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로부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터키 현지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행사가 계속된 23일 동안 내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엑스포를 보기 위해 터키 전역뿐 아니라 그리스, 프랑스, 독일, 이란 등지에서도 찾아왔습니다. 세계 관광객들은 한국 문화와 조우한 것을 특별한 행운이라고 여겼습니다.”

    ▼ 반응이 특히 좋았던 행사를 소개한다면.

    “아야소피아성당 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은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대표 콘텐츠인 ‘한국문화관’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외관은 한국대표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를 모티프로 해 지었고, 내부 전시관은 에밀레종을 비롯해 신라 유물들을 재현해내는 등 전통문화와 IT를 결합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라 화랑을 소재로 하는 넌버벌 공연 ‘플라잉’, 선덕여왕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신국의 땅 신라’와 민속공연 등 고유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도 큰 인기였습니다. 전통문화 체험장(한복 입어보기, 신라금관 만들기 등)에도 하루 종일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우리 문화를 다채로운 경로로 세계에 알렸네요.

    “세계 5대 관광지라는 이스탄불, 그것도 터키 최고의 명소인 아야소피아 박물관 앞에서 한국을 크게 홍보했습니다. 한국 문화의 정수가 유럽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와 한류 확산의 새 지평을 연 것이죠.”

    ▼ 이번 엑스포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그동안 실크로드의 출발점은 중국 시안이라는 게 국제적인 통설로 통했습니다. 이번 엑스포가 고대 동서 문화의 교류에서 간과돼온 경주를 세계 문명 교류의 한가운데로 불러낸 것입니다.”

    전통문화와 IT 결합 큰 호응

    ▼ ‘실크로드’를 매개로 경주를 세계적인 도시들과 연결한 발상이 눈길을 끕니다.

    “지방의 창의적인 발상이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 모범 사례라고 자부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2월 2일 안동을 방문해 경상북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난 9월에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우리 문화의 유럽과 중동지역 진출 교두보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경북이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노력하는 데 정부도 적극 뒷받침해나갈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 이번 행사가 한-터키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겠군요.

    “역사적으로 터키는 우리와 매우 각별합니다. 터키 투르크(돌궐) 민족의 본향은 중앙아시아로 고구려 때부터 혈맹이었습니다. 경주와 이스탄불은 고대 동서양의 문물이 오고갔던 실크로드의 기점이자 종착지였고요. 6·25전쟁 때는 1만5000명을 파병해 우리를 도왔습니다. 터키에서는 한국을 ‘칸카르데쉬(피를 나눈 형제)’라고 합니다. 엑스포를 계기로 한·터키 간의 협력과 우호관계가 증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 준비 과정이나 행사를 진행하며 아쉬웠던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었다면.

    “공동 개최국인 터키와 문화(이슬람권), 언어, 행정 시스템의 차이로 행사 준비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외국인 관람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문화 체험장과 공연장 모니터, 전시관에 한국어, 터키어, 영어 3개 국어로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상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간략한 소개만 했습니다. 좀 더 상세한 설명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비점은 보완해 다음엔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 2006년엔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렸죠.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은 ‘우리나라 지자체 문화행사 수출 1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 불가사의인 ‘앙코르와트’ 유적군에서 열렸는데 캄보디아 최대의 문화행사로도 손꼽힙니다.”

    ▼ 이번 행사를 당시 행사와 비교해본다면.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전시관, 부스 등은 유럽에서 통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만들었고, 행사 프로그램 구성도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주요 콘텐츠에는 첨단 IT를 융·복합해 선보였습니다. 한류와 국보급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행사를 펼쳤습니다. 무엇보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국가 차원의 행사로 진행됐습니다. 정부기관, 기업, 문학·예술계, 국민이 적극 동참했습니다. 또한, 한류와 문화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등 콘텐츠, 장소, 참여범위 등이 괄목상대할 만했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관광 중심지 경북

    ▼ 엑스포 열기를 경상북도 관광으로 이끌어 내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데요.

    “이번 엑스포는 경북을 한국 대표 문화관광의 고장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 최대의 관광도시를 빌려 경북을 홍보한 것이죠. 구체적인 효과는 차근차근 나타나겠지만 경북 관광의 엔진 역할을 한 것입니다. 차기 행사인 2015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세계 물 포럼, 세계군인체육대회 등 경북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와 연계해 맞춤형 관광상품을 개발함으로써 경북이 동아시아 관광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모퉁잇돌이 될 것입니다.”

    ▼ 이스탄불, 앙코르와의 교류는 어떻게 이어갈 계획인가요.

    “문화를 통해 길은 열었으니 이젠 교류 극대화로 실리를 챙겨야 합니다.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 이후 2010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양국 문화통상교류센터를 건립해 문화, 통상, 관광의 거점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도 공동선언문을 통해 양측의 지속적인 교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엑스포를 기념해 이스탄불에 한국공원을 조성하고, 대한민국 상징 조형물도 건립할 계획입니다. 2014년에는 이스탄불 시에서 경주로 와서 터키 문화축제를 엽니다. 문화를 통한 양국 간 새로운 국제협력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 향후 엑스포 추진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습니까.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세계 최초의 문화박람회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포함해 국내에서 다섯 차례, 해외에서 두 차례 열렸습니다. 목표는 융합을 통한 문화산업, 세계와 소통을 통한 문화외교 실현입니다. 추진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 경주엑스포공원을 국제적인 문화 테마파크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경주엑스포공원에는 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 등을 건립해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문화 명소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무대로 본격적으로 나아가 문화국가의 자존을 확인하고 새로운 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경주엑스포 개최와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문화를 통한 세계화, 문화수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포스트 이스탄불-경주 엑스포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추진하게 됩니다.”

    ‘킬러 콘텐츠’ 개발

    ▼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무엇인가요.

    “경상북도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을 통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육로)를 개척해 국제공인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육로 거점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소통을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2015년에는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7개국을 초청해 경주에서 실크로드 문화엑스포를 개최, 실크로드 연구와 문화융성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2014년에는 실크로드 해로(海路)를 잇는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를 출범해 해양실크로드를 문화·역사적으로 재조명할 계획입니다. 2017년에는 실크로드 선상국가 중 역사문화도시에서 해외 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문화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과제라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성공의 관건은 수준 높은 콘텐츠에 달려 있습니다. 신라와 경북의 혼을 담아내야 합니다. 우리 문화의 핵심과 정수를 담은 특화된 콘텐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킬러 콘텐츠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와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한-터키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실크로드 선상국가들과 협력 발전을 도모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문화산업 브랜드로 도약해야 합니다.”

    ▼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텐데요.

    “지방정부만으로는 어렵고, 재정·외교 등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깊이 있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고 이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진정성 있는 설득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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