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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탐방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호남불교 변화 이끄는 선운사

  • 유철주 | 불교자유기고가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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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乘의 중심에서 초기불교 외치다

초기불교 연구 1세대이자 대학원장으로 후학을 이끄는 재연 스님은 “2년 과정을 마친 뒤에도 학인들이 더 공부할 수 있도록 3년 기간의 연구과정을 개설했다. 연구과정까지 마치면 강사로서 초기불교를 더 많은 대중에게 전할 수 있는 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연 스님은 왜 초기불교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불교는 고통의 세계를 열반의 세계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단 풍토는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어요.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확실한 이해 없이는 불교가 불교일 수 없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원형에 가깝게 유지된 것이 초기불교의 빨리어로 기술된 빨리 삼장(三藏)이지요. 경(經)·율(律)·논(論) 삼장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정견(正見)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출발이 바로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재연 스님 또한 여느 스님과 마찬가지로 대승(大乘)불교를 공부했다. 그러나 공부를 해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 초기불교로 눈을 돌렸다.



“특별히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학인스님들을 지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경전의 성립과 후대에 일어난 주요 논쟁의 핵심과 흐름을 파악하고 △사성제, 팔정도, 37조도품을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숙지하며 △사마타-위빠사나 수행 관련 경전을 선별해 읽고 수행체계와 내용을 숙지하게 합니다. 또한 △빨리어 및 산스크리트 사전 활용을 위한 문법을 익히고 △한역 ‘아함경’과 빨리 경전의 용어 원리를 이해하며 △불교에 관한 모든 논의의 틀과 방증의 근거를 경전에 두도록 지도하려 합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학인스님들과 눈을 맞춰가며 차츰 정진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학감 성륜 스님은 “대학원이 초기불전이 제시하는 부처님의 세계관과 실천체계를 연구하고, 연구와 실천을 함께하는 수학풍토를 정립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전문 역량을 갖춘 교육 교역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에 두루 밝은 조계종단의 한 스님은 “아마 대학원이 영남 지역의 대형 사찰에 개설됐다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며 “불교세가 많이 약한 호남에서, 그것도 초기불교 관련 대학원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선운사가 이렇게 대학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주지 법만 스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덕분이다. 대학원에 지원되는 연간 공식 예산만 2억 원이 넘는다. 식비와 숙소 관리비 등 산출할 수 없는 예산까지 더하면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액수는 예산의 배 이상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선운사는 혁신을 거듭하며 호남의 대표적 모범 사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최근 일반 대중에 판매용으로 선보인 선운사 보은염.

지역사회 복지문화공동체

법만 스님이 선운사 주지를 처음 맡은 것은 2007년. 당시 법만 스님은 교구본사 주지 중 최연소였다. 출가 이후 줄곧 선방에서 정진만 하던 스님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법만 스님은 주지가 된 직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법만 스님은 먼저 노스님들을 위해 선운사 인근에 노후수행마을을 조성했다. 노후복지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불교계에서 노스님들을 위한 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덕분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노스님들은 함께 생활하며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들 노스님에겐 수행연금은 물론 의료 지원이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그뿐만 아니라 법만 스님은 전북지역 최대 규모의 복지시설인 고창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해 복지시설 5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고창군 뉴타운 내에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어린이집 인근에는 조만간 불교회관과 청소년문화센터가 들어선다.

법만 스님이 최근 들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보은염(報恩鹽)’의 상품화다. 백제 위덕왕 24년(577)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 선사는 전란을 피해 떠돌던 전쟁 유민에게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굽는 방법, 즉 자염(煮鹽)을 알려줘 생계를 잇게 했다. 이에 유민들이 검단 선사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선운사에 소금을 보시하면서 보은염이 유래했고 이 같은 전통이 1500년간 이어져왔다.

법만 스님은 “오래전부터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보은염을 만들게 됐다”며 “보은염 판매 수익금은 선운사복지재단이 추진하는 교육·복지 사업에 모두 쓰인다”고 전했다. 보은염 시판은 지역주민에게 공덕을 베푸는 회향(回向)의 불사다. 보은염은 지역주민과 선운사가 함께 생산한다. 사찰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다보니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법만 스님은 “(보은염 시판이) 앞으로는 사찰 운영을 신도와 참배객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입 다변화를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보은염은 선운사와 지역주민, 지자체가 함께 생산해 품질을 보증할 수 있고, 유통구조를 최소화해 가격 거품을 뺐다”며 “당장 수익을 낼 거라 기대하진 않지만 품질로 승부를 낸다면 2~3년 안에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찰과 지역주민, 지자체에 모두 이익을 주는 수익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원 운영과 노후수행마을 조성, 보은염 시판과 같은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지문화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는 선운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신동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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