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호

‘安 신당’ 바람몰이 기대 공개된 인물로는 “글쎄?”

6·4 지방선거 반 년 앞으로…요동치는 호남 민심

  • 입력2013-12-20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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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 신당’ 바람몰이 기대 공개된 인물로는 “글쎄?”

    안철수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은 12월 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발표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차기 주자에게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2016년 4월 총선은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전국 각지에 지지세를 확산시켜줄 핵심 인력을 포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인재 영입에 나선 것도 멀리 보면 대선 행보의 일환인 셈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안철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안 의원은 호남과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약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6월 지방선거는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신당 후보 간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연 호남 표심은 어느 당 후보를 택할 것인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민주당 후보에게 또 기회를 줄까, 아니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안철수 신당 후보를 지지할까.

    PART 1 광주·전남

    광주ㆍ전남지역을 비롯한 호남권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직후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는 실망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최근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하자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 않다. 어느 쪽이 우세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결국 광주·전남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지역 주도권을 놓고 겨룰 핵심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홍성장 | 전남일보 정치부 기자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선정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9월, 광주·전남지역에선 이채로운 장면이 목격됐다. ‘내가 안철수 신당 ○○구청장 후보로 나갈 것’이라며 공언하고 다니는 이가 부쩍 늘어난 것. 광주·전남지역 실행위원이 발표되자 실행위원에 포함된 이들은 자신이 안철수 신당의 기초단체장 후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해했다. 공직 사회에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고위 공직자들의 퇴직 바람이 불었다. 정년을 3~4년 앞둔 광주시청 국장급(3급·지방부이사관) 인사가 안철수 신당 후보로 모 구청장 선거에 나가기 위한 결정이라며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했다. 얼마 뒤 정년을 1년 앞둔 또 다른 국장급 인사도 ‘○○구청장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간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곧이어 또 다른 국장급 인사도 같은 선택을 했다. 전남도청 모 국장도 같은 이유로 공직을 떠났다.

    광주·전남지역의 관심은 안철수 신당에서 어떤 인물을 내놓을 지에 쏠려 있다. 민주당보다 열세인 지역적 기반을 뒤집으려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선거에 나설 안철수 신당 후보군으로 여러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아직 파괴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안철수 신당은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되, 뚜렷하게 지지세를 확보할 만한 요소를 못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민주당 후보군은 벌써부터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둔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호남을 향한 민주당의 바람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했지만 정통 야권의 뿌리를 통해 계승된 민주당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광주시장

    강운태-이용섭 리턴매치 주목

    윤장현 등 ‘안철수맨’ 파괴력은 미지수

    ‘安 신당’ 바람몰이 기대 공개된 인물로는 “글쎄?”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강운태 현 시장을 비롯해 이용섭, 장병완 국회의원, 장하성 고려대 교수, 윤장현 광주·전남비전21 이사장, 이상갑 내일 기획위원,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민주당 후보로는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 간 대결 양상이 뚜렷하다. 이들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한 차례 대결한 바 있다. 당시 강운태 시장이 37.80%의 지지를 얻어 37.35%를 얻은 이용섭 의원을 0.45%p라는 박빙의 차로 누르고 광주시장 후보가 됐다.

    이번 민주당 후보 경선도 강 시장과 이 의원 간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강 시장은 이미 재선을 위해 내부 조직 가동에 나섰고, 이 의원도 광주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얼마 전 광주지역 정치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할지 등에 대해서는 ‘장고(長考)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강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과 지역 내 조직력 등을 내세워 다소 앞서는 형국이다. 강 시장은 2008년 광주 남구 국회의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지병문 후보를 눌렀을 정도로 지역 내 조직력이 탄탄하다. 이용섭 의원이 쉽사리 결단을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진단이다. 그렇다고 강 시장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만도 아니다. 재임 기간 빚어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민주당 중앙당과 관계가 멀어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윤장현 카드 먹힐까

    안철수 신당 후보로는 윤장현 광주·전남비전21 이사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성호 전 복지부 장관, 이상갑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윤장현 이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감으로 꼽힌다. 신당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 인사 중 유일하게 광주시장 출마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윤 이사장은 최근 안철수 신당을 위한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광주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다른 후보군은 안철수 의원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이끌고 있는 장하성 교수와 김성호 전 장관, 이상갑 변호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매개로 한 안 의원과의 친분 때문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안철수 신당이 광주에서 어느 정도의 바람을 일으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신당 출범이 구체화하면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까지 윤장현 이사장, 장하성 교수, 이상갑 변호사, 김성호 전 장관의 지역 내 인지도가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군보다 높은지는 의문이다.

    다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신당이 광주와 전남을 전략지역으로 선택해 안 의원이 직접 지원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많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여부 역시 민주당 텃밭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달렸다.

    전남지사

    이낙연-주승용 샅바 싸움

    박지원 다크호스 부상

    ‘安 신당’ 바람몰이 기대 공개된 인물로는 “글쎄?”
    전남도지사 선거전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라 있다. 3선인 박준영 전남지사가 선거법상 더 이상 출마할 수 없어 차기 전남지사 자리가 사실상 무주공산이기 때문. 안철수 신당이 파괴력을 갖는다면 전남지사 선거전은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신당 후보 간의 대혈투가 불가피한 상황. 그러나 신당이 기대만큼 지역민에게 다가서지 못한다면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전남지사 선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후보군으로는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 김영록 의원이 선거 행보에 나선 상태다. 이 의원과 주 의원은 출마를 공식화하고 전남지역 곳곳을 누비며 민주당 경선에 대비하고 있다. 두 의원은 경쟁하듯 선거캠프 진용 갖추기에 나서는 등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영록 의원도 보폭을 넓히고는 있지만, 지역에서는 이 의원과 주 의원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태풍의 핵 박지원

    민주당 경선은 현재로서는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 간 ‘2파전’ 양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의원은 4선 중진 의원이며 주 의원은 도의원부터 시장,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둘의 경합은 ‘백중지세’다. 이 의원은 지역구인 영광·함평·장성·담양을 기반으로 전남 서부권을 다지고 있고, 주 의원은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서부권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도지사 출마 여부는 ‘태풍의 핵’이다. 박 의원은 지사 출마 여부에 대해 겉으로는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보해저축은행 등지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2년형을 구형받은 상황이어서 정치적 변화를 도모할 처지도 아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측근들에게는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안철수 신당 후보군으로는 김효석 전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오르내린다. 안철수 의원의 멘토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김효석 전 의원의 출마설은 오래전부터 끊이질 않았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위한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며 김 전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그의 전남지사 출마설이 급부상했다. 김 전 의원이 최근 광주·전남 발전구상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지역 출신의 학계·재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광주·전남 발전전략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실상 전남지사 출마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안철수 신당의 전남지사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언하면서 전남지역 행사장을 누비며 얼굴 알리기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 전 군수는 다른 후보군에 비해 지역 내 인지도가 다소 떨어져 안철수 신당이 과연 그를 전남지사 후보로 전면에 내세우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광역단체장과 달리 광주·전남지역 기초단체장의 경우 안철수 신당 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 대부분의 정치적 무게감은 민주당 후보군보다 떨어진다. 말 그대로 ‘미완의 대기자’가 많은 상황.

    광주를 비롯해 목포·순천·광양·여수시 등 도시권 지역은 안철수 신당 바람을 기대하는 이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그에 반해 전남의 다른 군 지역에선 신당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부분 농촌지역인 데다, 민주당의 오랜 텃밭으로 상당한 지지 기반이 있고, 노령층이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에선 서구가 가장 분주하다. 이춘문 시의원, 신광조 전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신현구 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안철수 신당 후보를 자처하면서 현역인 김종식 서구청장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민주 우세

    광산구에선 서종진 전 광산구 부구청장, 유재신 전 시의원, 김옥봉 정책네트워크내일 실행위원, 정선수 전 광주시공무원교육원장이 민주당의 민형배 구청장, 송경종 시의원과 맞설 신당 후보군을 자처하고 있다.

    동구에선 양혜령 전 시의원, 임택 전 구의원, 오형근 정책네트워크 내일 실행위원이 신당 후보로 현직인 민주당 노희용 구청장에게 도전장을 낼 태세다. 북구에서는 민주당의 송광운 현 구청장과 조호권·문상필 시의원 등이 민주당 후보로, 이에 맞설 신당 후보군으로 곽복률 전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와 김병도 전 북구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남구에서는 최영호 구청장에 맞설 신당 후보로 서정성 시의원 등이 손꼽힌다.

    전남에서는 현 시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광양시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민주당에서는 김재무 전남도의회 의장과 김재휴 광양녹색미래연구원장, 이정문 광양시의장이 공천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이에 맞설 신당 후보군으로는 정인화 전 전남도 관광문화국장, 박두규 광주전남시민포럼 공동대표, 김현옥 전 김대중 대통령후보 광양시 선대위 공동위원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순천시장 선거에선 조충훈 시장이 무소속이라 민주당에서 기도서 전남도의원과 허석 전 순천시민의신문 대표 등이 도전장을 던질 전망이다. 신당 후보군으로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실행위원에 선임된 안세찬 순천 북부새마을금고 이사장과 구희승 변호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종득 시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목포시장 선거전도 치열할 듯하다. 현재 시장 출마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인물은 김종익 목포살림연구소장, 김삼열 목포신항만 대표이사, 박홍률 목포희망 21세기포럼 대표, 배용태 전남도행정부지사, 이광래 국제신탁 감사, 이상열 변호사, 장복성 목포 대성동 재개발대책위원장, 홍영기 새목포비전연구소 대표 등이다. 김종익 소장은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할 예정이며, 나머지 7명은 민주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여수시장 선거 구도는 무소속 김충석 시장을 중심으로 민주당 후보, 안철수 신당 후보 등이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군으로는 송대수 전남도의원과 김영규 여수시의원, 신당 후보군으로는 김동채 여수경영인협회장과 주철현 변호사, 남태룡 제일화학대표 등이 꼽힌다.

    PART 2 전북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보장됐던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의 민심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관행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때 이른 전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때 바람몰이를 한 ‘안철수 현상’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 안철수 현상은 민주당 일당 독식 구조의 전북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 기세다. 민주당 외에 별다른 대안 정당을 찾지 못하던 전북도민들에게 ‘새 정치’를 내건 안철수 진영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안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박영민 | 전북일보 정치부 기자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전북은 특히 그 충성도가 높았다. 도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후보들에게 몰표를 주며 지역 발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도민들의 일방적 지지에도 도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도 벗지 못했다. 갈수록 낙후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서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민주당 일변도의 전북 민심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도민들은 새누리당 후보에게 많게는 35%가 넘는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고, 민주당 중진이 다른 야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13.22%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크게 위기감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진짜 위기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해 양보하고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복귀하면서 시작됐다.

    50% vs 17%

    출범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은 2013년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1위 새누리당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3위 민주당과 격차는 벌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안철수 세력은 전북에서 민주당보다 최대 2배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다.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전국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상대로 안철수 신당 등장을 가정하고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은 13.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안철수 신당은 26.9%로 두 배 가까운 지지율을 끌어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의 격차는 더 컸다. 안철수 신당은 50.4%로 17%를 얻은 민주당에 3배 가까이 앞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호남은 민주당에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민주당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북 14개 시·군 중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주시다. 전주에는 도민의 3분의 1이 거주한다. 익산시와 군산시가 그 뒤를 잇는다. 이들 3개 도시 주민 수는 전북 인구의 3분의 2에 달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에 안방을 내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물론 안철수 신당의 미래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볼 때 2014년 지방선거에선 인물과 정책 대결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큰데 안철수 신당 측에서 명망 있는 인물을 영입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안 의원 측은 지난 9월 28일과 11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전북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86명을 발표했다. 실행위원 명단을 접한 도내 정가의 평가는 차가웠다. ‘그 나물에 그 밥’ ‘민주당 2중대’와 같은 혹평이 잇따르면서 민주당에선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민주당은 180만 도민의 25%에 달하는 45만 명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 안철수 쪽의 인물이 시원찮으면 조직력이 막강한 민주당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의 성패를 결정지을 변수는 또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다. 지난 12월 5일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위원회를 가동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택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새누리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의원 측으로서는 기초단체장 공천제가 유지되면 신당 출범을 앞당겨 당 대 당 대결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공천제가 폐지되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공천제 폐지와 존속은 민주당과 맞대결이 예상되는 전북의 지방선거 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6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전북도민의 관심은 ‘지방선거의 꽃’이라 하는 도지사 선거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울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양 진영의 도지사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도내 14개 시·군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판가름 난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우선 민주당은 김완주 현 전북지사의 3선 도전 여부가 변수다. 김 지사는 연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초 불출마 계획을 갖고 있던 김 지사 의중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추석을 전후해 측근들의 세(勢) 결집 활동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당내 경선 준비를 위한 당원 모집도 이어지면서 출마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불출마로 기울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북지사

    치열한 3파전 속 정동영 출마 변수

    ‘安 신당’ 바람몰이 기대 공개된 인물로는 “글쎄?”
    신당의 깊어가는 고민

    이런 가운데 재선의 유성엽 국회의원과 송하진 전주시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도당 관계자는 이들이 모집한 당원이 수만 명에 달한다고 전한다. 당내 경선 대비를 그만큼 치열하게 해왔다는 얘기다. 두 사람 외에 민주당 도지사 후보군으로는 3선의 김춘진 의원과 임정엽 완주군수가 거론된다. 여기에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출마설도 간간이 흘러나온다.

    정동영 고문의 도지사 출마설 배경에는 안철수 신당이 있다. 안철수 신당 측이 2014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전북에서 거물급 도지사 후보를 내세우면 민주당으로서는 경쟁력이 월등한 정동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의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안철수 신당의 고민이 더 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에서의 바람몰이를 위해서는 새 정치 이미지에 부합하는 거물급 인사를 내놓아야 하지만 인재 영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3선 경력의 강봉균 전 국회의원과 두 차례 접촉하며 꽤 공을 들였다. 그러나 강 전 의원은 12월 2일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성공하길 바라며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현실 정치에 나설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 진영은 강 전 의원 외에도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의원 3선 이상이나 장관급 출신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와 별도로 조배숙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의원은 안 의원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인물 찾기를 본격화하면서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준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김경안 위원장은 도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중앙에서 활동하는 전북 출신 인사 차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군으로는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과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당내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로 나섰던 정운천 전 도당위원장과 함께 전희재 중앙당 제2사무부총장이 거론된다.

    기초단체장 대거 물갈이 예고

    전북의 6월 지방선거는 14개 시·군 기초단체장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 상황에 따라 최대 10곳 안팎에서 시장·군수 교체가 가능하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기초단체장 교체의 물꼬는 송하진 전주시장이 먼저 텄다. 그는 2013년 6월 전주·완주 통합 주민투표를 앞두고 기득권을 버린다는 차원으로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강완묵 임실군수가 8월 22일 대법원 판결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공석이 됐다. 또 이강수 고창군수와 장재영 장수군수는 3연임을 끝으로 더는 출마할 수 없는 처지.

    임정엽 완주군수도 3선 도전보다는 전주시장이나 도지사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소 5개 시·군의 단체장이 바뀔 전망이다. 여기에다 ‘인사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호수 부안군수, 가족과 친인척, 군청 공무원이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선 진안군수, 황숙주 순창군수, 홍낙표 무주군수도 변수로 떠올랐다.

    도내 시장·군수 교체 폭을 확대하는 동력은 또 있다.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철수 신당이다. 신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오면 비교적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 등의 현직 단체장도 손쉬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도내 14개 기초단체장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2006년 장수, 순창, 고창을 제외한 11곳에서 새 인물이 당선돼 최대의 교체 폭을 보였다. 2010년에는 정읍, 남원, 임실에서 새로운 시장·군수가 나왔다. 앞서 2002년에는 전주, 군산, 남원, 김제, 진안, 무주, 임실을 제외한 7곳의 시장·군수가 바뀌었다. 1998년에는 전주, 남원, 부안만 기초단체장이 교체됐다.

    지역 정가는 기초단체장 11명이 교체된 2006년 5·31선거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맞대결로 치러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의 대결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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