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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전면 무상보육 시행 1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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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하지만 상당수 민간어린이집은 정부에서 받은 표준보육비를 원래의 목적대로 쓰지 않고 회계를 조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동아’가 입수한 서울 모 어린이집 회계장부에는 원장의 남편, 아들 등 가족을 교사로 허위 등록해 정부지원금을 받은 후 그 돈을 원장이 수취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등록 원아가 28명인 이 어린이집은 2년간 정부지원금 1억2500만 원을 불법으로 빼돌렸다.

표준보육비에서 비중이 가장 높고, 그만큼 문제가 많은 것이 교사 인건비다. 지난 10월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교사를 허위 등록해 수천만 원대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어린이집원장 A씨를 적발했다. 보육교사 B씨 진술에 따르면 A씨는 B씨를 8시간 근무하는 정교사로 채용했다고 정부에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하루 7시간 30분 근무하고 75만 원의 월급을 주겠다는 이면 계약을 맺었다. 원장 A씨는 처우개선비 등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B씨 통장에 98만 원을 선입금한 후 20여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지난 9월 경기 시흥경찰서가 입건한 어린이집원장 C씨도 보육교사를 시간제로 채용해놓고 정교사로 등록해 정부 지원을 받았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 D씨는 “민간어린이집은 조리사의 인건비를 정부에서 100% 지원받는데, 상당수 민간어린이집이 조리사를 허위 등록해 보조금만 받고 정작 요리는 보육교사에게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한 교사가 조리를 하는 동안 다른 보육교사는 옆 반 아이들까지 10여 명을 한꺼번에 돌봐야 한다.

“100명에게 고등어 2마리”

급·간식비도 유용하는 사례가 잦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아이들의 식사다. 표준보육비에서 할당된 아이 1인당 급·간식비는 하루 1158원(0세)~ 2204원(5세). 보건복지부 지침‘보육사업안내’에는 “급·간식비로 1인당 최소 1745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직교사 D씨는 “실질적으로 1745원에 맞춰 식사를 주는 어린이집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근무했던 어린이집에 아이가 100명이 넘었는데, 점심 때 고등어를 딱 2마리 사와서 요리했어요. 오전 간식에는 식빵 3개 잘라서 아이 10명한테 주고, 1000ml 우유 2팩 사와서 아이들한테 입술만 적실 정도로, 컵 바닥이 보일 정도로 따라줘요.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녀와서 배고프다고 하면 어머니들은 대개 ‘뛰어놀다 와서 그렇구나’ 생각하시는데, 먹은 게 부실해서일 수도 있으니 꼭 챙겨봐야 해요.”

이런 현실을 아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우유, 간식 등을 별도로 보내기도 한다. 학부모 E씨는 “정부 지원에 급·간식비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가 늘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매일 200ml 우유 하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어린이집 측은 “일부 부도덕한 원장들의 문제”라며 “불공평한 회계 규칙 때문에 민간어린이집 원장이 불가피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민간어린이집은 별도의 회계규칙 없이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법인 재무회계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는데, 이는 어린이집 운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정부는 당장의 보육비만 지원할 뿐 어린이집을 세우고 운영하는 ‘사업비’를 보전해주지 않아 어린이집 원장들이 ‘보조금 돌려막기’ 등 편법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직 어린이집 원장 F씨는 “민간어린이집 한 곳을 인수하려면 권리금만 1억~2억 원이 든다.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정부지원금을 명목대로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급·간식비의 경우 매일 기준을 넘는 날도, 못 미치는 날도 있는데 무조건 금액을 맞추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받지만 민간어린이집은 엄연한 사유재산으로 감가상각비 등을 국공립어린이집만큼 지원하기 어렵고 이런 이유로 편법운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간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서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비용이 ‘특별활동비’다. 특별활동이란 어린이집이 외부 강사를 초청해 영어, 발레, 구연동화 등을 가르치는 것. 특별활동비는 각 시도 지자체의 보육정책심의위원회가 상한 금액을 결정한다. 2013년 기준 서울 강남구의 민간어린이집 특별활동비 상한선은 23만 원, 노원구는 9만 원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걷은 돈의 85%는 특별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비를 과다하게 걷거나 국가보조금을 받아 원장 임의로 운용하는 일이 발생한다. 특별활동 대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012년 10월 학부모에게 특별활동비를 과다 수납한 후 어린이집 운영비 통장에서 지출하고 일부를 업체에서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부당하게 리베이트를 수수한 어린이집 171곳을 적발했다. 이들 어린이집이 부당하게 얻은 수익은 한 어린이집당 최고 1억1000만 원에 달한다. 전직 어린이집 원장 F씨는 “특별활동 업체 대표가 본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후 원장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모 특별활동 업체 대표는 “몇몇 어린이집 대표가 우리 계좌로 입금을 한 후 60~70%를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한다. ‘을’의 처지인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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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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