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박근혜식 소통과 불통

소통·통합·복지·경제민주화보다 성장·발전·시간제 일자리 중시

사회연결망분석으로 본 박 대통령 속내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소통·통합·복지·경제민주화보다 성장·발전·시간제 일자리 중시

1/2
  • ● 朴 대통령 연설 & 회의 발언 29만 자 분석
  • ● ‘우향우’ 뚜렷, ‘박정희式 발전국가모델’ 계승
소통·통합·복지·경제민주화보다 성장·발전·시간제 일자리 중시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의 어휘 연결망.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대하는 국민과 잘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그 일환으로 ‘국민 대통합’을 지향하는 ‘100%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2013년 2월 취임 후엔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국정 기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념이 모호하다’는 평이 계속 따라다닌다. 기존의 ‘경제민주화’는 대척적 개념인 ‘경제성장’과 한동안 병진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맞물린 가치다. 박 대통령은 2013년 ‘기초연금’ 같은 복지공약을 축소했다. 이 문제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의 공약은 유효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도 희뿌연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관심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으로 비치고 대북외교에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개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김용학 연세대 교수팀이 분석

박 대통령은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은 대박’이라는 새로운 국정 기조를 제시했다. 여론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적어도 개념적 모호성은 걷혔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복지’ ‘소통’ ‘통합’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같은 기존 가치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구조화되는지 의문이다. 언뜻 봐도 고차방정식 같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많은 말과 가치를 쏟아냈다. 그때그때 다 ‘시급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듣는 사람의 관점에선 어디에 방점이 찍힌 건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소통’ ‘통합’ ‘복지’ 같은 박근혜 정부의 태생적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속생각을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동아’의 의뢰로,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팀이 자체 개발한 ‘사회연결망분석’ 컴퓨터 프로그램에 박 대통령의 말을 입력해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사회연결망분석은 화자가 말한 주요 단어의 빈도, 거리, 중심성 등을 산출해 인지 네트워크 지도를 만든 뒤 이를 통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발언에 내재한 의식체계, 세계관, 전략, 욕망, 주요 관심 사항을 설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최고 권위 사회학 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모든 대내외 연설 내용과 언론에 공개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내용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연설 내용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 대통령 명의 연설문 전체를 수집한 것으로 15만7407자(3만6809어절) 분량이고, 국무회의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내용은 언론에 공개돼 보도된 발언 내용을 수집한 것으로 5만1620자(8680어절) 분량이다.

소통·통합·복지·경제민주화보다 성장·발전·시간제 일자리 중시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발언은 구체적 정책 관련 어휘를 수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 팀은 박 대통령의 연설에서 핵심 어휘군 456개의 연결망을 그림으로 도출했다. 이어 중요 어휘들과 함께 쓰인 어휘들이 서로 연결된 것으로 보고 그 연결망을 하이라이트 그림으로 나타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휘 사용상의 특성을 한 화면에 들어가는 그림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서도 5회 이상 나타난 중요 어휘 286개를 뽑아 핵심 어휘군의 연결망과 중요 어휘별 연결망을 그림으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박근혜 정부의 태생적 가치들이 박 대통령의 말과 생각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와 관련해 ‘소통’ ‘국민통합’ ‘복지’는 적게 등장하고, ‘개발’ ‘성장’ ‘시간제 일자리’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박 대통령의 어휘 사용과 생각에서 ‘우향우’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특히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전국가모델’을 계승하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설명에 기초해 풀어쓴 구체적인 분석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 연설의 경우, 가장 많이 등장한 어휘와 횟수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 508회, 경제 303회, 세계 281회, 함께 257회, 위해 256회, 일 257회, 새로운 241회, 정부 237회, 노력 190회, 발전 179회, 평화 169회, 창조 167회, 생각 161회, 문화 151회, 존경 159회.’ 이들 어휘를 포함한 456개 어휘가 핵심 어휘군을 형성한다.

“‘국가’와 ‘발전’이 전체 아울러”

여기서 의미 구조의 전반적 배열을 보면 좌상 면에는 행복, 헌신, 존경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가치적인 개념이 눈에 띈다. 대각선으로 반대쪽인 우하 면에는 경제, 창조, 성장, 기술, 기후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개념이 드러난다. 좌하 면에는 평화, 통일, 국제, 함께, 인류, 나라 등과 같은 세계화와 관련된 개념들이 있다. 우상 면에는 여성, 벤처, 중소, 기업, 투자, 창업 등 경제 정책 중에서도 주안점을 두는 정책 개념이 등장한다. 정중앙 면에는 국가, 발전, 미래, 도전이 서 있다. 국가, 발전 등 정중앙 면이 전체 개념 지도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 집단이므로 박 대통령이 ‘발전국가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등장한 단어 중 ‘국민’이 가장 많다. 이는 연설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 같이 ‘국민’을 반복해 호명하고 여러 정책을 설명할 때에도 국민을 정책의 동반자이자 수혜자로 여긴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함께’ ‘위해’가 ‘국민’과 같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을 많이 쓰는 건 역대 대통령 연설도 모두 마찬가지인데, 연설의 특성상 수용자를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목록 닫기

소통·통합·복지·경제민주화보다 성장·발전·시간제 일자리 중시

댓글 창 닫기

2017/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