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쟁점 인터뷰> 문용린 서울교육감 對 김상곤 경기교육감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4-01-20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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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문용린 서울교육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 했다. 교육감에게는 ‘교육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교육감은 시·도지역 교육청과 관할 학교에 대한 예산편성권, 인사권, 정책결정권을 갖는다. 학교 운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사교육기관을 점검·단속하는 권한까지 있다. 한마디로 유아부터 초중등, 평생교육까지 전반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왕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탓일까. 2007년 직선제 도입 후 총 8명의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인사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처벌됐다. 특히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차례로 유죄를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올해 6·4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선거가 치러진다. 부모 세대는 투표권이 없는 자녀를 위해 신중하게 한 표를 던져야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보수’와 ‘진보’의 대립 아래 정작 ‘교육’은 없는 선거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6월 선거에서 선출되는 교육감은 박근혜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므로 이번 정부의 교육 성패를 좌우한다.

    ‘신동아’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교육 현안에 대한 의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1월 6일과 10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 각각 진행됐다. 문 교육감은 2012년 12월 취임해 갓 1년을 넘겼지만, 김 교육감은 2009년 첫 직선제 선거에 당선된 후 6년째 경기도 교육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역 교육계의 지지와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유력한 차기 교육감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각각 대표적인 ‘보수 교육감’ ‘진보 교육감’으로 불린다. 선거 과정에서 문 교육감은 ‘보수단일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와 플래카드 색깔, 디자인까지 같게 했다. 김 교육감 역시 당시 곽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같은 ‘진보 교육감’임을 내세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을 거부했다. 문 교육감은 “정치 만능국인 한국에서 선거하면서 전략상 ‘보수’를 앞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고, 김 교육감도 “사회 발전, 학문에 관해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감으로선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초중등교육 정상화 방법을 고민하며 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들이 선보인 정책도 무조건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두 사람을 구분하자면 문 교육감은 ‘교권’을, 김 교육감은 ‘자율’을 중시한다는 정도.

    “교학사 교과서는 불량식품”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김상곤 경기교육감

    2013년에는 유난히 교육 관련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자유학기제 도입, 누리교육 확대,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필수 지정 및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오류, 마지막으로 학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확산까지. 각 사안에 대해 두 교육감은 그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고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도 연일 공세가 이어졌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곤 정부가 4대악 척결을 얘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불량식품’이다. 나는 교학사 교과서가 ‘불량식품’이라고 본다. 잘못된 책을 만든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이념 이전에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계기는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 제기였다. 학교는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를 선택하면 된다. 일부 언론에서 사회적 외압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문용린 교과서를 쓰는 사람, 검인정위원회, 그리고 학교에는 자율권이 있다.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외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항의하는 것은 참 무섭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검인정교과서는 8종이 있고, 교학사 교과서는 그중 하나일 뿐인데 왜 선택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나? 8종의 검인정교과서를 인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사를 넓은 스펙트럼으로 공부하자는 의미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만약 잘못된 교과서라면 자연히 소멸할 텐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후진적이라고 본다.

    ▼ 고려대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고등학교까지 확산됐다. 이에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을 징계하고 대자보를 떼어내는 등 교내 대자보 부착을 금지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벽보를 부착함으로써 면학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실질적으로 대자보 부착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김상곤 건강한 학생의 의사표현은 교육의 일종이다. 그동안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면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했지만, 비판적 사고능력과 표현능력은 사회 인재로 키우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 면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같은 의사표현을 존중해야 한다. 1960~ 70년대에는 고등학생의 의사표현과 집단행동이 지금보다 활발했으나 학교 차원의 제재나 처벌은 없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학생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문용린 교육학자로서 말하자면 학습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진실을 말하고 증거에 입각해야 하며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3가지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주장이 아니라 선동이고 주입이다.

    학생들이 문제의식 있는 대자보를 썼지만 실제 그 청소년들이 확신과 증거를 통해 이야기했는지 의문이다. 헌법에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성인이 잘못된 정보로 대자보를 써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면 스스로 법적 책임을 지지만 학생들은 아니다. 학교는 학생이 사회에 나가 표현을 할 때도 진실에 대해 증거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다.

    물론 학내 이슈에 대해서 확고한 진실과 증거, 믿음이 있다면 대자보를 쓸 수 있겠지만 이번에 다룬 정치적 이슈는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관련 사항에 대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토론해 의견을 정립하는 과정이 더욱 발전적이라고 본다. 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중고교 인권교육과정을 만든 인권전문가다. 교육학자로서, 교육감으로서 확실한 철학을 갖고 한 일이지만 무조건적인 탄압으로 그려져 아쉽다.

    현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공교육의 붕괴다. 특목고, 특성화고, 자사고 등이 확산되면서 일반고가 ‘슬럼화’ 하는 것은 물론, 입시 위주 교육과정의 부작용으로 ‘꿈’이 없는 아이가 많아지고 지역별 학력 격차는 점차 벌어진다. 학교폭력, 왕따 등 학내 문제도 심각하다.

    “혁신학교 학력 저하”

    두 교육감의 대표적인 정책 역시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정책으로 각각 ‘혁신학교’와 ‘거점학교’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자는 것으로 2009년 김 교육감 취임 후 경기도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현재 경기 및 서울, 강원, 전남, 전북, 광주 등에서 실시 중이다. 현재 경기도 내 110곳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서울시 역시 곽 전 교육감 당시 혁신학교를 실시해 67개 서울형 혁신학교가 운영 중이다.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가장 큰 성과는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해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학력, 생활태도가 좋아지고 학교를 거점으로 마을공동체가 형성됐다는 것. 경기도는 지난해 3월 혁신학교 시즌2를 선언했다. 혁신 클러스터 중심학교 110곳과 참여학교 580곳을 구성해 혁신학교 교육프로그램을 공개하고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게 한 것. 김 교육감은 “경기도 전체 학교 중 31%가 혁신학교의 영향력을 받는다”며 “혁신학교 모형이 공유되고 학교에 맞는 형식으로 수정 보완해서 실천할 수 있도록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의 주력 정책인 혁신학교를 폐지하지 않았지만 추가 지정도 하지 않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혁신학교의 학업적 성과에 대해서도 두 교육감은 상반된 주장을 했다. 김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혁신학교에서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감소했다고 주장했으나 문 교육감은 2012년 국가성취도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일반 학교보다 높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시는 혁신학교의 예산 문제로 진통을 겪는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은 예산안을 의결해 서울시교육청이 ‘부동의’를 선언한 것. 서울시의회는 올해 혁신학교 예산을 학교당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 서울시의회는 “현행 예산대로 하면 2013년 혁신학교 지원금 1억4000만 원에서 절반 이상 깎인다”며 “문 교육감이 이전 교육감 정책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혁신학교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문용린 2013년 서울을 제외한 전국 혁신학교 예산은 학교당 5200만 원이었다. 서울시는 혁신학교에 학교당 평균보다 9000만 원 많은 예산을 지원한 것이다. 올해 서울시는 중학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되고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마이스터고, 실업고, 창의학교 등과 관련된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혁신학교 중에는 전교생이 200명 내외인 학교도 있는데 이번 예산대로 6000만 원이면 충분하다.

    그간 혁신학교는 지원된 예산을 외부 강사를 고용해 강의를 하거나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에 사용했다. 이런 과정으로 진정한 학교 혁신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출범 4년차면 돈이 줄어도 혁신이 이뤄질 정도의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의회는 “1000만 원이라도 혁신학교에 더 지원하자”며 강짜를 놓고 있는데, 일반 학교에 1000만 원을 지원하면 여름 전기세, 시설 수리, 방과 후 학습 등에 지원할 수 있다. 나는 서울시교육감으로서 1300여 개 일반학교를 다 생각해야 한다. 67개 혁신학교에만 예산을 몰아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2014년 경기도는 혁신학교 1곳 평균 4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김 교육감은 “도입 1년차에 학교당 1억 원을 지원했지만 매년 1000만 원씩 줄이고 있다”며 “혁신학교에는 8년까지만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육 위기 극복하는 거점학교”

    문 교육감의 주력 사업은 ‘거점학교’다. 일반고에 음악, 미술, 체육, 과학,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 강사와 학습시설을 지원해 진로에 맞는 공부를 할 기회를 마련해주자는 내용이다. 2014년 서울시는 31개 거점학교를 운영해 191개교 학생 1841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 혁신학교와 차별화된 거점학교의 특징이 무엇인가?

    문용린 혁신학교는 한 학교만 지원하는 것이지만 거점학교는 한 학교에 시설을 지원하면 주변 학교 학생 100여 명이 모여 함께 교육을 받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욱 크다. 체육, 음악, 미술, 과학 등에 관심 있지만 특목고, 외고, 예술고에 가지 못한 학생은 일반고에 적응을 못하고 사교육에 기댄다. 체육 거점학교인 서울고의 경우 목·금요일에 기계체조를 가르친다. 주변 여학교 학생들까지 와서 교육을 받는다. 올해 건대부고에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하는 등 더욱 확산할 계획이다. 덕원여고 과학 거점학교의 경우 80명을 뽑는데 170여 명이 지원해 학급당 인원을 증원하고 2학기에도 거점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예체능 관련 소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 ‘특권교육’ ‘소수교육’이라는 비판이 있다.

    문용린 어떻게 특목고 떨어진 일반고 학생들이 ‘특권층’인가. 거점학교가 아니면 낮에는 학교에 와 잠만 자다 사교육 받으러 가는 아이들에게 공교육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시 아이들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2012년 서울·경기·광주교육청 등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지역별로 내용은 다르지만 집회의 자유, 임신·출산·성적 지향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두발·복장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이 포함돼 있다. 12월 30일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원이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과 두발, 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학교장 재량으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 서울시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두고 “문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문용린 학생의 인권은 선생님이 보호해줄 때 지켜진다. 학생의 인권은 선생님이 침해하는 경우보다 또래 학생에게 침해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는 ‘비겁한 선생님’을 양산한다. 담배를 피운 게 확실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도 못 하게 돼 있는 현재 인권조례가 진정한 인권 보호라 할 수 있는가. 중고생은 죄를 저질러도 사회적 처벌을 덜 받는다. 그만큼 지도받고 교육받아야 하는 처지다.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학생인권조례의 일부 수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당사자인 김 교육감은 조금 다른 생각을 내비쳤다.

    김상곤 서울시에서 하는 일에 대해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학생인권이 존중되면서 교권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문화를 바꿔가는 과정인데 이런 시대정신에 퇴행하는 방향으로 조례가 개정될까 염려스럽다. 현행 조례에서도 소지품 검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 관련 조례를 바꿔 불시에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개인의 자유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정부 예산 떠넘기기 심하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초등학생부터 중3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경기도는 2010년 무상급식을 도입해 현재 3세부터 중3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2011년 서울시는 무상급식 도입을 놓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청이 극렬하게 대치했다. 문 교육감은 “법으로 정했으니 무상급식 여부를 되돌릴 수 없다”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비쳤다.

    ▼ 무상급식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큰가?

    문용린 올해 중3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세금이 352억 원이고 총 예산만 5262억 원이다. 무상급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기회비용이 문제다. 안 그래도 세수가 줄어들고 교육예산이 빠듯한데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너무 많다.

    김상곤 무상급식에 대해 초기 문제의식이 많았지만 결국 교육 분야에서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면서 공론화 과정에 피치 못할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가 기우로 드러났고 그 문제들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었다.

    경기도는 유치원에 다니는 만 3세부터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경기도청은 지원하지 않고 기초 시·군 지자체와 경기도교육청이 45대 55 수준으로 협력한다. 예산상 문제는 없다. 물론 예산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초중등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의무교육에서 보편적 복지는 필수고 국가의 의무라 생각하기에 예산상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올해 누리과정, 돌봄교육 등 정부 교육관련 정책이 확산되면서 시도 교육청의 교육 예산 부담이 커졌다. 서울시의 혁신학교나 무상급식 관련 논란은 결국 정부 사업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면서 발생한 것 아닌가?

    김상곤 올해 누리과정 예산이 전국적으로 3조3762억 원으로, 경기도 교육청만 9232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2014년 예산안에 공무원 봉급 관련 예산을 세우지 못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정부와 경기도청은 약속된 예산도 집행하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는 경기도교육청에 줘야 할 예산 1962억 원을 집행하지 않았고 재정위기를 겪는 경기도청 역시 3248억 원을 덜 줬다. 학교회계는 2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라도 집행되길 바란다.

    ▼ 교육부가 2학기부터 ‘시간선택제 교사제’를 도입해 2017년까지 3600여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학내에 비정규직 교사가 많은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상곤 경기도는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전국에서 제일 많다. 교육부, 안전행정부 등에서 공무원 정원을 늘려서 교사 배정 수를 늘려야 한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뿐 아니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한국사 문제 등 정부가 필요 이상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아쉽다. 교육 부문을 정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

    문용린 시간선택제 교사에 대해서는 정부 반발이 심하므로 의견 조율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학내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나 역시 교육계에 투신하는 사람으로서 학교 직원을 정규직화하면 좋겠지만 과학실 행정보조, 교무행정보조, 학내 축구부 감독 등 교장 재량으로 채용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정규직화하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다.

    1000억 예산 쓸 수 있다면…

    ▼ 교육감으로서 생각하는 정책이 있어도 예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만약 시도의회 눈치를 안 보고 쓸 수 있는 예산이 딱 1000억원 있다면, 어디에 쓰고 싶나?

    문용린 학교 시설을 고치는 데 쓰겠다. 현재 서울시 학교 1300여 개 중 시설이 낡은 곳이 많다. 특히 사립학교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시에 제출한 ‘사립학교 위급재난시설’ 관련 예산 170억 원 중 절반이 잘렸다. 화장실, 교문, 담벼락 등 교내 시설을 고치는 게 시급하다.

    김상곤 2014년 예산에서 학교기본운영비를 7.1% 증액하면서 학교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썼다. 만약 1000억 원의 예산이 있다면 학교기본운영비를 더 지급하고 혁신교육을 강화하는 데 쓰고 싶다.

    ▼ 현행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논란이 많다. 새누리당 당헌·당규 개정특위가 주민 직선인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를 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등록제로 바꾸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상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전국 교육감선거를 함께 실시해 이번이 두 번째다.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꿀 때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몇 가지 부작용 때문에 직선제 자체를 바꾸려는 것은 섣부르다. 교육에는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가 불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누가 경기도 혁신교육을 꾸준히 지향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문용린 한국은 정치 영향력이 너무 세서 러닝메이트제, 공동등록제가 되면 결국 교육감선거가 정치에 예속된다. 교육감은 정치인일 수 없으므로 해당 방안은 답이 될 수 없다. 직선제를 고수하는 방안에서 폐해를 줄여야한다.

    두 교육감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목하 고민 중”이라며 “3월 즈음 여론을 살펴 뜻을 세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팽팽하게 마주 서던 두 사람의 대답이 처음으로 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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