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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무상 급식보다 무상 사전(辭典)을…

  • 최영록 |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나는 휴머니스트다’ 저자, yrchoi@skku.edu

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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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강원도 단구초, 전남 손일초, 서울 재동초의 사전 기증식 광경(왼쪽부터).

김 교육장은 최근 관내 중학교 학생 팀이 전국 디베이트대회에서 38개 팀 중 우승을 차지한 것도 평소 사전을 통한 토론교육의 영향이 틀림없다고 자신했다. 김 교육장의 활약상은 어린이신문에도 게재됐다.

이러한 사전교육의 효율성을 연구한 결과도 있다. 경인교육대학 부속초교 정주희 교사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현장교육연구보고대회 국어분과 초등부에서 ‘우리말 한자어 LBH 교수학습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창의적 어휘력 신장’이라는 연구보고서로 1등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LBH(Learning by Hint) 교수학습법은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가 주창하는 이론으로, 2음절 이상의 한자어(복합어)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각각의 글자(형태소)에 담겨 있는 암시적 의미(hint) 정보, 즉 힌트를 최대한 분명하게 밝혀줌으로써 이해력·사고력·기억력 등을 높여주는 학습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정의에 의한 교수법은 무작정 암기를 원칙으로 하지만, 힌트에 의한 교수법은 이해→사고→기억을 하게 하는 것으로 단순 주입식 설명을 지양하는 것이다.

딕셔너리 프로젝트

LBH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적용한 후 평가결과를 분석하며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었다는 정 교사는 “평소 학습능력이 보통 이하인 학생들이 어휘에 관심을 갖고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게임과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어휘력이 많이 향상돼 스스로 만족해했다”며 “학생들이 우리말에 무지하다는 자각과 함께 앞으로 우리말 공부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적절한 학습준비와 학습 안내를 통해 학습훈련이 되면 3학년 학생들도 모둠별 협동학습을 훌륭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전기부운동’과 비슷한 일이 일찍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1992년 한 할머니가 국어(영어)사전 50권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1995년 출범한 ‘딕셔너리 프로젝트’(www.dictionaryproject.org) 운동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1825만여 명의 학생이, 2012년 한 해에만 239만여 명이 사전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참고로 미국의 초등 3년생은 417만여 명이다). 사실, 사전을 받은 우리의 꿈나무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어휘력과 독해력 향상을 통해 학력이 크게 신장된다는데 어느 누가, 어느 기관이 후원을 꺼려하겠는가.



그들의 이론에는 초등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되새겨 봐야 할 ‘그 무엇’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 동안의 학업과정 중 초등학교 3학년이 분수령이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Learning to read(읽을 줄 알기 위해 배우는 것)’ 단계이고, 3학년 이후 대학까지 ‘Reading to learn(지식 축적을 위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국어(영어)사전’이 가장 강력한 학습도구라는 것이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 첫머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강력한 학습도구’인 사전을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덧붙여 독해능력에 대한 네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다. 첫째, 독해능력은 국가경제의 성공과 번영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둘째, 범죄율과 실업은 독해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셋째, 성인의 21∼23%는 글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의 추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37%가 책을 읽을 줄 알아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이사전의 재미와 질감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문은 전자사전, 컴퓨터 사전, 스마트폰 사전 시대에 종이사전이 정말 인기를 끌 수 있을지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컴퓨터가 있는 학생도 종이 사전을 활용하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종이 사전은 휴대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자기만의 책을 갖게 되면 뭔가 찾아보고 싶은 탐구심이 생긴다. 어떤 낱말을 찾아 뜻을 알게 되는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고, 같은 페이지에 있는 또 다른 매혹적인 단어들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사전과 종이 사전의 찾는 재미와 질감(質感)이 천지 차이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에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탐구심이 극에 달한다는 통계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스스로 뜻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같은 페이지에 있는 또 다른 매혹적인 단어들을 덤으로 만나는 희열을 맛보지 않은 학생들은 알 리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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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록 |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나는 휴머니스트다’ 저자, yrchoi@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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