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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지상파 방영 독점에 VOD 배급권까지 관여

‘창조경제’ 역행 EBS의 횡포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애니메이션 지상파 방영 독점에 VOD 배급권까지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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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EBS는 2013년 한 해 동안 특정 IPTV의 VOD 독점 방영권을 인정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브루미즈 시즌3’의 경우 2013년 1월 제작사가 EBS에 제작 계획을 알렸으나 EBS는 아직까지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EBS는 “VOD 독점 방영권을 풀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말레이시아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뽀잉 시즌2’ 역시 SK브로드밴드의 VOD 독점 방영권을 이유로 후속시즌 투자 결정이 보류됐다. 해당 애니메이션 제작사 임원은 답답한 속내를 비쳤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통상 시즌1의 계약조건이 후속 시즌에도 연결된다. 이전 시즌에서 SK브로드밴드와 VOD 방영권 계약을 맺었는데, 다음 시즌에서 제공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에게 계약을 위반하라는 것과 같다. 계약을 위반하면 중요한 투자처인 SK브로드밴드를 잃게 되는데 EBS는 무조건 ‘풀고 와라’ ‘해결하고 와라’면서 투자를 안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시즌제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최소 시즌2까지 제작하는 것이 관행이다.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기간이 2년 이상 걸리고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파급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부르미즈’ ‘뽀잉’ 등의 후속시즌이 제작되지 않는다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IPTV 투자 안 받은 업체에 투자

지난해 9월 EBS는 ‘하반기 글로벌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프로젝트 공모’를 실시했다. 기존에는 제작사가 EBS 담당자에게 상시적으로 제안서를 내면 EBS가 이를 검토해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공모를 한 것. EBS는 권리관계에 대해, 선정된 애니메이션의 국내 EBS 지상파TV 독점 방송권, EBS PP채널 비독점 방송권 및 자료활용권을 EBS가 보유하고, 멀티 플랫폼 내의 EBS VOD 서비스관 서비스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즉 특정 IPTV의 VOD 독점 방영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고에는 ‘추후 협상 가능’이라고 명시했지만 실제 선정된 4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모두 ‘모든 IPTV의 EBS관에서 상영하는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개 제작사 중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의 투자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작사들은 “향후 EBS에서 방영되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IPTV 사업자의 투자를 받으면 안된다”고 우려한다. 워낙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처가 적은 상황에서 VOD 독점 방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IPTV 사업자가 투자를 중단하면 애니메이션 시장 자체가 휘청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지상파인데다 어린이, 학부모의 지지를 받는 교육방송 EBS의 투자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IPTV 등 다양한 시청각 플랫폼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IPTV 사업자의 투자를 차단하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EBS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EBS가 ‘최초로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홍보한 ‘두다다쿵’이 첫 방영됐다. 두다다쿵은 광주 지역의 소규모 제작사 아이스크림스튜디오와 EBS가 공동 기획,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EBS가 45%를 투자하고 아이스크림스튜디오가 30%, LG유플러스가 일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홍보행사를 벌이는 EBS를 두고 애니메이션 사업자들은 “그간 EBS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에 투자할 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왔으므로 모든 작품이 ‘공동제작’이었다. 기존 20%대의 투자 비율을 45%로 높였을 뿐인데 이례적으로 크게 홍보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사업대행사에 25% 선취 수수료

애니메이션 지상파 방영 독점에 VOD 배급권까지 관여

뽀롱뽀롱 뽀로로, 부릉!부릉!브루미즈, 로보카 폴리.(각)

더 큰 문제는 사업권이다. 통상 애니메이션의 경우 제작사가 사업권을 갖고 문구, 의류, 테마파크 등 부가 사업을 진행한 후 투자 비율에 따라 투자사에게 이익을 분배한다. 사업권을 가진 제작사는 사업주관 수수료 20%를 선취하고 나머지 수익을 공평하게 재분배한다. 가령 사업을 통한 이익이 10억 원일 경우 2억 원은 사업을 대행한 제작사가 선취하고 나머지 8억 원을 모든 투자자가 투자비율에 맞게 분배하는 것.

그런데 ‘두다다쿵’의 사업권은 제작사가 아닌 라이선싱 대행사 온앤프로가 가졌다. 사업권을 위임받은 온앤프로는 공연 및 체험전 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다. 온앤프로는 위임받은 사업권 중 완구 관련 사업을 ‘아가월드’에 위탁했다. 계약 과정에서 온앤프로는 통상보다 5% 많은 25%의 사업주관 수수료를 선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EBS가 사업권을 확보한 후 ‘하청’에 ‘재하청’을 줬을 뿐더러 선취수수료도 5%나 더 줬다”며 특혜 논란이 있다.

한편 두다다쿵 사례를 보며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은 크게 긴장했다. 먼저 사업권을 제작사에 위임하지 않고 EBS가 외부 업체에 하청을 준 선례를 남기면서 향후 계약에서도 EBS가 사업권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하반기 공모와 관련해서도 업계에는 “향후 사업권은 EBS가 갖거나 관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 애니메이션 관계자는 “이윤의 20% 남짓인 사업주관 수수료가 언뜻 보면 작은 수입일 수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제작사에는 중요한 운영비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이상 캐릭터를 만든 제작사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장 많기 때문에 사업도 가장 잘한다. 수익을 올려 EBS가 더 많은 배당을 받기 위해서라도 제작사가 사업을 맡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EBS는 10년 간 진행했던 ‘애니 프론티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애니 프론티어’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과 EBS가 신규 애니메이션을 공모한 후 각 5억 원씩, 10억 원을 투자하는 국내 최대의 애니메이션 지원 프로젝트. 업계에는 “그간 애니 프론티어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 수익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돈 안 되는 지원은 안 하겠다’는 EBS의 방침이 반영된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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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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