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민간 참여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경영효율 높일 합리적 대안 찾아야

철도 민영화

  •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 jhlee@koti.re.kr

    입력2014-01-22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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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참여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경영효율 높일 합리적 대안 찾아야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놓고 철도 민영화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하는 철도 노조.

    철도 민영화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엔 정부가 정부조달협정(GPA)을 비준한 사실이 밝혀진 게 계기였다. 하지만, GPA 범위에서 철도운영 부문은 개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공발주에 해당하는 건설공사, 시설관리유지, 장비조달만 포함한다. 그러니 GPA는 철도 민영화와 무관한 문제다.

    철도 민영화 논란의 중심에는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문제가 있다. 철도노조 등은 새로운 운영회사 설립이 ‘민영화 전 단계’ ‘철도 분할 민영화 꼼수’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한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통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은 현 정부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역대 정부가 한국철도의 당면한 문제, 즉 만성적자와 재정지원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철도 개혁의 틀에서 추진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철도산업 구조개혁 기본계획’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채택한 철도시설과 철도운영의 분리 안은 수용하면서 철도청을 민영화하는 대신에 공사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을 2004년에 단행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 등 6개 개혁 법률을 제정했고 철도개혁 로드맵인 ‘철도산업 구조개혁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한 기본계획은 현재 논란이 되는 철도 민영화와 직접 관련이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은 철도시설과 철도운영의 분리에서 철도운영 경쟁 도입까지 4단계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코레일은 경영과 인력을 효율화하는 철도 선진화를 추진했다. 경영 효율화는 2010년 적자를 2007년 적자(6414억 원)의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2012년까지 흑자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경영 효율화 목표에 미달할 경우 민영화 추진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력 효율화는 2012년까지 정원을 5115명 감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이 추진한 철도 선진화는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 2010년 적자는 5287억 원으로 목표(3207억 원)보다 2080억 원을 초과했다. 인력 효율화도 장부상 정원을 감축하는 데 그쳤을 뿐 실제 인원은 정원을 2000명 정도 초과했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고속철도 운영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수립된 ‘철도산업 구조개혁 기본계획’에 근거한 것으로, 코레일이 독점하는 철도운영을 민간에 개방해 경영 개선을 유도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이 개방이 곧 철도 민영화라고 지적하고 반대함에 따라 중단됐다.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방안을 전면 수정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라 수서발 KTX의 민간운영계획 철회를 수용하고 코레일 주도의 점진적인 경영 개선을 유도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채택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경우 출자자를 코레일과 공공기관으로 한정했으며, 코레일의 자회사로 두게 했다.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며 공공부문 간 경쟁을 통해 코레일의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이명박 정부의 안과 차이가 있고 철도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음은 지난해 12월 10일 코레일 이사회가 의결한 수서발 KTX 운영방안에서도 확인된다. 코레일 지분은 41%이고 나머지 59%는 공공자금으로 유치된다. 코레일이 지배권을 갖게 확대했다. 공공자금은 참여가 부족하면 정부 운영자금을 투입하며, 주식 양도·매도 대상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으로 한정토록 정관에 명시했다. 민간자본 51% 출자를 추진하던 MB정부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두 방안의 차이는 코레일의 경영권 확보와 경영손실 지원에서도 나타난다. 코레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는 코레일이 추천하도록 정관에 명시했다. 또한 코레일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했다. 2016년부터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달성하면 매년 10% 범위 내에서 지분매수 또는 총자본금의 10% 범위 내 출자비율을 확대할 수 있게 해 앞으로 코레일이 흑자로 전환되면 100% 지분 확보도 가능해졌다. 수서발 KTX 개통 이후 코레일 경영이 악화되는 경우에 대한 정부지원책으로 재정지원과 함께 선로사용료를 조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철도노조 등은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철도 민영화로 규정한다. 그 근거로 주식의 양도·매매 대상을 한정하는 정관의 변경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민간자본에 주식의 양도·매매 가능성, 그리고 공공자금 유치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정관을 바꿀 수 있고 민간에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민영화 불가능한 구조

    반면, 정부는 운영회사 설립은 철도 민영화와 무관하고 민영화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코레일이 지분을 41% 확보했기 때문에 코레일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민영화를 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업까지 이어진 이번 논란의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이 철도 민영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따라서 철도노조 등이 민영화라고 보는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는 첫째, 철도노조조차 ‘민영화 전 단계’ 또는 ‘민영화 꼼수’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단지 ‘가능성’만을 가지고 민영화를 주장하는 셈이다. 둘째, 현재 확정된 출자구조에서는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없는 점을 들 수 있다. 출자자가 코레일과 공공자금만으로 구성되므로 민영화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주식의 민간자본에 대한 매매·양도 가능성은 가정일 뿐이다. 미래에 발생할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민영화라 주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설령 주식을 매매·양도한다 할지라도 경영지배권을 갖는 코레일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넷째, 주식 매매·양도 제한의 위법성에 대한 철도노조 등의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이사회 승인으로 주식 양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주식 양도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분 처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서발 KTX 법인의 주식 처분을 원천적으로 막은 게 아니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공부문에 매각할 수 있으므로 위헌 소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 최대주주가 되는 코레일이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윤 목적 자본 들어오면 민영화?

    일부에서는 민영화 개념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출자자로는 공공자금 중 연기금의 참여가 가능한데, 연기금은 이윤을 추구하므로 민영화라는 것이다. 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는 공적자금뿐 아니라 외국인, 일반 주주 등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들어와 있으니, 그 주장에 따르면 한전은 민영화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전은 공기업으로 지정되어 있고 국민은 민영화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지나친 짐작과 상상력의 과잉에서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는 공공부문 간 경쟁이고, 그간 철도노조가 요구하지 않은 내용도 포함한다. 차량과 차량기지까지 현물 출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건 당연하나 사실관계를 근거로 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이란 이름으로 주장하는 내용들이 합리적 대안을 찾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새로운 논란을 만들고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켰다. 파업까지 이어진 철도 민영화 논란은 과연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논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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