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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미군 철수 후가 더 문제 ‘탈레반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

아프간을 떠나는 자와 남는 자 ①

  • 김영미 | 국제분쟁지역 전문 PD

미군 철수 후가 더 문제 ‘탈레반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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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28개국 참가)에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를 유지하려면 연간 2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그 금액은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며 미군과 연합군이 2014년 아프간에서 철수하더라도 원조금은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과 상당수 유럽국가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무리한 요구로 비쳤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정상회담 참가국들은 아프간 대통령이 요구한 금액의 2배가 넘는 연간 41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키로 결정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결정에 앞서 “미국은 전쟁 후 아프간 지원에도 나토 회원국의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은 아프간 치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4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고려하는데 이 중 절반을 나토 회원국이 부담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프간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타카르 주 출신 마울비 와하브 상원의원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아프간 상원회의에서 “아프간군에 대한 자금 및 장비 공급에 나토 회원국들이 중요한 결정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간을 의심하면서 서방 측 이익 증진에 힘쓰는 나라들만 더 지원하는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에 주둔하는 한 미군 당국자는 “아프간 사람들이 기대했던 돈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아프간이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간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돈을 더 주고라도 무조건 아프간에서 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군에 세금 물린 아프간



2012년 9월부터 미국은 아프간에 파견된 병력과 장비 철수작업을 진행해왔다. 12년간 아프간에서 주둔한 미국의 장비나 군용차량 등 각종 군사 물품을 바다 건너 미국 본토로 옮기는 일이다보니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 개시 이후 미군이 아프간에 배치한 군사장비 총액은 330억 달러가 넘는다. 철수 대상 차량만 5만 대에 달할 정도다. 각종 군용장비만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0만 개 분량이다. 컨테이너를 한 줄로 세우면 길이가 무려 600km에 달한다.

그런데 이 ‘초대형 이사’는 처음부터 문제를 낳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프간 세관부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군 장비에 대한 관세를 내지 않았다며 786억 원 규모의 벌금을 물린 일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철수 비용은 급증했다. 아프간 정부가 미군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관세는 수송 컨테이너 한 대당 1000달러(약 110만 원) 정도다. 거기에 지금까지 미군이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측에 7000만 달러(약 786억 원)의 벌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아프간 정부가 갑자기 관세며 벌금을 들고 나온 것이 황당할 뿐이었다. 아프간 세관부가 미군의 수송 물자에 대해 원래 내기로 한 관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 관세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이 관세와 벌금을 지불할 때까지 미군 장비를 아프간 국경 너머로 반출하지 못하게 아예 금지했다. 군 장비를 싣고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던 미군 트럭들이 국경에서 발각돼 방향을 돌리는 사태가 속출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빌 고트니 해군 중장은 “미국과 아프간 사이의 논쟁은 아프간 관세 과정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됐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프간 세관당국은 “2010년부터 아프간으로 수송된 군 장비에 대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모두 잘못돼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을 회수하기 위해 미군의 월경이라도 막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빠져나가는 육로가 막히자, 수세에 몰린 미 국방부는 결국 아프간 정부에 관세를 물지 않고 우회로를 통해 병력·장비를 빼내는 묘책을 세웠다. 바로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하늘로 장비를 실어 나르는 계획이었다. 아프간에서 출발해 러시아 남부 도시 울리야노프스크를 경유해 철수하는 나토군 물자를 운송한다는 계획이었다.

러시아와 나토는 2012년 2월부터 아프간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환적기지를 울리야노프스크에 건설하는 협상을 벌여 이후 관련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을 통해 2009년 이후 7만5000명의 병력을 아프간으로 들여보내거나 철수시켰으며 7만4600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수송했다. 아프간에서 울리야노프스크까지 항공기로 물자를 수송한 뒤 이곳에서 열차로 환적해 나토 국가로 실어 나른다는 것이었다. 1983년 건설된 울리야노프스크 ‘보스토치니’ 비행기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활주로가 있어 환적기지로서 최적의 조건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울리야노프스크 환적기지 임대에 따른 엄청난 수익과 아프간 대테러전에서 나토와의 협력 원칙 등을 고려해 기지 임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별안간 러-미 간 협정이 무산됐다. 러시아 측이 지나치게 높은 기지 사용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아프간의 비협조로 미국 정부는 철수 비용이 육·해로에 비해 5∼7배까지 치솟는 공수 비용을 감당해야 할 처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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