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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사방이 적 1인자의 고독과 두려움 즐겨라

갑(甲)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사방이 적 1인자의 고독과 두려움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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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을의 희생은 불가피

갑은 자신의 희생도 희생이지만 자신을 돕는 많은 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때로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물적 자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사람이다. 아끼던 사람을 희생시켜야 하는 순간에는 누구나 마음이 약해진다. 물론 나 살려고 남을 희생시키는 야비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그렇다는 말이다. 전쟁터에서 이런 일은 아주 흔하다. 희생이 없으면 전투를 치러낼 수 없다. 특히 질 수밖에 없는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휘관은 갈등한다. 그러나 갑인 지휘관은 을인 부하들에게 총탄이 빗발치는 곳으로 돌격하라고 명해야 한다. 부하들의 희생 앞에 초연해야 한다. 이런 정신이 없으면 나라와 국민을 구하지 못 한다.

이래서 필요한 것이 내희생력(耐犧牲力·sacrifice endurance power)이다. 기꺼이 희생을 각오하고, 그 희생에 연연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능력이다. 희생 앞에서 좌고우면하고, 그 희생에 아쉬워하며, 궁극적으로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옹졸함과 대비되는 역량 말이다. 내희생력이 부족하면 본전 생각의 지배를 받곤 한다. 작은 희생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대형 참사를 자초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다 개망신 당한 기업인이 어디 한둘인가?

가장 아끼는 것도 버릴 수 있어야

내희생력도 실제로 버려보지 않으면 잘 생기지 않는 역량이다. 뭔가를 버려본 적이 있고 그것으로 비난에 직면했으며 결국 그런 비난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내희생력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버린 그것이 가장 소중한 바로 그것이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 갑은 가장 아끼는 것을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람은 당연히 위로 올라갈수록 무게가 더해진다. 무거운 칼을 수여받은 기사에게는 칼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그런데 도끼로 횟감을 썰겠다는 식으로 칼을 투박하게 쓰는 갑이 의외로 많다. 권력은 회칼처럼 날렵하고 세련되게 행사돼야 한다. 더욱이 최고 고수는 허리에 찬 칼을 숨긴다. 그 다음 고수는 칼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하수는 칼을 도끼처럼 투박하게 휘두르는 사람이다.

칼을 그렇게 휘두르는 이유는 권력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흔히 ‘함량 미달’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드시 사고가 발생한다. 도끼를 막무가내로 휘두르는데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대표적인 것이 권력형 비리다. 권력을 활용해 장사를 하고 패악을 일삼는 무리는 지금도 도처에 널려 있을 것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권력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대통령이 아끼는 청와대 대변인이기에 무소불위, 거칠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칼의 무게 못 이기면 함량 미달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중력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갑질을 잘하려면 권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래서 필요한 것이 내중력력(耐重力力·gravity endurance power)이다. 내중력력도 권력을 조금이라도 행사해본 경험에서 나온다. 조직에서 하위직부터 상위직으로 차근차근 올라온 사람 대부분은 권력을 행사하는 데에 매우 신중하다. 권력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함부로 휘두르면 결국 자기 발등 찧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갑이 남보다 더 자주 이기는 것은 맞지만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주 이기다보니 패배에 익숙하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한다. 패배에 그만큼 취약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패배력(耐敗北力·failure endurance power)이다. 패배가 습관이 되면 곤란하지만 패배 가능성 자체를 없애려는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더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실패를 피하려고 한다. 또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다보니 안전한 길만 택하는 습관이 생긴다. 그러나 안전한 길만 택하다간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다. 실패하고도 수긍하기 어렵다보니 동일한 방식을 고집한다. 그리고 또 실패한다. 이렇게 몇 차례 실패하다보면 아무리 잘난 갑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실패했다고 과도하게 자책하는 일도 피할 일이다. 실패했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 패인을 냉정하게 분석한 다음 교정해야 한다. 이래야 갑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내패배력은 사실 지도력의 원천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지도자는 없다. 성공한 지도자가 다른 갑과 다른 점은 그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결국 성공을 일궈낸다는 점이다. 내패배력이 강하지 못하면 갑이 되기도 어렵지만 갑이 되어서도 오래 버틸 수 없다.

내패배력을 기르는 위해선 실제로 실패해봐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일에 도전하자. 그리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또 도전하자. 단, 거듭된 실패의 기억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반드시 한 번은 성공하도록 하자. 작은 성공이라도 좋으니 말이다. 작은 성공을 체험하고 나면 내패배력의 씨앗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한다. 좀 더 큰일에 도전해 성공하고 나면 더 큰일에 도전하는 일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실패를 실패로 절대 남겨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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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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