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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문제 원인 찾으려는 대화법을 공감 위한 상호반응적 소통으로

  •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문제 원인 찾으려는 대화법을 공감 위한 상호반응적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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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원인 찾으려는 대화법을 공감 위한 상호반응적 소통으로

2008년 7월 광우병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촛불시위.

자신의 후배가 회사의 상사로 올 때 공적인 상사와 부하의 관계보다 사적인 선후배 관계가 사회적으로 더 중요하기에, 한국 사람들은 더 불편해하고 싸가지 없는 후배 상사가 되기도 더 쉽다. 그래서 연령, 학연, 지연 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인간관계를 이용한 청탁과 부패와 비리가 상대적으로 일어나기 더 쉬운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지인에게 약간의 혜택을 배려할 때는 당연한 인지상정으로 여기지만, 자신의 공적인 처지와 역할을 고려하면 연고주의와 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주의적 특성이 바로 우리 언어를 상대방과의 맥락에 따라 더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흔히 존대어의 체계를 관계주의를 반영한 한국어의 특성으로 얘기하지만, 조직 속의 집단주의에서도 조직 내 역할과 서열에 따른 존대어의 기능이 존재하므로 그리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관계주의를 더 잘 반영하는 한국어의 특성은 바로 질문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기술의 기능을 초월한 상호반응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와 조직적 집단주의는 효율성과 목적 중심적 특성을 가지니 정확하고 효율적인 기술적 언어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계 자체가 더 중요한 한국인에게는 기술되는 내용보다는 내 말을 듣는다는 주관적 느낌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내가 멍청하게 물어봐도 항상 정확한 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기술하는 사람은 왠지 차가운 인정머리 없는 놈이 된다. 하지만 내가 멍청하게 물어보면 같이 멍청하게 반응하는 동료는 왠지 정이 가는 편안한 상대가 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불통 사회다. 각종 언론에서는 정부와 대통령이 불통이라는 국민의 인식을 연일 전한다. 젊은 층과 386세대, 그리고 노년층 간의 이견과 불통은 사회적 갈등의 중요한 요인이다. 가족 내에서도 자녀와 부모, 부부간에도 불통이라는 하소연이 흔하다. 이런 우리 사회의 불통 원인은 정확한 기술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상호반응의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는 예전에도 소통의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아마 소통의 문제가 사회적 키워드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8년의 광우병 사태인 것 같다. 정부가 추진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협상에 대한 많은 국민의 반대 시위로 시작해 거의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확산됐고, 역사적 결론은 훗날 내리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국내 정치력을 상실하게 된 매우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된다. 많은 정치평론가는 광우병 사태에 대해 좌파와 우파의 정치판, 반미와 친미의 격돌, 보수와 진보의 갈등, 세대 간 충돌 등의 다양한 해석을 내놓지만, 심리학자로서의 분석은 기술적 소통과 상호반응적 소통의 문제였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사태는 여러 비합리적인 면이 있었다. 실제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고려하거나 유럽, 일본 같은 나라들보다 광우병 발병 빈도가 더 낮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서만 유달리 반응이 격했던 사실, 소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해 광우병은 거의 100% 통제가 가능하고 실제로 발병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점은 그 비합리성을 어느 정도 확인해준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산 소고기가 실제로 별문제 없이 유통된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국민이 보인 미국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비합리성에서만 찾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합리적인 정보를 계속 제공했는데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적 소통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근본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실용적 이유다.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실질적 이득이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실질적 이득이 손해보다 큰 사회적 대상에 대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그 반대인 대상에게는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한다.

또는 실제 스스로 어떤 손실을 계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태도를 통해 행동을 통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기플러그를 만지면 왜 위험한지를 두 살짜리 어린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못하게 하는 방법은 전기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것보다 전기플러그를 싫어하게 만드는 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런 실용적 이유가 없이도 우리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그것은 바로 상징적 이유 때문이다. 즉 어떤 태도를 가짐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상징적 가치를 강조하거나 드러내려 하는 경우다. 흔히 우리가 어떤 정치 후보를 지지한다고 얘기할 때, 실제로는 그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그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경우에 해당한다. 명품을 소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물건의 실용적 가치보다, 그 태도와 행위를 통해 자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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