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세월호 수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rek1102@naver.com

    입력2014-05-16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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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의 눈물? 나이 들면 눈물 많아져
    • 정말 말씀을 마구 해
    • 자기 얼굴에 침 뱉지 말고 품격 갖추길
    • ‘대선 출마’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안 해
    “‘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건 5월 13일 낮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이혜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여당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이다.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시정(市政) 업무도 보면서 선거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박 시장은 전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지금, 작고 조용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치르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네거티브도 하지 말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정몽준 후보를 자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후보가 후보수락연설에서부터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선 매우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 후보가 박 시장의 안보관, 국가관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친 대목에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반격했다. 또 “제발 서울시민을 모독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진지함과 품격이 있는 태도로 선거를 치르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 후보를 3배 이상의 득표 차로 따돌리고 여당 후보가 됐습니다. 예상하셨나요?

    “대체로 그렇게 예상들은 했지요. 그래도 현장(경선 투표장)에서 뭔가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 않을까, 이런 정도였는데….”



    정 후보 수락연설의 압권은 ‘눈물’이었다. 정 후보의 막내아들은 SNS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희생자 가족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가 미개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후보의 부인은 이후 “(막내아들이)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데 시기와 말 선택이 안 좋았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을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을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진실은 별과 달같이 빛나”

    ▼ 정 후보의 눈물에 여러 말이 있는데,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보나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눈물을 그렇게 마음대로 흘릴 수가 있나요? 당연히 그런 감정에서 그랬겠죠. 그리고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져요. 남자도 가끔은 웁니다. 저도 사실 눈물을 많이 흘려요. TV에서 가슴 찡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가 있으면 못 울지만 혼자 있을 때는 맘껏 펑펑 울기도 하죠.”

    ▼ 중년 남자의 눈물과 정 후보의 눈물은 다른 거 아닌가요. 일각에선 정 후보가 ‘눈물 마케팅’을 한다고들 하는데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저는 사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긍정적이고 신뢰를 갖고 봐야지… 전 그렇게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봐요.”

    ▼ 정 후보 아들이나 부인의 말을 이해한다는 의미인가요?

    “사실 제 아이들이나 집사람을 봐도 무슨 죄가 있습니까. 우리는 가만있는데, 온갖 음해를 다 했잖습니까. 가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가족은 참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물론 (정 후보 아들과 부인이) 어떤 잘못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가족에 대해선 관용의 눈으로 잘 봐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그럼 앞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 후보 아들 발언은 거론하지 않을 건가요?

    “그럼요. 전혀 안 할 겁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졌는지를 한번 보시면….”

    ▼ 참모들한테도 그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할 건가요?

    “당연히 제 생각을 따르겠지요. 저는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잖아요. (조금 정색하며) 근데, 오늘 아침 신문에도 보니까 정 후보님은 정말 말씀을 마구 하시데요.”

    “내가 명색이 검사 출신”

    정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후보수락연설과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을 겨냥해 맹폭을 퍼부었다. 표적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박 시장의 시정(市政) 역량에 대한 비판이다. 정 후보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주요 사업들을 지체시켰다. 시민단체 일만 하다보니 남이 하는 일을 간섭하고 잔소리한다. 직업병 같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념 검증이다. 박 시장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던 것을 문제 삼아 “서울시가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정 후보 측은 “박 시장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몰아붙였다.

    ▼ 정 후보에 따르면 시장께선 서울시민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한 시장인데요.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실은 알 수 있잖아요. 서울시 공무원이 자치구까지 합치면 4만7000명이 되는데, 우리 직원들이 제가 한 일을 모르겠습니까. 지금은 모든 문제를 개인 프라이버시나 안보에 관계되지 않은 한 시민이 요청하지 않아도 전부 공개하게 돼 있거든요. 모든 게 다 드러나 있어요. 진실은 하늘의 태양, 밤하늘의 별과 달같이 빛나고 있는데, 그걸 논쟁할 이유가 없죠.”(박 시장은 자신이 임기 중 달성한 구체적 성과를 알려주겠다고 했고, 이후 시장실은 기자에게 자료를 보내왔다.)

    ▼ 시장의 안보관, 국가관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선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이해가 안 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통합방위협의회 의장입니다. 산하에 수도경비사령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다 있죠.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자리예요. 추호의 빈틈이나 차질 없이 책임을 다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 출신 아닙니까. 그동안 공익적 활동에 제 청춘을 바쳐왔어요. 그런 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씀을 하신다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죠. 제가 그만큼 다른 공격거리가 없는 사람인가 보죠.(웃음)”

    ▼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적이 있지 않나요?

    “국보법 폐지는 미국 국무성의 공식 입장이었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요구한 사안이었죠.”

    ▼ ‘광화문 네거리 김일성 만세’ 발언은요?

    “그건 당시 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제가 인용했던 거죠. 완전히 허위사실을 갖고 (공격) 하고 있어요. (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이번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어요.”

    ▼ 정 후보의 공격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서울시장은 단순히 정치 지도자, 행정 수장이 아닙니다. 인격적으로도 존중받아야 하는 자리죠. 서울시민이 자랑스러워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네거티브 하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점잖게 표현하시고 그랬으면…”

    “‘국민 미개’ 발언…아들과 부인이 잘못한 것 같다”

    시장실에서 포즈를 취한 박원순 시장.

    ▼ 네거티브 안 하겠다,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는데, 만약 정 후보 쪽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펴면 대응해야 하지 않나요?

    “진실은 밝히고 지적해야죠. 그렇지만 인간적으로 모독적인 발언을 한다든지 이런 건 안 합니다. 서울시민들이 보통 분들입니까? 서울시민은 늘 위대하고 똑똑하시죠. 그런 판단을 못 하시겠어요? 명색이 공당의 후보라면 일정한 수준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선거운동을 해야지 진흙탕으로, 네거티브로 가면 서울시민이 얼마나 실망하고 절망하겠습니까?”

    ▼ 정 후보에게 당부하는 말씀인가요.

    “아이고, 우리 모두에게요. 진정으로 겸허하고 성찰하는 치유와 공감의 선거를 하자는 거지요. 세월호 참사를 맞아 기성세대, 우리 모두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요? 지금까지의 정치가 국민에게 절망을 줬잖아요. 정치권이 시민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돼왔습니다. 국민이 얼마나 새로운 정치를 희구하고 있습니까. 선거에서 이기는 게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페어플레이는 민주주의에서 기본 아닌가요? 뭐든지 점잖게 표현하시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 정 후보가 서울시장 자리를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보나요?

    “본인이 말씀하실 문제죠. 제가 판단할 내용은 아니네요. 시민은 다 알고 계실 거예요. 느끼고, 보고, 아시지 않겠어요?”

    정 후보는 세월호 사고와 서울지하철 사고가 나자 “박 시장이 그동안 안전 문제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신 것 같다. 서울시의 안전 관련 예산이 오세훈 전 시장 땐 2조3400억 원 수준이었는데 박 시장이 오셔서 그걸 1000억 원 정도 깎아버렸다”고 주장했다.

    ▼ 박 시장 들어 서울시 안전 예산이 삭감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틀렸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오히려 서울시의 전체 안전예산은 6.9%포인트 늘었어요. 지하철 관련 예산이 일부 줄었는데, 그건 2010년 전동차 교체 주기가 집중됐기 때문이죠. 나머지 안전 관련 노후 시설 교체 비용은 늘었어요. 좀 더 정확히 보셔야죠. 상대방을 공격할 때 팩트가 흔들리면 정당한 공격이나 비판이 아니고 음해가 되는 거죠.”

    ▼ 서울시의 탈북자 지원 예산은 깎이고 시장께서 몸담았던 시민사회단체 지원 예산은 늘었다고 하던데요.

    “초기에 그런 지적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란 게 밝혀졌어요. 탈북자 단체나 안보 관련 단체 지원 규모를 심의하는 위원회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임명된 분들로 구성돼 있었어요. 공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죠. 정말 공정하게 했어요.”

    박 시장은 이어 “저는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의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훈단체 같은 보수단체를 가장 먼저 챙겼다”고도 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집무실 벽 쪽의 서가로 가더니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 왔다. 파일 분류집의 제목은 ‘보훈정책’이었다.

    이를 뒤적이다 ‘보훈정책 예산’이라고 적힌 부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2011년 200여억 원, 2012년 300여억 원, 2013년 360여억 원.’ 그는 “취임 후 보훈정책 워크숍 같은 것을 여러 차례 열어 계획을 세우고 운영했다.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제목으로 발표도 했다. 보훈단체 분들이 저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

    그러나 정 후보 측도 통계자료를 근거로 박 시장이 서울시 예산을 집행하면서 자신의 이념 성향에 맞는 단체나 자신과 가까운 단체에 편향성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향후 양측 간 공개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박 시장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보수단체 지원 내역이 사람들의 생각과 굉장히 다르죠? 저는 서울에 갈등이나 분란이 없도록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모든 사람으로부터 공정성 면에서 존경받는 시장이 되려고 했죠. 재향군인회나 자유총연맹, 해병전우회 분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진보단체가 오히려 비판을 많이 하죠. 그러나 저는 보훈단체는 일반 시민단체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분들을 예우해야 할 법적, 도덕적 의무가 있어요. 다른 시민사회단체는 사실 자율적,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죠. 다만 우리가 활동의 인프라는 만들어 드려야죠.”

    ▼ 이번 선거를 ‘재벌 대 서민’ 구도로 몰고 갈 건가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서울시를 잘 이끌 수 있는지가 핵심이죠. 서울을 반듯한 도시, 21세기 글로벌 도시로 키워가는 비전, 정책, 추진력이 중요해요. 간디가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했잖아요? 우리는 통찰력을 갖고 서울시가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짚어내야 해요. 이런 부분이 토론되고 결정되는 선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꿈을 꾸고 있나요?

    “그동안 우리는 가장 크고, 가장 높고, 가장 빠른 것들을 열망해왔죠.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거대주의, 물신주의, 탐욕주의에 대한 경고입니다. 서울시가 얼마나 큽니까. 서울시를 반듯하게 만들어볼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나요? 서울시를 제대로 만드는 사명을 제가 받았고, 이를 완수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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