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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관료사회에 대한 답답함 성과에 대한 갈증

대통령 발언이 과격해진 이유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관료사회에 대한 답답함 성과에 대한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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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과격해진다.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인 이유지만 지난해 말부터 발언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취임 1년을 보내고 2년차로 넘어가면서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 더해지고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답답함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애드리브도 전혀 없었다.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답변만 짧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유라고 해도 “참 나쁜 대통령”과 같은 간결하고 짧은 비유가 전부였다. 참모들이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에피소드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영화를 인용해 메시지를 써서 올리면 박 대통령은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들을 모두 삭제하고 건조한 어투로 고쳤다.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의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대선 전에는 회의도 별로 안 했다. 대선 기간 내내 당에서 회의를 주재한 횟수가 10번이 채 되지 않을 정도다. 회의를 열어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보다 의견을 개별적으로 듣고 본인이 생각을 정리하는 게 대통령의 스타일이었다.

1만 字 깨알 지시

그러나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의 분과별 보고를 받으면서부터 대통령의 발언은 1만 자(字)를 넘기기 시작했다. 주요 공약에 대한 취지를 일일이 다 설명했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다듬어온 구상을 모두 쏟아냈다.

취임 후에도 상반기 내내 대통령의 1만 자 깨알 지시는 계속됐다. 각 부처 업무보고뿐 아니라 청년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 혹은 인문학자들과의 만남에 대해서까지 대통령의 발언은 길었다. 대선 때까지는 짧은 공개 발언 외에는 모두 비공개로 철저하게 보안에 부쳤지만 취임 후에는 2시간가량 진행되는 회의 내용 전체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 ‘교사 리더십’ 이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회의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매주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도 격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회의를 통해서 각 수석, 장관에게 전파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통해 체크했다. 대선 전 스타일로 돌아간 것이다. 상반기 동안 북한의 핵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 때 보인 리더십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도 안정적으로 기존 스타일을 찾게 된 배경이었다.

한 참모는 그 배경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인수위 시기와 정권 초에는 본인의 국정철학을 국민과 공무원에게 세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140개 국정과제만 집중해서 실천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각 국정과제에 대해 정확하게 취지를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특히 대선 때 대통령 본인과 호흡을 맞췄던 정책 참모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거의 합류하지 않았다. 본인이 정책에 대해서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아는 것을 내각과 청와대, 그리고 국민에게 자세하게 전파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상반기 동안 어느 정도 전파됐으니 하반기 들어서는 말을 늘리기보다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다시 말이 많아지고 발언 내용이 점점 과격해진 건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부터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 때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구체적인 안건으로 원전, 방위사업, 문화재 분야와 함께 철도시설 분야를 언급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이미 7월경부터 박 대통령은 철도 민영화 대신 KTX 수서발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경쟁체제를 도입해 경영 합리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시정연설 이후 KTX 경영합리화는 철도노조의 ‘철도 민영화 반대’ 논리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다. 여론전에서 밀리는 동안 여론전의 선두에 서야 할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보이지 않았다. 철도민영화 이후에 의료·교육 민영화가 이어질 거라는 유언비어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언론이 철도노조의 과도한 복지 혜택을 비롯한 기득권, 방만한 경영 실태에 대해 집중 보도하면서부터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답답해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국회의 중재로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 때 그 답답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부터라도’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에 대해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각 수석은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나가기 바란다. 철도, 의료, 가스 등 최근의 개혁정책 등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와 쉬운 논리로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줘서 국민의 협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지금부터라도’라는 말 속에 담겼듯이 명분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사안조차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 작업을 벌이겠느냐는 답답함의 표현이었다.

실제 철도노조 파업 과정에서 노조와 심적으로 동조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부들이 자료를 보고하지 않아 청와대에서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을 겪으면서 정부가 모두 청와대, 즉 정권과 같은 편이라는 인식도 많이 깨졌다.

새해 들어 대통령의 깨알·과격 발언은 본격화됐다. 2월 5일부터 시작된 각 부처 업무보고 때부터 지난해 부처 업무보고 때의 발언 형태로 돌아갔다.

업무보고 첫날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은 불독 같은, 불독보다는 진돗개가 한 번 더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해요.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한다,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담인데 회의 다 끝나면 여러분이 규제에 관한 얘기는 생각 안 나고 진돗개만 생각날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일부러 하는 얘기예요. 잊어버리시지 말라고”라고 말했다. 웃으면서 한 얘기지만 ‘뼈’가 있는 비유법은 이후 업무보고 때마다 이어지며 ‘박근혜 어록’을 탄생시켰다.

박근혜 어록의 대부분은 칭찬보다는 질타에 초점이 맞춰졌다. “왜 이렇게 내 말 뜻을 잘 못 알아듣고 일이 더디냐”는 답답함이 한껏 묻어난다. 그런 비유법이나 과격한 표현은 대통령이 관련 수석비서관실과 사전 의견 교환 없이 공개적으로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비유 역시 모두 본인이 직접 넣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1차적으로 연설기록비서관실을 거쳐 제1부속비서관실이 최종 작성한다. 이 비유는 제1부속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최종안에도 없는 것들이었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 들어오기 전 친필로 메모한 경우도 많았다.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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