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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이순자 경주대 총장의 미학(美學) 리더십

  • 이권효 │동아일보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철학박사 boriam@donga.com

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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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취임 5년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새 출발 토대 마련
  • ● ‘바람직하고 반듯하고 순수한가’ 미학(美學) 리더십 추구
  • ● 외국인 교수 비율 50% 전국 최고 수준
  • ● 전교생 7개국 15개 대학에서 한 학기 유학 인물탐구
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요즘 경주대를 보면서 ‘우려 반 기대 반’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해서 과연 대학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저렇게 해야 비로소 새 출발을 위한 진정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기대다. 경주대는 최근 3년 사이 교수 17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80여 명을 감원하고, 대신 그만큼 외국인 교수를 채용했다. 또 정규직 행정직원 8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퇴직했다. 경주대에서 일어나는 이런 소용돌이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피상적으로 보면 도무지 ‘생존’ 가능성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스친다.

구조조정은 대학이든 기업이든 이미 일상 용어가 됐지만 대체로 직원을 좀 줄이거나 부서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정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주대는 이런 차원이 아니라 대학 구석구석 모든 것을 거의 허물고 새로 짓는 수준이다.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재건축’과 마찬가지다.

2012년 수시모집 중 발표된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 제한에 이어 지난해 경영부실 대학에 포함되는 치명적 사태 후 벌어지는 풍경이다. 그동안 100% 신입생 충원을 해왔지만 지난해는 1400여 명의 신입생 정원 가운데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초비상 사태를 맞았다. 관광특성화 대학으로서 쌓아온 명예와 자존심은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전면적인 재건축

어떤 대학이라도 연속으로 이 같은 치명타를 맞으면 주눅이 들어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손을 놔버리기 쉽지 않을까. 그런데 경주대는 모질게도 ‘근본적인 새로운 길’을 찾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 외국인 교수를 많이 채용하고 어느 때보다 외국 협력대학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바닥을 확실하게 친 만큼 구태의연한 경영 행태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토대와 자생력을 쌓겠다는 의지다.

경주대는 지금이 오히려 국내 첫 관광특성화대학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쌓는 전화위복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경주대는 1997~2000년 4년 연속으로 교육부 관광특성화 최우수대학에 선정됐을 정도로 관광 분야 경쟁력이 높다.

대학 총장들을 만나보면 “대학만큼 바꾸기 어려운 곳도 없다”고들 한다. 교수들이 대체로 높은 자존심과 함께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대학가는 곧 닥칠 신입생 자원 감소로 불안감이 높지만 여전히 ‘신의 직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총장이나 설립자, 재단은 학생 감소에 따른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교직원들과 타협해 몇몇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입학 정원을 조금 줄이는 정도의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발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경주대의 ‘재건축’ 중심에 서 있는 이순자(64) 총장의 리더십은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이 총장은 2009년 6월 총장(9대)에 취임한 후 재정지원 제한과 경영부실 대학이라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를 발전을 위한 뼈아픈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 확실하게 바꿔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여성이어서 이런 골치 아픈 과제를 잘 해결해내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선입관이다. 현명하고 강인한 어머니나 며느리가 엉망이 된 집안을 바로세우는 경우처럼, 이 총장의 독특한 리더십은 뒤엉킨 대학을 쾌도난마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여장부 모습이다.

최근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내가 취임하기 이전에 10여 년 동안 쌓인 부실이 곪아 터진 결과”라며 “교육부의 판단(경영부실 등)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중요한 건 대학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아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부끄러운 면이 많지만 진정한 새 출발을 위해서는 그동안 대학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솔직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경주대를 설립한 김일윤 전 국회의원의 부인이다.

“학생 위한 대학”

이 총장이 경주대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 것은 2008년 교직원 횡령사건이 불거지면서였다. 그는 “그동안 재단은 대학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횡령사건을 계기로 몇몇 교직원이 대학의 비리와 부조리 자료를 가져왔더라.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학교가 아니었다. 학교 예산은 교수들의 ‘사금고’나 다름없었다. 당시 재학생이 서류상으로는 6000여 명인데 실제 재학생은 4000여 명이었다. 교수들은 수업과 연구가 엉망이었다. 당연히 학생 관리는 뒷전이어서 2000여 명이 없는 황당한 일이 생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경주대가 ‘교수들의 놀이터’였다”고 말했다. 2004년 당시 교수 160명 가운데 140명이 교수협의회를 구성해 대학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학이 상상할 수 없는 부실 상태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것. 1988년 설립 후 15년가량 ‘좋은 시절’을 보내면서 재단은 경영에 소홀하고 교수들은 강의와 연구, 학생관리는 뒷전인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후 교수 80명을 감원했다. 그 자리는 외국인 교수 87명을 채용해 메웠다. 현재 경주대의 외국인 교수 비율을 보면 50%가량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교수들과 수업을 하며 부대끼면 취업뿐 아니라 대학생활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학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외국인 교수 채용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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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동아일보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철학박사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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