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두 남자와의 사랑 기대돼요”

男心 홀린 팔색조 배우 백진희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05-21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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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와의 사랑 기대돼요”
    MBC 51부작 드라마 ‘기황후’가 4월 29일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간 고려인 기승냥(하지원 분)이 황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숱한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도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특히 원나라 황후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백진희(24)의 연기가 돋보였다고 시청자들은 말한다.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고려 충혜왕 왕유(주진모 분)의 마음을 빼앗은 기승냥을 연적(戀敵)으로 여기는 타나실리는 질투에 눈이 멀어 패악을 일삼는 악녀. 그럼에도 띠 동갑인 선배 하지원을 상대로 기 싸움을 벌이는 그를 보노라면 전작(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의 선한 이미지가 잊힐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타나실리는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녀”라는 평가가 잇따른 이유다.

    고된 촬영이 반 년 넘게 계속된 ‘기황후’에서 하차한 후에도 그는 쉴 새 없이 바빴다. 3월 말부터 서너 주 동안 SBS 신설 예능프로그램 ‘도시의 법칙’ 촬영차 미국 뉴욕에 머물러야 하는 데다 출연 제의가 계속 들어왔기 때문.

    ▼ 안하무인 황후 타나실리와 ‘금나와라 뚝딱’의 천사 아내 정몽현, 상반된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몽현이를 다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기황후’ 촬영에 들어가서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죠. 몽현이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여서 전작의 이미지에 묻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몽현이는 몽현이대로, 타나실리는 타나실리대로 작가님들이 잘 써주셔서 그 대본 안에서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껏 살면서 타나실리처럼 소리 질러본 적도 없고, ‘네 이년’이나 ‘닥치거라’ 같은 대사도 어색해서 처음에는 어떻게 비칠지 불안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재미있어지면서 편하게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잠과의 전쟁

    ▼ 타나실리를 다 털어냈나요.

    “아직 감정정리가 다 안 돼서 새 황후(바얀후투그)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못 보겠더라고요. 바얀후투그가 착용한 빨간 대례복과 관이 제가 중국에서 촬영할 때 사용한 소품이었어요. 그걸 보니 질투가 나더라고요.”

    ▼ 악역이라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처음엔 저라는 사람 자체를 악하게 볼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되게 매력적이다. 백진희가 저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같은 소속사 선배인 이수경 언니한테서도 힘이 나는 얘기를 들었고요. 잘한다고, 잘 선택했다고.”

    얼음보다 차갑고 도도한 타나실리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불임 사실을 숨기려고 절에서 훔쳐다 키운 아들 마하다. 마하를 살리려고 속옷 차림으로 한겨울에 찬물을 머리에 끼얹으며 불공을 드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짠하게 했다. 백진희는 “다행히 세트장 안이었고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해줘서 그다지 춥진 않았는데 모성애 연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제가 아직 어린 데다 결혼 경험도, 아이를 낳거나 키워본 적도 없어서 모성을 끌어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촬영 전 타나실리의 모성애를 어떻게 드러낼까 고심하다가 사랑을 넘어선 병적인 집착으로 표현하려고 애썼죠.”

    ▼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에피소드를 만들 겨를이 없었어요. 밤을 많이 새워서 이러다 누구 하나 큰일 나지 싶었죠. 일주일 내내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어요. 잠은 차로 이동할 때 주로 잤어요. 대전이나 조례전 같은 큰 공간에서 촬영할 때는 카메라가 다른 배우들을 찍는 틈을 타 의자에 앉아 10분, 20분씩 눈을 붙였고요.”

    ▼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로 건강이 상하진 않았습니까.

    “원래 강철 체력인데 초반에는 좀 힘들었어요. 6개월짜리 ‘금나와라 뚝딱’이 끝나자마자 중국으로 가서 ‘기황후’ 첫 촬영을 하고 바로 귀국해 또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저는 머리에 가채를 올리지 않고 관을 썼는데 그것도 굉장히 무거웠어요. 다음 날 목이랑 어깨가 욱신거릴 정도로요. 근데 한 3개월 적응하고 나니 저랑 일심동체가 되더라고요.”

    타환보다 왕유

    “두 남자와의 사랑 기대돼요”

    드라마 ‘기황후’의 타나실리 백진희.

    ▼ 띠 동갑 선배인 하지원 씨와는 잘 지냈나요.

    “극 중에서는 대립관계지만 실제로는 사이가 좋았어요. 언니가 잘 챙겨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꾸 물어보고 의지하면서 찍었어요. 마지막 촬영 끝나고 ‘언니랑 연기해서 무척 좋았고, 현장에서 언니가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고, 저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나중에 답이 왔더라고요. ‘아, 진희야 이제야 문자를 봤네. 5일 동안 밤새우고 또 세트촬영 가’ 하고요. 언니는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기황후’에서 타나실리에게 타환 지창욱은 애증, 왕유 주진모는 연정의 상대였다. 백진희가 진짜 타나실리라면 두 남자 중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까.

    “창욱 오빠가 연기한 타환은 제가 보듬어 지켜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 진모 오빠가 연기한 충혜왕 왕유는 여자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캐릭터죠. 제가 아직 어리고, 또 세 자매 중 첫째라 동생들을 늘 챙겨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서 그런지 저를 아끼고 잘 챙겨줄 왕유에게 더 끌릴 것 같아요.”

    ▼ 이상형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고민이든 뭐든 다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고 배울 점도 많고 저를 존중해주는 사람이요.”

    ▼ 혹시 지금 그런 사람과 교제 중?

    “아니요.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날씨도 정말 좋고,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 막 돌아다니고 싶은데.”

    ▼ 비슷한 연배인 김수현, 이민호, 김우빈, 이종석이 요즘 중국에서 신한류 4대 천황으로 등극했다고 하던데, 그중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다 맞춰보고 싶어요. 특히 김수현 씨가 연기한 작품을 보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내공과 저런 감정을 낼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배우로서 질투도 나고, 작품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모든 배우의 바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제훈 씨와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현재 군복무 중이고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 씨의 상대역을 했는데 느낌이 좋은 배우예요.”

    ▼ 롤 모델은 누군가요.

    “김희애 선생님이요. 멋있어요. 배우로서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안정감 있게 보여요.”

    ‘반두비’와 ‘하이킥’

    서울 태생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과 떡볶이를 즐겨 먹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길거리에서 광고모델로 캐스팅된 것이 연예계 데뷔의 계기였다.

    ▼ 어쩌다 배우의 길로 들어섰나요.

    “고3 때 ‘애니콜 15소녀’라는 광고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찍었는데 시리즈를 찍다보니 식상할까봐 신경이 쓰였어요. 저번에 했던 거랑 다르게 보일 방법을 찾다보니까 하나의 삶을 좀 길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 연기에 관심이 생겼죠. 고등학교 때는 매니저가 없어서 엄마랑 촬영장을 다녔는데 그 광고를 계기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기의 길로 들어섰지요.”

    용인대 영화영상학과에 입학한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이후 ‘반두비’라는 독립영화에 출연한다. ‘반두비’가 그에게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해준 첫 작품”이라면, 2011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 부문 인기상을 안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은 그의 얼굴을 처음 대중에게 각인한 작품이다. 그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오디션을 보면 광고 찍으러 오라고 하는 것도, 내가 출연한 광고나 드라마가 TV에 나오는 것도, 지난 연말 ‘금나와라 뚝딱’과 ‘기황후’로 MBC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받은 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마냥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연기생활을 순탄하게 해온 것 같다고 하자 그가 손사래를 친다.

    “‘하이킥’을 만나기 전까진 저도 무명이었어요. 남이 보기엔 아닐 수 있지만 저 나름대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그때보다는 배우로서 입지가 다져지고 인기가 올라갔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 어떤 상처요?

    “제가 한 말이 왜곡되기도 하고 순간순간의 판단이 저를 만드는 건데 그런 판단을 내가 잘했나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들기도 해요. 제 의도와 달리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일이 있거든요.”

    ‘하이킥’으로 뜨기 전까지 3년 동안 그는 다섯 편의 영화와 세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서러운 무명시절을 보내며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두 남자와의 사랑 기대돼요”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소녀가장으로 분한 백진희.

    “후회한 적은 없어요. 잘될 거라 믿었고, 힘들다고 그만둘 바에야 좀 더 열심히 하는 게 낫다고 여겼어요. 틈틈이 신문도 읽고, 책도 봤어요. 지금도 책을 한 달에 한두 권은 봐요. 활자가 주는 안정감이 있거든요. 요즘은 나쓰메 소세키의 성장소설 ‘도련님’에 빠졌죠.”

    ‘하이킥’을 거쳐 ‘금나와라 뚝딱’에 출연하면서 그는 대중적인 스타가 됐다. 특히 혈육은 물론 한눈파는 남편과 철부지 시어머니까지 사랑으로 보듬은 ‘금나와라 뚝딱’의 정몽현을 연기할 땐 남녀노소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참하고 귀티 나는 미모 덕에 ‘제2의 심은하’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몽현이 덕을 종종 본다”며 “얼마 전 엄마 생신날에 밥 먹으러 고깃집에 갔는데 몽현이가 왔다면서 주인 할머니가 서비스를 듬뿍 주셨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녀 콤플렉스와 워커홀릭

    ▼ 몽현이처럼 경제적인 고충을 겪어봤나요.

    “저희 집도 IMF(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가세가 휘청한 적은 있는데 다행히 재기하셔서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어요. 집안 분위기도 어릴 때는 엄했는데 막내가 태어나면서 훈훈해졌어요. 동생은 대학생이고 막내는 저보다 열 살 적은 중학생이에요. 부모님이 막내를 무척 예뻐하세요.”

    ▼ 장녀 콤플렉스는 없나요.

    “제가 잘해야 동생들이 잘한다는 얘기를 항상 듣고 자라서 어릴 때부터 책임감이 강했어요. 어디 가서 말을 많이 하는 자체를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생각했고요. 근데 연기를 하면서 그런 관념이 하나씩 깨지더라고요. 이제는 촬영장에서나 집에서나 애교를 곧잘 떨어요. 어떨 땐 동생들보다 더해요.(웃음)”

    ▼ 배우가 되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았나요.

    “엄마아빠는 다른 부모처럼 딸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하고 바라신 평범한 분들인데 제가 이 일을 한다고 하니까 갈피를 못 잡고 부화뇌동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공부밖에 모를 줄 알았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상상을 못하셨던 거죠.”

    ▼ 지금은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십니까.

    “저희 집은 원래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제가 타나실리로 좋은 반응을 얻어도, 작품이 잘 안됐을 때도 엄마아빠는 늘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보세요. 근데 타나실리가 죽던 날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고생했다, 보면서 울컥울컥했다’고요.”

    연기 활동으로 바빠 대학을 휴학했던 그는 올해 영화영상학과에 복학해 연출을 배운다. 제작에 뜻을 둬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시야를 넓히려는 연기 공부의 연장이라고 했다.

    ▼ 발성과 발음 다 좋아서 방송 진행을 해도 잘 맞을 것 같은데 연기가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요.

    “연기만 우직하게 하고 싶어요. 방송 진행은 또 다른 재능이 필요한 것 같아 전혀 하고 싶지 않아요. 노래나 춤, 예능도 마찬가지고.”

    ▼ 대사 암기력은 좋은 편인가요.

    “‘기황후’ 찍을 때 대본이 늦게 나오고 대사량도 많아서 매번 이걸 다 언제 외우나 했는데 슛 들어가기 전에는 외워지더라고요. 학교 공부는 그렇게 못했는데 대본을 볼 때는 순간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요 며칠 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캐릭터로 다시 연기하고 싶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드라마는 대본이 나오면 찍기 바쁘고 대사 분량도 방대한 반면, 영화는 호흡도 길고 여유도 있어서 현장에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팬들의 따뜻한 관심도 저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죠. 최근 ‘기황후’ 끝나고 집에 팬레터가 왔어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행복하세요. 저는 백진희였습니다’ 하고 끝맺음을 했는데 ‘행복하세요’라는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제 대사 한 마디나 표정, 눈짓 하나에도 사람들이 웃고 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욱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드라마와 영화를 합쳐 지난 7년간 출연한 작품이 15편에 달한다. 데뷔 후 줄곧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연기 욕심이 많아서 저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일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많은 작품을 했지만 다행히 평가가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기황후’ 끝나고 소속사 대표님에게 얘기했듯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게 쌓이고 쌓여서 보답한 것 같아요. 그런 건 배신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읽는 한 글자, 한 글자가 한 권의 책을 이루듯이 연기력을 차곡차곡 다져가다보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 있는 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엄마의 선물

    이날 인터뷰는 이쯤에서 마쳤다. 그와 다시 연락이 닿은 건 4월 29일. 그 사이 미국 뉴욕에서 ‘도시의 법칙’을 촬영하는 동안 그는 MBC 새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 여주인공인 오정희 역으로 낙점됐다. 오정희는 강원 태백 광부였던 아버지가 진폐증으로 사망한 후 카지노 딜러로 취직해 밑으로 줄줄이 딸린 네 동생을 뒷바라지하는 소녀가장. 그럼에도 늘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뿐 아니라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꽃미남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캔디 같은 캐릭터다.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트라이앵글’ 촬영을 시작한 그는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촬영 현장에 투입돼 밤새워 찍고 차에서 잔다”고 수화기 너머에서 근황을 전했다.

    ▼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라디오스타’에 이어 두 번째인데 재미있었나요.

    “미국에 처음 갔는데 ‘자유의 여신상’도 못 보고 고생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같이 간 오빠들과 가족처럼 지내서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푹 빠져서 시키는 대로 다 했더니 지금 후유증을 겪고 있어요. 왠지 허전하고 오빠들이 보고 싶고.”

    ▼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캐스팅이 확정돼서 힘든 건 없나요.

    “딜러 역이라 카드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뉴욕에 다녀오느라 연습할 시간이 없었어요. 촬영 틈틈이 배우고 있어요. 제가 뉴욕에 있는 동안 다른 배우들이 촬영을 먼저 시작해 지금 제 분량만 남았어요. 정신없이 찍고 있죠.”

    ▼ 오정희 캐릭터는 마음에 드나요.

    “본성이 착한데 단호하고 할말은 다하는,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예요. 더구나 이번에는 드디어 사랑받아요. 그것도 멋진 두 남자로부터.(웃음)”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영화 ‘은교’의 주연 김고은 씨 팬이에요. 느낌이 참 좋은 배우죠. 사람 자체가 가진 느낌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타고나는 거라서 정말 부러워요. 얼마 전 인터뷰한 걸 봤는데 그 친구도 강한 것들만 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군요. 저도 사실 그런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제 나이에는 기본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열어놓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서른 살쯤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어찌 백진희를 다 알 수 있으랴. 하지만 그는 적어도 미모를 믿고 허세를 부리는 ‘마네킹 배우’는 아니다. 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도 일찍 깨달은 듯하다. 볼수록 매력적인 이 여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뭘까.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고, 한 사람으로서도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 당분간 인기가 올라가더라도 언젠가 떨어질 날이 올 텐데 그때 남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니고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해요.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서 피눈물 나는 법이니 사람에게 잘하라’고 엄마가 늘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사회생활하면서 많이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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