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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뱀직구의 열혈남아’ 임창용

  • 이영미│스포츠 칼럼니스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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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신수 일기’ ‘류현진 일기’를 네이버에 연재하는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영미 씨가 이달부터 내로라하는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의 숨은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스포츠ZOOM 人’을 연재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5월4일 대구구장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탄생했다. 삼성의 수호신 임창용(38)의 한일 통산 300세이브 대기록이 그것이다. 1995년 해태(현 KIA)에 입단한 임창용은 2007년까지 해태와 삼성을 거치며 168세이브를 기록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올 시즌 전까지 한일 통산 296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삼성으로 복귀해 300세이브를 올리게 된 것이다.

‘돌직구’ 오승환이 떠난 자리에 ‘뱀직구’ 임창용이 바통 터치를 했다. 삼성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하며 최적의 투구 밸런스를 선보이는 임창용을 ‘스포츠ZOOM人’에서 만나본다.

5월 초, 대구구장에서 마주한 임창용은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시카고 컵스 소속 선수로 시범경기를 뛰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애타게 갈망하던 그였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과 달리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고, 단 하루도 마이너리그에 있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삼성으로 복귀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친정팀으로의 복귀가 그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돌아온 현실이 씁쓸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내 운이 여기까지인가보다 싶었다. 2002년부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 도달해선, 또다시 온갖 풍파를 겪었고, 결국엔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처음 삼성행이 결정됐을 때는 마음이 썩 좋을 수만은 없었다.”

임창용은 인터뷰 때마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내곤 한다. 야구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평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야구사와 개인사 모두 꼬일 대로 꼬였고,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스토브리그의 핫이슈로 떠오른 뉴스메이커였다. 그런 자신의 과거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불운’으로 이어지면서 손대면 잡힐 듯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눈으로만 품고 돌아오는 심경은 착잡하기만 했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했다. 삼성의 마운드가 싫은 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도전만 하고 그냥 돌아왔다는 자괴감,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2군에 머물렀고,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메이저리그를 떠나보내려고 노력했다.”

임창용은 4월 11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이날 복귀 후 처음으로 대구구장 마운드에 선 임창용. 그는 삼성 팬들이 운동장이 떠나갈 듯이 ‘임창용’을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잠시 울컥했다고 한다.

“묘하더라. 잠시 잊고 있던 함성이었다. 관중석의 거의 모든 팬이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 내가 한국에 오긴 왔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들리는 내 이름이었다. 미국에선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생경했고, 그 다음에는 기분이 점차 좋아졌다. 그리고 고마웠다.”

시카코 컵스와의 악연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3월 27일 삼성 복귀 기자회견을 한 임창용.

2월 애리조나에서 임창용을 만났을 당시, 임창용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 임창용은 초청 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진입했다. 스프링캠프에 있는 동안 빅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프링캠프에 모인 선수는 모두 66명. 그중 투수는 35명이다. 투수 중 기존의 메이저리그 선수를 제외하면 남은 선수는 25명. 25명이 비어있는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임창용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그를 계속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해서라도 메이저리그에 남고 싶었다.

시카고 컵스는 결국 임창용에게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했다. 하지만 임창용이 마이너리그행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자,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직접 연락을 취해 높은 이적료를 받고 임창용을 돌려보내는 방안을 택했다. 임창용으로선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삼성으로 온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의 권리를 가진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하자마자 미리 연락을 취했던 삼성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그것은 이적료를 챙기는 동시에 메이저리그의 다른 팀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는 컵스의 확고한 생각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컵스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숙소에서 짐을 챙겨 하루빨리 미국을 떠나야만 했다. 미련과 아쉬움이 많이 남은 스프링캠프였다.”

임창용은 2012년 12월 계약금 10만 달러와 함께 시카고 컵스와 2년간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에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하던 임창용은 애리조나 루키리그에서부터 시작해 싱글 A, 하이싱글 A, 더블 A, 트리플 A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마이너리그 경기에선 22와 3분의 1이닝 동안 13피안타, 4실점, 평균 자책점 1.61을 기록했다. 시카고 컵스 구단에서는 확대 엔트리제가 시행된 2013년 9월 5일 임창용을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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