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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를 보내며

눈물, 선동, 외압…재난 보도 아닌 ‘보도 재난’

세월호 언론보도 난맥상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눈물, 선동, 외압…재난 보도 아닌 ‘보도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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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선원과 관료는 우리에게 분노와 수치심을 안겼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매체도 비판의 표적이 됐다.
  • 특히 방송이 그렇다. 진보 성향 방송엔 “눈물·감성팔이” “이념 선동”이라는 비난이, 친(親)정부 성향 방송엔 “권력 외압” 비난이 일었다.
눈물, 선동, 외압…재난 보도 아닌 ‘보도 재난’

자유청년연합 회원들이 5월 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다이빙벨의 성능을 과장해 구조작업을 방해했다며 손석희 JTBC 사장, 이상호 기자, 이종인 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우리는 구석기 시대의 감정, 중세의 제도, 신(神)의 경지에 이른 과학기술을 가졌다”고 했다. 한국 언론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미디어 기술은 최첨단이지만 언론인의 자질은 여전히 구시대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언론의 보도 수준은 대형사고가 빈발한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절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일부 언론은 희생자 구조보다 특종을 먼저 생각했다. 이 때문에 언론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이번에도 재난보도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더욱이 인터넷 포털·신문의 등장과 언론인의 이념적 편향까지 겹치며 과거에 없던 문제도 노출했다.

“오욕의 민낯 드러내”

세월호 보도가 문제투성이였다는 점은 한국기자협회(기협)가 4월 20일 소속 회원사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기서 기협은 “일부 언론이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련의 취재 보도 과정에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며 신뢰를 잃는 오욕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했다. 이어 “왜곡된 속보 경쟁, 부정확하고 자극적인 내용 전달, 예의를 벗어난 취재 행태 등으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재난 발생 시 현장의 영상을 전달하는 TV 뉴스는 주목을 받는데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우 특히 TV 뉴스에서 여러 난맥상이 드러났다. TV 재난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희생자의 명예나 생존자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선정성이다.

사태 초기 JTBC의 한 앵커는 구조된 안산 단원고 여학생을 인터뷰하면서 “혹시 알고 있습니까? 한 명이…”라면서 이 학교 2학년 정모 군의 사망 소식을 이 여학생에게 전했다. 이에 대한 반응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여학생은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당시 기자들은 스스로 보도준칙을 만들었다. 여기엔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생존자 및 사상자의 신상공개 자제’ 조항이 들어 있다. 이렇게 애써 마련한 준칙은 별 소용이 없었다. 속보 경쟁에 파묻혀 작동하지 않았다. 생존 학생들은 정신적 충격을 치유할 틈도 없이 담요를 덮고 카메라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기협은 “재난 보도 시 자극적 영상이나 선정적 어휘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방송은 상습적으로 정반대로 간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NHK는 희생자와 유족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데 무게를 뒀다. 속보를 전하는 이 방송사 기자들은 감정을 절제한 채 사실관계만을 전달했다. 이때 정작 흥분한 쪽은 한국 방송사들이었다. 자극적 표현을 남발하며 ‘재난 포르노’를 연출했다. 한일 방송의 재난 보도를 야구경기에 비유한다면 일본의 콜드게임 승이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 때도 이러한 버릇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시청자의 눈물을 있는 대로 짜내려는 감정적 언행, 선정적 어휘가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난무했다. 앵커들과 기자들은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감정이입형 기사를 양산해냈다. 특히 JTBC의 손석희·정관용 앵커는 이런 형태의 보도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며 생방송 도중 눈물을 보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반응은 이들에 대한 평판만큼이나 엇갈렸다. 비판론자들은 이들의 눈물이 상업적으로 연출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이들을 지지하는 진영은 인간미의 발로로 해석했다.

하지만 인간적 본성이 직업윤리에 우선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자신의 목숨을 먼저 챙긴 세월호 승무원들도 변호받을 수밖에 없다. 승무원이 승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듯 앵커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기자 자질 하향평준화

생방송 중에 눈물을 흘렸다면 그나마 우발적 사태로 이해해줄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4월 26일 공중파TV인 SBS의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저널리즘 이론을 재정립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 벌어졌다. 진행자인 탤런트 김상중은 해경의 녹음파일 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희생자들에 관해 클로징 멘트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편집·녹화돼 방송되므로 얼마든지 새로 녹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시사프로그램을 울면서 진행하겠다’는 의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상중은 현역 배우로 이런 설정을 탁월하게 소화해낼 인물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꽤 높았다고 한다.

해경 측은 이 방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허위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성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시사고발뉴스를 눈물과 감정에 휩싸여 다룬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당사자인 해경이 방송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마당이면 진행자의 눈물은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다.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공중파TV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과장된 보도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입었다. 공중파 TV 시사프로그램이 아직도 사실관계의 확인보다 사회적 선동에 앞장선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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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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