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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를 보내며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심층 분석 - 대형 참사, 그 후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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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쟁하듯 대책 쏟아냈지만 ‘재난 백서’ 6권 불과
  • ● 건축구조기술사 설계 ‘필수’가 아닌 ‘협력’… 강제성 없어
  • ● 출소 후 사업 재개한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책임자들
  • ●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후 통합무선망 계획, 지금도 관계기관 따로
  • ● 유조선·경비정 통신 문제, 여수 기름 유출 사고 때도 되풀이
승선인원 관리 부실, 구명장비 미작동, 기상 악조건에서 무리한 운항….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사고 관련 재난 백서에 담긴 사고 원인이다. 20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는 책임자 엄중 처벌과 후속 사고 방지 대책 수립을 거듭 약속한다.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국회는 경쟁하듯 관련 대책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닮은꼴 사고는 반복된다.

우리는 왜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걸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대한 정부 후속대책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취재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사고 후 어떤 후속대책을 내놓았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공식 문서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국가에서 대형 참사를 겪은 후 사고 원인부터 대처 과정, 문제점과 개선 사항 등을 기록한 ‘재난 백서’를 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난 백서는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단 6권뿐이다. 그중 2000년대 이후 발간된 것은 대구지하철 방화사건(2003년)과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두 권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동아’는 참사 이후 정부 대책을 알기 위해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군대, 경찰 등이 발표한 보도자료, 해명자료, 부처 회의자료 등을 일일이 찾아 종합했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백서 작성은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한 첫걸음인데 이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사고 원인부터 정부의 대책과 실패, 향후 과제 등을 모두 기록한다. 고베지진(1995년)의 경우 백서가 8권에 달한다. 백서에 기록하고 끊임없이 열어보면서 사건을 잊지 않고 고쳐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도 안 지킨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강제성 없는 안전 설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진행 중이던 오후 9시 16분. 갑자기 무대 쪽 지붕 일부가 무너지더니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지붕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는 데는 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100명 가까운 학생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U자 형태로 찌그러진 철골 구조물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1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세 안팎의 학생이었다.

3월 말 경찰 발표에 따르면 마우나리조트 강당 건설 과정에는 크게 3차례 위법 행위가 있었다. 먼저 기둥 간 거리가 31m로 건축법 시행령(30m 이상이면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 안전 확인)에 따라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지만, 리조트 건설 당시 건축구조기술사는 안전 확인을 않고 도장만 대여해줬다.

건축사는 임의로 설계도면, 앵커볼트 등 자재를 바꿨다. 이후 건물 시공을 맡은 시공사는 설계도에 계획된 자재(SM490)보다 강도가 약한 자재(SS400, SPHC)를 사용했다. 사용된 자재는 자동차 철판용으로 설계 자재에 비해 흡수력이 절반 수준이다. 건설 이후 건축사가 공사감리를 실시했지만 자재, 설계, 구조 관련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4월 2일 국토교통부는 “리조트 참사 재발을 막겠다”며 ‘건축물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기둥 간격이 20m 이상인 건축물이나 샌드위치패널(PEB) 등 ‘특수구조 건축물’은 착공 전까지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고 △감리과정에서 건축구조기술사의 현장 확인을 받으며 △준공 전까지 유지관리매뉴얼을 작성하라는 내용이다. 현행(6층 이상, 기둥 사이 30m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보다 기준이 다소 강화됐다.

하지만 건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현재 건축법 시행령이나 국토교통부 대책 모두 기둥 간격 20m 이상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즉 건축구조기술사는 직접 설계에 개입하지 않은 채 조력자 구실을 한다. 검토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강제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법상 건축주는 건축사와 계약을 하고 건축사가 건축구조기술사를 고용하는 형태다. 어떻게 미학이 ‘갑’이고 안전이 ‘을’이 될 수 있는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 도면에 확인·날인하는 법이 생겼지만 현재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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