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3명 중 2명 ‘해피아’ 나 정치인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대해부 - 항만공사 ‘관피아’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4-05-22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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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 사장·본부장에 임명
    • 부산·인천항만공사, 퇴직자 재취업 기업에 일감 몰아줘
    • 감사원의 ‘비효율 항만공사 통합’ 권고 묵살
    • 업계 이익 대변하는 민간 항만위원도 문제
    3명 중 2명 ‘해피아’ 나 정치인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인천항 전경.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실한 관리감독이 꼽힌다. 제일 먼저 문제가 된 곳은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이하 해운조합)이었다. 한국선급은 선박 구조변경 안전검사, 도면 심사, 선박 복원성 검사 등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세월호가 무리한 증축에 따른 복원력 상실, 과적, 부실한 고박 등으로 인해 침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에 대한 안전검사 당시 ‘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2000여 개 여객선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해운조합의 역할도 크다. 해운조합은 해운조합법과 선박안전법에 의해 지위를 보장받으며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와 과적, 승선인원 점검 등에 관한 업무 일체를 책임진다. 역시 정부가 위탁한 업무다. 그러나 과적 등이 세월호 침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확인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대표는 세월호 침몰 이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두 기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단체들이 그동안 전직 해양수산부 관료들에 의해 사실상 운영돼왔다는 점이다. 역대 한국선급 회장 12명 중 8명이 해수부나 정부기관에서 퇴직한 낙하산 관료였다. 해운조합도 최근 그만둔 주성호 전 이사장을 포함해 12명 중 무려 10명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민은 한국선급이나 해운조합처럼 해수부와 해수부 출신 인사가 장악한 기관 간의 공생관계, 부정과 비리가 세월호 참사를 빚었다고 의심한다. ‘해피아’(해수부 관료+마피아)라는, 세월호 사건이 만들어낸 신조어에는 그러한 국민 정서가 담겼다. 최근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기관과 유관기관 등에서 일하는 ‘해피아’는 총 25개 기관에 걸쳐 35명에 달한다.

    ‘신동아’는 해수부 유관·산하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업무가 많은 항만공사를 통해 ‘해피아’와 ‘낙하산 정치인’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항만공사의 전현직 사장과 임원뿐 아니라 경영을 사실상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항만위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임명됐는지, 항만공사가 만들어진 이후 인사·조직·운영 등에서 어떤 비리와 부정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관료 사회의 문제점, 낙하산 인사의 폐해 등을 살펴보고자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 항만공사가 있다. 설립한 순서대로 언급하면 경기평택항만공사(2001년, GPPC), 부산항만공사(2004년, BPA), 인천항만공사(2005년, IPA), 울산항만공사(2007년, UPA) 여수광양항만공사(2011년, YGPA)다.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평택항만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해수부 산하기관으로 운영된다.



    3명 중 2명 ‘해피아’ 나 정치인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25개 기관에 ‘해피아’ 35명

    부산항만공사에는 사장과 3명의 임원(경영본부장, 운영본부장, 건설본부장)이 있다. 임기택 현 사장은 해수부 공보관과 국토해양부 해사안전정책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국토해양부는 2013년 국토교통부 신설 및 해양수산부 부활로 폐지됐다). 김성환 건설본부장도 국토해양부 기술서기관, 부산항건설사무소 항만개발과장을 지낸 ‘해피아’다. 올해 2월 임명된 박충식 운영본부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중앙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부산항만공사의 현직 임원 4명 중 3명이 해피아거나 정치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2004년 설립 이후 부산항만공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거쳐 갔을까. 부산항만공사의 역대 사장 4명은 모두 ‘관피아’(관료+ 마피아)거나 정치인이었다. 초대 사장인 추준석 씨는 행정고시를 거쳐 상공부 통상정책국장과 중소기업청장 등을 지냈고, 이갑숙 전 사장(2007~08년)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과 한국선급 18대 회장을 지낸 전형적인 해피아였다. 이 전 사장은 현재 해운업체인 사조산업의 대표이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노기태 전 사장(2008~12년)은 정치인 출신이다. 15대 국회의원과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회장을 지낸 6·3동지회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는 역대 항만공사 사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 전 사장의 취임과 연임은 부산지역에서 낙하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부산항만공사의 역대 본부장 12명 중 국토해양부나 해수부 출신은 6명이었다. 특히 건설본부장의 경우 총 5명 중 4명이 해수부 출신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부산항만공사의 초대 감사로 선임된 이병환 씨는 친노세력 모임이었던 부산정치개혁추진위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부산항만공사의 운영과 관련,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는 여러 차례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부산항만공사가 지난 5년간 민간에 위탁한 7개의 용역 전부를 해수부 또는 부산항만공사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에 몰아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여객터미널 관리업무 등 4건의 용역을 수의계약한 업체의 사장은 부산해양항만청 총무과장 출신이었고 전무는 부산항만공사의 경영지원팀장 출신이었다. 또 다른 회사의 사장도 해수부 국장 출신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노기태 전 사장은 재임기간에 여러 번 구설에 올랐다. 200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10개월간 34번이나 해외출장을 다니며 총 2억3500여만 원의 출장비를 사용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당시 한나라당 윤영 의원은 “출장 목적이 대부분 마케팅과 시찰인데,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출장 일정과 보고서상의 날짜가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출장보고서가 대부분 A4 반쪽 분량으로 특별한 목적이 없는 외유성 해외출장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 전 사장은 업무추진비의 34%를 경조사 화환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1년 8월에는 감사원이 “부산항만공사가 무분별한 항만시설 공사를 강행해 예산을 낭비했고 항만시설 운영권을 특정업체에 임대하는 식으로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이 밝힌 ‘무분별한 공사 예산’은 무려 250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감사원의 이런 지적이 나온 건 국토해양부가 노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직후여서 더 큰 논란을 불렀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노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전 세계 항만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CEO’라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논란에 대해 부산지역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 사장의 연임은 부산의 해운업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비호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2년 부산항만공사를 그만둔 뒤 노 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부산선거대책본부의 특보단장을 맡았다. 올해 6·4 지방선거에는 새누리당 부산 강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한다.

    2005년 출범한 인천항만공사에는 그 동안 총 3명의 사장이 임명됐다. 모두 해수부 전직 관료였다. 초대 사장인 서정호 씨는 행정고시(17회)를 거쳐 해수부 기획관리실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자문위원을 거친 뒤 사장에 올랐다. 그 뒤를 이은 김종태 전 사장 역시 행정고시(17회)를 거쳐 해수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인물. 그는 민간기업인 싸이버로지텍과 한진해운에서 일하다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1년 사장이 된 김춘선 현 사장도 해수부 해양정책국장,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을 지낸 전형적인 ‘해피아’다.

    대통령 측근의 사장 연임

    인천항만공사 사장 자리는 정치바람을 많이 탔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서정호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사표를 내고 떠났다. 그가 떠난 뒤 감사원은 인천항만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 서 사장이 약 3년간의 재임 중 술값과 골프비용으로 857만 원을 결제한 사실을 적발해 발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서 사장이 컨테이너 선사 및 유관기관과 업무협의를 한 것처럼 만들어 술값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각에서는 표적감사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 감사로 모양새를 구긴 서 사장은 인천항만공사를 떠난 뒤 6개월여 만에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명 중 2명 ‘해피아’ 나 정치인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2008년 8월 사장에 오른 김종태 전 사장은 취임하기 직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공천 탈락에 대한 보은(報恩)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항만공사의 3개 본부장 자리(경영본부장, 운영본부장, 건설본부장)에는 그동안 총 10명이 거쳐 갔다. 그중 해수부 출신은 6명. 초대 경영본부장이던 박용문 전 해수부 해운정책과장, 제주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이홍식 전 운영본부장, 항만개발과장을 지낸 박홍남, 이규용 전 건설본부장 등이다. 그 외에도 인천항만공사에는 전 경남도의회 의원 박상제 전 경영본부장,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의 현 양장석 경영본부장 등 정치인도 여럿이었다. 지난 3월 양 본부장의 임명이 결정된 뒤 정치권과 항만공사 주변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게 불었다.

    인천항만공사도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해수부 출신인 김춘선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항만입주 업체들에 대해 90억 원가량의 임대료를 깎아줘 비난을 받았다. 임대료를 깎아주는 과정에서 ‘무역항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을 지켰는지가 논란거리였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부산항만공사의 경우와 같이 인천항만공사도 퇴직자들이 취업한 민간업체에 각종 용역을 몰아준 것과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의 업무를 위탁받아온 (주)인천여객터미널의 임원 대부분이 해수부 공무원 출신이라는 폭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여객터미널의 사장은 인천해양항만청 출신이었으며 임원과 팀장 대부분은 해수부를 퇴직한 뒤 인천항만공사에서 근무하다 여객터미널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었다. 그 숫자는 무려 11명에 달했다. 김 의원은 “(주)인천여객터미널이 민간회사임에도 해수부가 사장을 내정하는 등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설립된 울산항만공사의 박종록 현 사장은 행정고시(25회)를 거쳐 해수부 국제협력담당관과 해양정책국장, 국립해양조사원장 등을 지냈다. 윤정석 현 경영본부장도 국토해양부 부산항만청 관리국장, 여수항만청 총무과장 등을 지낸 ‘해피아’다. 윤 본부장의 전임자인 곽한호, 이상용 전 경영본부장 역시 해수부 출신이다. 곽 전 본부장은 인천해양수산청 선원해사과장, 이 전 본부장은 부산항만청 관리과장 등을 지냈다.

    노무현 때나 이명박 때나…

    울산항만공사는 비교적 최근에 설립됐음에도 이상하게 정치 관련 논란에 시달렸다. 초대 사장을 맡은 김종운(2007~08년) 씨의 경우 현대중공업 전무, 현대미포조선 부사장을 지낸 민간인 출신이었지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란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을 불렀다. 김 사장이 재임 중이던 2007년 울산항만공사는 항만위원회가 실시한 경영실적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5.39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노골적인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2008년 7월에는 국토해양부 사무관이 김 사장을 직접 찾아가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 사장을 방문한 국토해양부 사무관은 김 사장을 내쫓기 위해 울산항만공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 사장 신임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려다 직원들의 반발로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김 사장은 2008년 8월 스스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의 후임에는 이채익 전 울산 남구청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이채익 사장의 임명은 이전보다 더 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렀다. 그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정책특보, 울산시당 대변인 등을 맡은 전형적인 정치인인 데다, 해양이나 항만 업무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사장에서 물러난 이씨는 다음 해인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울산 남구갑에 출마해 당선, 현재는 해수부를 담당하는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다.

    울산항만공사의 초대 감사를 맡았던 심규명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맡았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울산시장에 출마해 낙선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항만공사의 감사로 임명되자 지역에서는 보은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게다가 심 변호사는 울산항만공사가 임원을 공개 모집하기 직전에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감사직에 지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심 변호사는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심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항만공사 감사로 있으면서 약 85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항만공사에는 지금도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있다. 바로 올해 1월 임명된 김진우 운영본부장이다. 그는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한나라당 기획조정국장, 친박연대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 담당관, 새누리당 세종시당 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비전문가 낙하산도 다수

    비교적 최근 설립된 여수광양항만공사에도 여러 명의 해피아가 일한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선원표 현 사장도 해양수산부 감사관, 국토해양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 국토해양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등을 지낸 뒤 자리를 옮겼다. 선 사장과 함께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이끄는 2명의 본부장 중 운영본부장인 이진오 본부장도 해양수산부 감사관실 사무관과 인천항만청 항만개발과장을 지낸 해피아다.

    경영본부장인 권종수 본부장은 서울시 건설행정과장, 서울시 종로구 부구청장을 지낸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마포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 출신 인사로 확인됐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초대 사장인 이상조 전 사장도 경남 도의원, 밀양시장,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이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나오던 날 해양수산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평가에서 그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과 함께 ‘경고’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경기도 소속 기관인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다른 항만공사와는 달리 비전문가가 줄줄이 사장 등 임원에 임명된 점이 눈에 띈다. 당장 현 사장인 정승봉 사장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것 말고는 항만이나 해양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부천 소사구청장, 이천시 부시장, 경기도 보건복지국장과 안산시 부시장 등을 지냈다. 전임 양병관(2004~09년), 서정호(2009~12년), 최홍철(2012~13년) 사장이 모두 해운 관련 경력자인 것과 비교된다. 양 전 사장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을, 서 전 사장은 해수부 기획관리실장과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최 전 사장은 해운항만청을 거쳐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정 사장의 경우 임명 당시 경기도가 사장 공모 3일 만에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사전 내정설, 형식적 공모 절차라는 비난과 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역대 임원들도 비전문가이기는 마찬가지다. 남대기(2003~04년) 전 경영본부장은 오산시 부시장, 문홍길 전 경영본부장은 경기도 지역정책과장과 오산시 부시장을 거쳐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다. 연대흠(2006~07년) 전 경영본부장도 경기도 농업기술원 총무과장과 의정부 환경복지국장을 지냈다. 의왕시 상수도사업소장과 경기도 투자관리실 항만정책담당을 지낸 박종갑 현 본부장이 그나마 해양·해운 관련 경험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항만공사 임원, 공기업의 24배

    2010년 감사원은 ‘비효율’ 등을 이유로 부산, 인천 등 항만공사의 통합을 국토해양부에 요구한 바 있다. 울산항만공사 등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당시 감사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국토해양부에서 항만별로 각각 공사를 설립해 운영함으로써 항만공사의 평균 임원 비율이 공기업 평균에 비해 24배나 높고 지원부서의 인원 비율도 2.6배나 높아 인력 비효율이 심각하다.”

    감사원은 또 보고서에서 “부산, 인천, 울산 항만공사를 통합할 경우 항만별 화물량 조율 및 재정부담 완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감사원이 통합을 권고할 당시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물량은 적정 하역능력의 130%였지만 광양항의 경우는 적정 하역능력의 30%만 활용되고 있었다.

    감사원의 통합 권고가 나온 직후 항만공사가 들어선 지자체와 항만공사는 “탁상공론이며 실현 가능성도 없다”며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국토해양부도 수도권의 한 대학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감사원의 통합 권고를 거부했다. 감사원의 통합안은 결국 백지화됐다.

    당시 항만공사 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항만공사는 분명 정부(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다. 그러나 항만공사를 가진 지자체는 항만공사를 자기들 소유로 생각한다. 그래서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다. 매년 해양수산부 등 유관 기관 출신 인사 여러 명이 항만공사에 재취업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시 국토해양부도 통합을 원하지 않았다. 인사권을 가진 정부도 항만공사를 통합해 논공행상 할 수 있는 자리를 줄이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시 감사원의 통합 권고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없는 것이었다. 관련 기관의 로비 때문에 국회에서도 그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항만위원회도 해피아와 정부의 밥그릇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평택항만공사를 제외한 전국의 4개 항만공사는 모두 항만위원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적게는 6~7명, 많게는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항만공사의 경영목표·예산·자금계획·사업계획 및 운영계획 등을 심의·의결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사실상 항만공사를 움직이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항만위원회는 인사권자인 해양수산부와 항만이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해수부 출신 인사가 여럿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4기에 걸쳐 총 41명의 항만위원이 임명됐거나 현재 활동 중인데 그중 6명이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여기에 해수부 자문위원이나 심의위원 등을 지낸 대학교수나 각계 전문가를 포함하면 그 수는 14명 정도로 늘어난다. 2010년 부산항만위원들은 자신들의 회의수당을 올리기 위해 관련 규정을 고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명단이 확인된 총 35명의 전·현직 항만위원 중 해수부 출신 인사는 총 8명이었다. 그중 한준규 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김성수 전 해수부 기획관리실장, 이인수 전 해수부 해운물류본부장은 항만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모두 해운 관련 민간기업과 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울산항만공사는 2007년 출범 당시 항만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총 11명의 항만위원 중 해수부 추천(6명), 항만이용자단체 추천(2명)을 제외한 3명 중 2명이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과 관련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을 지낸 이성환 당시 항만위원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울산 중구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고, 정희권 변호사는 열린우리당 소속이던 강길부 의원의 변호인을 맡은 인연이 있었다. 울산항만공사의 현재 항만위원 6명 중에는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현직 항만위원장은 해수부 해양정책본부장을 지낸 신평식 씨가 맡고 있다.

    한편 항만공사의 핵심 관계자는 항만위원회 구성, 운영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해피아’들이 항만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항만공사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간기업 출신의 항만위원들이다. 이들이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면서 항만공사 경영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항만공사가 항만 이용 업체들에 끌려 다니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항만위원의 역할과 권한이 너무 커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점도 꼭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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