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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드라마, 영화, K팝, 미용, 쇼핑…혐한(嫌韓) 가라앉힌 한류 3.0 열풍

중국 내 韓流(한류) 재점화

  • 홍순도 │아시아경제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드라마, 영화, K팝, 미용, 쇼핑…혐한(嫌韓) 가라앉힌 한류 3.0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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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에서 다시 한류 바람이 분다.
  • 한류는 중국·일본에서 시작해 아시아 전역과 세계로 확산한다.
  • 그런데 우리 언론은 과장하는 습성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 중국 현지에서 한류를 사실에 가깝게 생생하게 취재했다.
드라마, 영화, K팝, 미용, 쇼핑…혐한(嫌韓) 가라앉힌 한류 3.0 열풍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판 포스터.

결론적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유행을 뜻하는 한류(韓流)가 맹위를 떨치는 것은 분명하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2000년대 초 대단했던 바람이 재차 대륙을 강타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때보다 양과 질 측면에서 더 거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류 기사 130만 건

한국 언론보다 더 냉정한 시각으로 한류를 볼 수밖에 없는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인 시청자나 독자가 방송, 신문을 통해 한류 관련 보도를 접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5월 중순 기준으로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검색되는 한류 관련 기사가 130만 건에 달한다. 우리나라 네이버의 37만7000건보다도 월등하게 많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한류가 요즘 들어 새로운 시기인 ‘3.0시대’에 진입했다”며 긍정적 기사를 자주 보도했다. 한류 1.0은 한국 드라마 ‘대장금’‘겨울연가’‘천국의 계단’등이 촉발한 최초의 한류를 말한다. 한류 2.0은 K팝 스타인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빅뱅이 일으킨 한류다. 한류 3.0은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한류를 의미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별에서 온 그대’가 이를 주도한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베이징의 대표적 신문인 신징바오(新京報)의 4월 7일자 기사들은 중국 언론이 한류를 얼마나 관심 있게 다루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신문은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이 베이징을 방문하자 1면에 당연하다는 듯 “도민준 교수가 왔다”는 제목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어 13면 전체에 “베이징이 도 교수를 환영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매체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애칭을 한국식 애칭인 ‘별 그대’처럼 ‘싱니(星·#54991;)’로 통일해 자연스럽게 부른다. ‘별 그대의 마니아’를 ‘싱니미(星·#54991;迷)’로 호칭한다. 웬만한 중국인의 생활에 한류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셈이다.

최고 정치 지도자들의 언급에서도 한류 붐이 읽힌다. 권력 서열 1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월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에서 인기인 ‘별에서 온 그대’를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본다”는 요지의 말을 서슴없이 꺼냈다.

10여 일 후에는 권력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이에 가세했다. 이른바 양회(兩會·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한 분임토의에서 베이징 대표단을 만나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에서 인기인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봤는가? 한국 드라마가 왜 중국을 점령했나? 왜 바다 건너 미국, 심지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나? 나는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깨닫게 됐다. 한국 드라마는 우리를 많이 앞섰다.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가.”

명심보감과 유교 가치

권위를 지켜야 하는 최고 지도자로서는 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별 그대’가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과 관련해 한 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서 수백 년을 산 도민준 교수는 중국 사상서인 ‘명심보감’을 자주 인용했고 유교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에 맞게 설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이 중국인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류가 ‘별 그대’ 한 작품에만 의존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신드롬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별 그대’ 열풍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국 문화 콘텐츠도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민호, 박신혜 주연의 ‘상속자들’은 올해 초부터 ‘별 그대’ 못지않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민호의 중국 내 인기는 상상을 불허한다. 굳이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아무 날이나 TV를 틀어도 CCTV 같은 중앙방송은 물론 40여 개 지방의 위성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한두 편을 볼 수 있다.

영화 쪽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중국 영화시장에서 본토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이외 제3국의 영화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만큼은 선전한다. 현빈, 탕웨이(湯唯) 주연의 ‘만추’, 야구 영화 ‘미스터 고’는 최근 7000만 위안(119억 원)과 1억2000만 위안(204억 원)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해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중국에서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을 제치고 미국과 경쟁이 가능한 영화를 만드는 국가로 인식된다. 한국 영화는 지적재산권 의식이 희박한 중국에서 거의 대부분 복제돼 유통된다. 바이두에서 최신 한국 영화 100편 정도를 다운로드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K팝도 중국에서 큰 인기다. 이제 중국에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K팝을 듣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한국과 거의 리얼 타임으로 신곡이 소개된다. SM이 5월 8일 바이두와 중국 내 합작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다. 이 계약 체결 이틀 뒤 SM 소속 엑소-M은 중국 전역에 생방송된 CCTV의 ‘글로벌 중국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새 타이틀 곡 ‘중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 한류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부 한국 연기자들은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2002년부터 2년여 동안 CCTV의 ‘해외극장’ 프로그램에서 한국 드라마 ‘인어아가씨’가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주인공 장서희도 중국에서 유명세를 탔다. 장서희는 중국에서 드라마와 광고에 출연했고 팬 미팅 등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2011년 중국의 중년 스타 린융젠(林永健)과 함께 찍은 ‘서울에서의 임사부(林師傅)’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녀는 중국에서 흥행이 보장되는 초특급 한류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대형 역사물 ‘수당영웅(隋唐英雄)’에 출연한 후 2013년 9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화처(華策)그룹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겸 평론가 도성희 박사는 “화처의 위상을 감안하면 할리우드 계약 수준과 비견된다. 장서희라는 브랜드는 중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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