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후원 ‘따뜻한 동행’ 이사장 김종훈

  • 글·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따뜻한 동행 제공

    입력2014-05-22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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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후원 ‘따뜻한 동행’ 이사장 김종훈


    4월 23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 단원의 절반 이상이 시각장애인이고, 지휘자도 없지만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이하 하트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단원들은 불 꺼진 무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상의 하모니로 객석을 뜨겁게 적셨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영혼의 상처가 치유되는 듯한 ‘힐링’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트오케스트라는 2007년 창단한 후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지만 재정난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마터면 해체될 뻔한 이 오케스트라를 위기에서 구한 건 복지재단 ‘따뜻한 동행’이다. 따뜻한 동행은 건설사업관리(CM)전문회사인 한미글로벌의 전 직원이 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그해 가을부터 초청 음악회 형식으로 하트오케스트라를 도운 따뜻한 동행 김종훈(65·한미글로벌 회장) 이사장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연주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안마사로 빠지지 않고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따뜻한 동행에서 연습장을 만들어주고, 악기를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 형태로 자립할 터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트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문화관광부 1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등록됐다.

    따뜻한 동행의 재원은 지금도 한미글로벌에서 나온다. 직원들이 월급의 1%를 내고 회사가 같은 액수를 내 총 급여의 2%를 따뜻한 동행에 기부한다. 김 이사장은 1996년 한미글로벌을 창립하면서 전 직원의 사회공헌활동과 월급의 1% 기부를 의무화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고용계약서에도 이 내용을 넣었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후원 ‘따뜻한 동행’ 이사장 김종훈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

    김 이사장은 “처음에는 사회공헌활동이 반강제적이니까 반발하는 직원도 있지만 한두 번 봉사하고 나면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간다. 중증장애인 시설에 가보면 우리가 말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낄 수 있다. 봉사를 통해 구성원들은 힐링을 경험할 뿐 아니라 이런 조직에 속해 있다는 걸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도 타고난 나눔 신봉자는 아니다. 30대 후반 삼성물산에서 근무할 당시 서울대에 호암생활관을 기증하는 공사를 맡으며 인근 산동네 노인들을 도운 것이 나눔에 매료된 계기였다.

    한미글로벌은 타워팰리스, 월드컵경기장 공사 등을 통해 국내에 처음 CM 개념을 도입하고 해외 각지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의 전 직원은 매달 장애인 복지시설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거나 수리하는 건축 관련 봉사활동을 펼친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돕는 곳이 전국 50군데에 달한다. 따뜻한 동행은 산하에 여러 사회적 기업을 두고 한미글로벌이 지난 10여 년간 축적해온 나눔 봉사활동 경험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동명의 건축사사무소를 만든 데 이어 올해 미취업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 설립을 추진 중인 것도 그 때문이다.

    따뜻한 동행은 그동안 장애인에게 고가의 첨단 보조기구를 공급해왔으며 장애인 리더를 키우기 위한 아카데미를 개설할 채비도 한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 복지의 궁극적 목적은 고용 촉진”이라며 “장애인도 약자로만 존재할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해 활약해야 한다. 하트오케스트라가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이사장에게 나눔의 정의를 주문하자 “인간의 도리이자 기업의 사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이사장은 “기업이 세상을 바꾸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기업이 똑바른 정신과 진정성을 갖고 나눔 활동을 해나간다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빛으로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만 65세에 회사를 떠나겠다고 공언하며 “은퇴 후 죽을 때까지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쳐왔다. 경영권을 2세에 물려주는 여느 기업과 달리 그를 대신할 후임자도 직원들의 뜻을 모아 내부인사 중에서 발탁해뒀다. 하지만 만 65세인 올해 당장 경영권을 물려줄 형편이 못 돼 2~3년 더 회장 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저서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의 인세 수입과 사외활동으로 받은 보수도 모두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놓은 김 이사장. 이 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인 그는 “앞으로 따뜻한 동행을 기반으로 사회공헌활동의 큰 범주에 속하는 저출산 문제 해소와 통일에 관한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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