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우정힐스 CC(코오롱 한국오픈)

  • 글·사진 최웅선 골프포스트 기자

    입력2014-05-29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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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은 한국의 오거스타 내셔널로 평가된다. 매년 새로운 코스 세팅으로 명성을 더해가는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어니 엘스와 비제이 싱, 존 댈리, 양용은, 노승열, 버바 왓슨, 이안 폴터, 저스틴 로즈, 앤서니 킴,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이시카와 료 등 한국오픈에 출전한 세계적인 선수들도 우정힐스의 코스 세팅을 극찬한다. 골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토너먼트 코스에 견줘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세계 100대 골프장

    1993년 5월 개장한 우정힐스는 약 105만m2(32만 평)의 부지에 조성된 18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2012년 미국의 골프전문지인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미국 외 세계 100대 골프장’(100 Best Courses outside the United States)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인 페리 오 다이(Perry O. Dye)가 설계한 이 골프장은 한국 최초의 웨스턴 스타일 골프장으로 나지막한 구릉지대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와 주위 조경은 동양의 미를, 코스는 서양의 터프한 면을 조화시켜 심미성을 갖췄다. 또한 각 홀의 마운드, 해저드, 시야가 모두 서로 다르게 설계돼 난이도가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1번홀(파4,427야드)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티샷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페어웨이 중앙의 나무를 보고 겨냥해야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릴 수 있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 벙커가 기다리고 있고 왼쪽으로 당기면 OB다. 해저드와 벙커를 끼고 있는 그린 오른쪽의 경사가 심해 그곳을 공략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밀리면 더블보기를 각오해야 한다. 핀 위치를 무시하고 그린 중앙으로 안전하게 공을 올려야 파를 노릴 수 있다.

    몇 홀을 돌아보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정복할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한 세계적인 선수들이 극찬한 코스 세팅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홀을 거듭할수록 골퍼의 도전 의욕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5번홀은 540야드짜리 파5홀로 오른쪽으로 휜 도그레그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 워터 해저드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장타자가 아니라도 티샷을 220야드만 보낼 수 있다면 투 온을 노릴 수 있는 홀이다. 대신 도전 의식이 없다면 파에 만족해야 한다. 페어웨이 왼쪽 나무 숲을 겨냥해 티샷을 날리는 게 좋다. 장타자라면 약간 우측을 겨냥해도 좋다. 성공한다면 아이언으로 투 온을 노릴 수 있다. 워터 해저드를 의식해 강하게 스윙하면 슬라이스나 훅이 날 수 있어 평소 리듬대로 스윙하는 멘탈이 필요하다.

    드라이버 샷으로 워터 해저드를 무사히 넘겼다면 두 번째 샷은 앞 핀일 때와 뒤핀일 때 공략법이 다르다. 앞핀일 경우 여유 있는 클럽 선택보다는 빡빡하게 치는 게 좋다. 샷이 길어 그린 중앙을 넘어가게 되면 스리 퍼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린 중앙에 마운드가 있어 거리 조절이 쉽지 않다. 뒤핀일 경우엔 넉넉한 클럽 선택이 필요하다. 짧으면 그린 중앙의 마운드를 넘겨야 하는 어려운 퍼트를 해야 한다. 이정윤 우정힐스CC 본부장은 “차라리 그린을 넘긴 뒤 칩샷으로 이글이나 버디를 노리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아웃 코스를 빠져나올 때쯤이면 코스의 높은 벽이 실감 난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내셔널 타이틀전 열리는 한국의 오거스타
    ‘To be or not to be’

    11번홀(파5, 494야드)은 평소 파5홀로 쓰이다 한국오픈 기간엔 파4홀로 바뀐다. 로리 매킬로이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쩔쩔맬 정도로 난도가 가장 높은 홀이다. 지난해 이 홀의 평균타수는 4.60타였다. 하지만 파5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마추어 골퍼라도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버디를 노릴 수 있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내리막으로 펼쳐진 코스가 짧다는 생각에 덤벼들 수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 홀의 별칭은 ‘To be or not to be’다. 코스 설계자인 페리 오 다이는 전장을 짧게 한 대신 곳곳에 함정을 만들어놓았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정확성과 겸손이다.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올렸다면 아이언으로 개미허리 같은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럴 수 있다면 짧은 아이언으로 핀 공략이 가능하다. 이 홀을 거쳐 간 많은 골퍼가 ‘버디를 노리면 보기를 토할 것이요, 안전하게 공략하면 버디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우정힐스의 시그니처 홀인 13번홀은 한국 최초의 아일랜드 그린이다. 일본의 골프 영웅 이시카와 료는 2012년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했을 때 1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이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만큼 티샷의 난도가 높다. 그린을 둘러싼 워터 해저드와 벙커가 부담스러운 데다 소용돌이 바람까지 불기 때문이다. 당초 코스 설계자인 페리 오 다이는 이 홀에 벙커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그린에 공이 안 올라가면 잡아줘야 한다”는 취지로 벙커 3개를 조성할 것을 부탁했다. 이 명예회장이 우정힐스CC를 만들 때 코스 설계자에게 양보를 받은 유일한 홀이다.

    우정힐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토너먼트 전용 코스답게 전략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골프장이다. 매 홀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대회 코스에서 가상의 경쟁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신나지 않을까. 산토끼가 뛰어노는 대자연을 품에 안은 우정힐스의 고고한 자태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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