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꽃잔치 속 정면승부 초고속 퍼트의 짜릿함

라데나GC(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 글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2014-05-29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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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잔치 속 정면승부 초고속 퍼트의 짜릿함
    강원 춘천에 있는 라데나골프클럽은 거대한 꽃밭이다. 자산홍, 영산홍, 백철쭉, 황매화, 튤립…. 라데나에 갔다 오면 꽃병을 앓는다. 머릿속에서 울긋불긋 꽃들의 잔영이 너울처럼 밀려든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이 꽃천국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여자들의 혈투가 벌어진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한 그녀들의 짜릿한 정면승부에 갤러리는 그만 숨이 막힌다.

    라데나GC는 네이처(Nature), 레이크(Lake), 가든(Garden) 3코스 27홀이다. 거의 모든 홀 그린 뒤편에 꽃병풍이 자리 잡고 있다. 더하여 예술 조각 처럼 운치 있는 소나무 3000그루가 곳곳에서 상쾌한 기운을 뿜어낸다.

    꽃잔치 속 정면승부 초고속 퍼트의 짜릿함
    꽃잔치 속 정면승부 초고속 퍼트의 짜릿함
    네이처 3번홀(파3, 149m). 그린 난이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곳에서 26년간 근무한 김득환 코스관리팀장이 “대회 때 우리 그린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말하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퍼트를 해보니 실감이 난다. 약하다 싶었는데도 쭈르르 미끄러진다. 비결은 투 그린과 철저한 관리. 대회 한 달 전부터 대회용 그린은 개방하지 않고 집중 관리한다. 가늘고 촘촘한 잔디를 깎고 누르고 다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4.0~4.2m라는 경이적인 그린 스피드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골프장 일반 코스의 그린 스피드는 2~2.5m다. 대회용 코스의 경우 3m면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날 라데나의 그린 스피드는 3.15m였다. 일반 코스인데도 웬만한 대회용 코스보다 빠른 셈이다. 효율적인 투 그린 운용으로 에어레이션(aeration)에 따른 퍼트 불편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

    티잉그라운드 양옆에 백자작나무들이 도열한 네이처 9번홀(파4, 352m)은 백 티(back tee)에서 쳐야 제맛이다. 레귤러(화이트) 티에선 백자작나무 숲을 뚫고 나가는 장쾌함이 덜하기 때문. 티샷이 짧으면 가운데 길게 누운 워터 해저드를 넘기는 게 부담스럽다.

    레이크 2번홀(파3, 147m)은 사람을 홀린다. 앞쪽에 그림 같은 연못이 있고 연못과 그린 사이에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비치벙커가 누워 있다. 그린 뒤편도 벙커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그야말로 가시를 삼킨 장미다.



    꽃잔치 속 정면승부 초고속 퍼트의 짜릿함
    라데나 코스의 특징은 대체로 페어웨이가 넓은 대신 언듈레이션이 다채롭다는 점. 가장 긴 홀인 레이크 7번홀(파5, 520m)의 페어웨이만 해도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산맥처럼 굴곡이 심해 스탠스를 잘 잡지 않으면 미스샷 가능성이 높다. 레이크 8번홀(파4, 320m)은 코스의 좌우 폭이 좁은 편이고 IP 지점에 쌍둥이 연못 2개가 있어 장타자는 우드를 잡는 게 낫다.

    가든 코스에서 가장 어렵다는 2번홀(파4, 399m). 드라이버를 잘 쳐도 200m 안팎이 남을 만큼 길고 오르막이다. 대회 때도 거의 버디가 나오지 않는다고. 오른쪽으로 굽은 3번홀(파5, 428m)은 서비스 홀. 거리로는 충분히 투 온이 가능하나 곳곳에 도사린 벙커가 장애물. 게다가 티샷 볼이 오른쪽으로 가면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그린 근처 워터 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지난해 대회 때 장하나가 여기서 이글을 잡은 게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됐다. 맞바람이 부는 9번홀(파5, 503m)은 2009년 유소연이 결승전에서 최혜용과 9차례나 연장전을 벌인 끝에 우승한 곳이다. 왼쪽 일렬로 늘어선 워터 해저드를 조심해야 한다.

    라운드가 끝난 후 캐디로부터 점수표를 받아 들면 뜻하지 않은 숫자에 당황하거나 흐뭇해한다. 매 홀 타수 기록 아래 칸에 퍼트 수가 가지런히 적혀 있기 때문.

    골프장 손님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라데나는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최상의 코스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라데나 관계자는 “고객이 20만 원 내고 30만 원어치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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