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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시시포스의 역설

“300야드는 날려야지”

‘한국판 존 댈리’ 김주형 프로

  • 이강래 골프포스트 기자

“300야드는 날려야지”

“300야드는 날려야지”

‘장타의 전설’로 불리는 김주형 프로.

“아들아, 야구 좋아하지? 야구는 누가 최고지?”

“행크 아론이요.”

“그래 맞다. 야구는 행크 아론처럼 홈런타자여야 한다.”

아버지는 어느 날 또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아빠는 권투를 좋아하는데 권투선수는 KO 펀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골프는 300야드를 쳐야 해.”

골프를 사랑하는 아버지와 여섯 살짜리 아들이 35년 전 나눈 대화다. 대화의 주인공은 김동건 아나운서와 아들 김주형(40) 프로다. 김주형은 부친 말대로 300야드를 치는 장타자가 됐다.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 꼬마는 프로골퍼로 청춘을 보낸 뒤 지도자 생활에 접어든 지 어언 6년째다.

김주형은 아직도 올드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만큼 19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로 군림했다. 한장상 프로는 과거 한 일간지에 “(김)주형이는 요즘 한국에서 공을 가장 멀리 보내는 배상문보다 20야드는 더 나갔다. 나는 주형이보다 공을 더 멀리 날리는 한국 골퍼를 보지 못했다”고 기고한 바 있다.

영화 ‘불편한 진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1995년 11월 성남 골프장에서 열린 현대클래식에서 김주형은 당시 세계 최장타자이던 존 댈리보다 멀리 쳐 ‘한국의 존 댈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김주형은 페어웨이에 볼을 떨어뜨리며 300~330야드를 꾸준히 날렸다. 댈리가 시차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해도 입이 벌어질 일대 사건(?)이었다. 김주형의 당시 드라이버 스펙은 샤프트 강도가 엑스트라 스티프에 로프트 각도는 9도, 샤프트 길이는 43.75인치였다.

장타자로 명성을 날리던 김주형은 고려대 3학년 때인 1997년 일본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한국인 아마추어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경기고 1학년 때 국가대표에 발탁돼 엘리트 코스를 밟은 김주형은 기골이 장대해 가공할 장타를 날렸다. 신장 187cm에 골프장갑 사이즈는 27이었다. 두 팔을 벌린 길이도 자신의 키보다 무려 12~14cm가 길었다. 장타를 날릴 빼어난 신체 조건을 갖춘 것이다.

“300야드는 날려야지”

1988년 뉴코리아CC에서 헤밀 어원과 함께(왼쪽). 1992년 매경오픈에서 베스트 아마에 오른 김주형. 오른쪽은 우승자 토드 해밀턴.

“300야드는 날려야지”

어드레스를 잘하려면 양 팔꿈치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만 일본 무대 적응엔 실패했다. 골프는 멘탈 게임인데 그 부분에 약했다. 텃세를 부리는 일본 선수들의 ‘이지메’에 말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계속된 예선 탈락에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주형은 투어를 중단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골프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행을 권유했다.

김주형은 미국에서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브라이언 모그, 부치 하먼, 필 릿츤 등 유명 교습가 20명을 만났다. 하지만 PGA투어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Q스쿨에 두 번 나갔으나 모두 떨어졌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2002년 선수 생활을 정리한 김주형은 이듬해인 2003년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른 일을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5년간 세상과 벽을 쌓고 ‘잠수’를 탔다. 김주형은 “당시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일만 번쯤 했다”고 회상한다.

칩거 생활을 끝내준 건 한 편의 영화였다. 새벽 5시경 ‘불편한 진실’이란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아! 내가 이러면 안 되겠구나. 뭘 먼저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노트를 꺼내 들고 미친 듯이 적기 시작했다. 결론은 ‘골프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김주형은 곧바로 멘토인 박영선 V1 골프아카데미 원장을 찾아간다. 한국체대 교수를 지낸 박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스윙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지도자였다. 감주형은 1년간 박 원장 밑에서 체계적으로 교습법을 배웠고 골프 관련 서적을 탐독했으며 2009년 12월 서울 강남에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지도자로서 김주형의 철학은 단순하다. “다치지 않는 스윙을 가르쳐야 하며 골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 김주형 아카데미엔 남녀 프로골퍼는 물론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다. 그들이 김주형에게 열광하는 건 풍부한 이론과 실전에서 나오는 확신에 찬 레슨 때문이다.

첫 번째는 ‘어드레스’다. 스윙의 출발점인 어드레스를 잘하려면 상체의 힘을 빼고 하체 고정에 힘을 써야 한다. 두 번째는 ‘힘을 빼라’다. 헤드 스피드를 내기 위해선 그립을 너무 꽉 쥐거나 가슴에 힘을 주면 안 된다. 세 번째는 ‘양 팔꿈치를 모아라’다. 그래야 스윙이 흐트러지지 않고 공이 잘 맞는다. 네 번째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내밀어라’다. 척추를 세워야 좋은 스윙 아크가 나온다. 마지막이 ‘클럽 헤드가 임팩트 후 닫혀야 한다’다. 그러려면 왼팔 상박의 회전이 중요하다. 거기서 헤드 스피드가 나온다.

불혹의 나이에도 아직 짝을 못 만난 김주형의 꿈은 한국 땅에 세계적인 골프 메카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런 계획에는 자신의 손으로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고 싶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애국심도 있고 부잣집 외아들로 좋은 여건에서 골프를 했다는 책임감도 있다. 무보수 코치. 그게 오랜 방황을 끝내고 필드로 돌아온 ‘철든’ 김주형의 꿈이다.

김주형 프로가 말하는 장~타 비결

왼팔을 지렛대로 이용하라


스윙은 3가지 운동으로 구성된다. 지렛대 운동과 회전 운동, 회전축 운동이다. 지렛대는 왼팔 두 마디와 클럽을 뜻한다. 대부분 공은 몸으로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몸을 안 쓸 수는 없다. 하지만 팔이 너무 몸에 붙은 채 스윙이 이뤄지면 거리 손실을 보게 된다.

왼팔이 지렛대인데 팔로 친다고 하면 왼팔과 오른팔 중 어느 팔이 힘을 내고 어느 팔이 방향을 잡는가? 이에 대해 대부분 오른팔이 거리, 왼팔이 방향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지렛대의 원리를 알면 왼팔이 힘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이 지렛대 운동에 있다. 손목의 코킹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얼마만큼 오래 공 앞까지 끌고 내려올 수 있느냐가 장타를 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 이 원리 말고는 없다.

회전 운동은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몸통의 회전, 둘째 어깨의 회전, 셋째 팔꿈치의 회전, 넷째 손목의 회전, 다섯째 클럽 헤드의 회전이다. 거리가 안 나오는 것은 다섯 개의 회전 중 몸통 회전만으로 공을 치기 때문이다. 클럽 페이스에 공이 맞고 바로 닫혀야 하는데 나머지 4개의 회전을 굳게 잠가둔 채 몸통 회전만으로 공을 치니 거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몸은 잡아둔 채 클럽 헤드가 잘 돌아가게끔, 그리고 손목이 부드럽게 잘 돌아가게끔, 그리고 팔꿈치도 부드럽게 돌아가게끔, 그리고 어깨에 힘을 빼서 몸 따로 팔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헤드 스피드를 낼 수 있다.

회전축은 몸이 양옆으로 왔다갔다 하며 몸통이 회전하면서 생기는 축을 말한다. 피봇(pivot)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축은 다리가 아니고 척추다. 회전축 운동 시 절대로 앞뒤로 흔들리면 안 된다. 효과가 떨어진다. 등 각도를 유지하고 좌우로 움직이면 스웨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회전축 운동은 내 스윙을 크게 돕는다. 좌우로 많이 움직이면 정타도 덜 나오고 오히려 힘이 분산된다고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절대로 앞뒤로 움직이지 말자.

이 세 가지 운동을 이해하면 좋겠다. 비거리의 비결은 이 안에 다 있다. 보충 설명을 조금 한다면 레깅(lagging)이란 것이 있는데 레깅은 클럽 헤드를 뒤처지게 하는 동작이다. 이 동작을 만들어서 몸에 적응시키면 코킹을 풀지 않고 공 앞까지 끌고 내려올 수 있게 도와준다.

입력 2014-05-29 10:14:00

이강래 골프포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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