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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시시포스의 역설

“과거엔 나를 위해 지금은 딸을 위해”

파란만장 미녀 골퍼 안시현 프로

  • 유병철 골프포스트 객원기자 einer6623@hotmail.com

“과거엔 나를 위해 지금은 딸을 위해”

“과거엔 나를 위해 지금은 딸을 위해”
연예계에서 이제는 정설로 굳어진 얘기가 있다. 빛나는 외모로 인기를 끌던 청춘스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컴백하면 연기력이 괄목상대한다는 것이다. 짓궂게도 여기에 이혼 등 가정사의 아픔까지 곁들여지면 그 연기 발전의 폭은 더 커진다고 한다. 인생의 신맛이 최고의 연기 스승인 셈이다. ‘천송이 신드롬’을 일으킨 의 전지현(34), 대세 대열에 안착한 이보영(36), 원조 여신의 귀환 김희선(38) 등이 살아 있는 방증이다. 과거에도 고 최진실, 고현정 등 당대의 배우들이 엄마 배우로 명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그렇다면 연기력이 아닌 경기력, 즉 스포츠 분야에서는 어떨까? 정신적 영역뿐 아니라 육체 능력이 중요한 까닭에 엄마 선수의 파이팅은 쉽지 않다. 양궁에서 ‘원조 신궁’ 김수녕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현역에 복귀해 금메달을 딴 것과 ‘아줌마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던 ‘우생순 신화(여자핸드볼)’가 진한 감동을 준 이유다. 그런데 최근 골프에서 30대 엄마 선수의 복귀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원조 신데렐라’ 안시현(30)이다.

딸아이를 위해 다시 채를 잡다

“5월이면 딸 그레이스가 두 돌이 되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엄마들의 공통된 마음이에요. 저는 혼자 키워야 하는데 그레이스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프로골퍼라는 직업인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어쩌면 다행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직전에 ‘엄마’를 인터뷰한 것이. 며칠만 늦었다면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모두 부모인 까닭에 몹쓸 참사를 함께 슬퍼했을 것이다. 인천이 고향인 안시현이 토해냈을 격분은 상상으로도 충분하다. 쉽지 않았을 필드 복귀의 이유가 딸에게 있는 그였으니 말이다.

2011년 연예인 마르코와 결혼한 안시현은 바로 은퇴했고, 2012년 5월 딸 그레이스를 낳았다. 하지만 2013년 8월 가정불화가 언론에 보도되는 소동을 겪은 끝에 이혼했다. 싱글맘으로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경제적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현역 복귀를 결심했다. 처음 연습장을 다닐 때는 걸음마에 재미를 붙인 그레이스를 데리고 다녔다. 혼자 두면 위험한 까닭에 몇 시간 채를 휘두를 동안 골프장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이를 봐줬다. 시드전을 통과(2014년 풀시드 확보)한 후 9주간 미국으로 동계훈련을 갈 때도 22개월 된 그레이스와 동행했다. 과거의 골프는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골프는 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운동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자신의 존재 이유 그 자체였다.

“(미국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코스를 돌았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그레이스와 함께했다.”

4월 KLPGA의 2014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여자오픈은 안시현의 복귀 무대였고, 매우 화려했다. 2년여의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명품 샷을 선보이며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대회 장소가 제주도였던 까닭에 그레이스를 데리고 가지 못했는데 집에서 난리가 났다고 했다. 화면으로 엄마를 본 그레이스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TV를 붙잡고, 껴안고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이다.

현재 안시현은 인천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프로골퍼 엄마가 집을 비울 때는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한다. 안시현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그레이스가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실 정도예요. 수도권에서 대회가 열리고, 여건이 좋으면 경기장에 딸아이를 데리고 나오시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KLPGA 대회장의 클럽하우스나 안시현 프로가 경기하는 주변 갤러리 중 두 돌쯤 된 예쁜 여자아이가 엄마 아빠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다면 그레이스일 가능성이 높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가가 “안시현 프로 딸이죠? 참 예쁘네요. 많이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네면 어떨까 싶다. 아니,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여자프로대회에는 엄마 선수들을 위해 클럽하우스에 아이돌봄센터가 대회마다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농익은 골프는 연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유부녀 배우들의 컴백 성공기에는 ‘농익은 연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은 눈부신 미모에 연기까지 탁월하니 각광을 받는 것이다.

안시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돌싱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일단 워낙 일찍 스타덤에 오른 까닭에 프로 데뷔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제 만 30세다. 아직 미혼인 또래 친구가 수두룩하다. 매력 포인트가 풋풋함에서 성숙미로 바뀐 것이 차이점이다.

“차이점이요? 외형상으론 체중이 10년 전에 비해 조금 는 정도예요. 다른 것은 저도 모르겠어요. 원래 피부는 좋은 편이고, 아직 피부 노화로 고생할 나이는 아니거든요.”

살짝 ‘자뻑.’ 하지만 인정할 만하다. 마침 기자는 2003년 안시현의 신데렐라 탄생 때 주최 신문사의 담당기자로 우승 후 며칠 동안 19세의 안시현을 집중 취재한 인연이 있다. 그의 자평처럼 실제로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잠깐 과거로 돌아가면 안시현에겐 신데렐라라는 표현이 딱 맞다. 2002년 고교 2학년 때 프로에 데뷔했고, 2부 투어를 거쳐 1부 투어에 올라온 2003년 한국땅에서 열린 LPGA대회(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애니카 소렌스탐 등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그 누구도 우승을 예상하지 못한 무명 신화를 연출한 것이다.

부드러운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시원한 샷도 좋았지만 신선한 외모도 큰 인기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69cm의 늘씬한 체형에 골프선수답지 않은 뽀얀 피부, 매력적인 미소까지. 19세의 안시현은 골프판 신데렐라였다.

이어진 신데렐라 스토리도 괜찮았다. 2004년 우승자 자격으로 바로 미국으로 날아갔고, 2004년 첫해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에 이어 한국인 4번째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미국에서 추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등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래도 톱랭커로 꾸준히 활약했고, 2011년에는 연예인 마르코와 화제를 뿌리며 결혼에 골인했다. 이쯤이면 ‘이후 행복하게 살았다’로 동화가 마무리되면 그만이었다.

골프판 신데렐라 이야기는 큰 시련을 거쳐 이제 2부가 막 시작됐다. 그리고 그 성공 여부는 경기력에 달렸다. 하지만 농익은 연기와 달리 농익은 골프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주말 골퍼도 2년 동안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핸디가 치솟기 마련인데 프로는 어떠하겠는가. 스스로 “이렇게 죽도록 운동한 것은 고등학생 이후 처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운동에 매진했다.

여기서 ‘고등학생 이후’에 주목할 만하다. 안시현은 당시 정해심 프로 밑에서 ‘영종도 지옥훈련’을 받았다. 골프계에서도 놀랄 만큼 엄청난 운동량이었다. 스스로 이번 복귀를 앞두고 그때만큼 운동했다고 밝힐 정도면 설명이 더는 필요 없는 것이다.

사실 안시현은 천재형 골퍼에 가깝다. 김주형 프로는 “박지은 프로의 은퇴 경기를 앞두고 몇 번 라운드도 함께 하고 샷을 지켜봤는데, 안시현 프로는 정말 손 감각이 좋다. 이런 건 타고나는 것이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천재형 골퍼이니 남들에게는 어려운 긴 공백 후 컴백이 좀 쉬웠던 것은 아닐까. 안시현은 단호했다. “타고난 재주가 아무리 많아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이미 내가 8년간의 미국 생활을 통해 경험한 진리예요.” 당연한 얘기인데 안시현 프로의 입을 통해 들으니 세삼 공감도가 높아졌다.

어쨌든 스스로 “비거리가 260야드 정도로 한창때보다 더 는 거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엄마 프로골퍼 안시현의 현재 기량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뉴 안시현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풀이

-가정사 등 여러 가지로 힘들었을 텐데.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지만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돈 너무 아깝다. 노는 것도 때가 있나보다. 이제 놀 힘도 시간도 없다. 그럴 시간 있으면 애 보고 내 몸 관리해야 한다.

-대학생이라고 하는데?

맞다. 성균관대 2010학번이다. 투어와 결혼생활 때문에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올해가 2학기째인데 어떻게 해서든 졸업장을 받을 생각이다. 딸아이의 가정환경란에 엄마 학력을 고졸이라고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 그런 건 느끼지 않는다. 단 20대에 비해 휴식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질 뿐이다. 엄마 선수로 좋은 성적을 거둬 선후배 모두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 지금이 첫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투어 생활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

입력 2014-05-29 10:31:00

유병철 골프포스트 객원기자 einer662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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