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사용자의 미세한 느낌을 잡아라”

피팅의 달인 윤대병 소장

  • 최웅선 골프포스트 기자

    입력2014-05-29 10: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용자의 미세한 느낌을 잡아라”

    윤대병 소장은 “기계적 대화가 아닌 인간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윙의 완성도가 높은 투어 프로는 헤드 중앙에 정확하게 임팩트해 거리와 방향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스윙 기술만으론 한계가 있는 게 ‘거리’다. 기량이 비슷한 투어 프로의 세계에서도 장타자와 단타자로 나뉘게 마련이다. 필드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 는 투어 프로는 더 멀리 보내면서도 안정적인 방향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해주려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피팅 전문가인 ‘피터(fitter)’들이다.

    피터는 자동차의 성능을 높여주는 튜닝 전문가처럼 골프 클럽의 성능을 높여준다. 골프의 기본 경쟁력인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 sure) 공이 날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투어 프로의 세계에선 누가 더 피팅에 대한 지식이 많고, 누가 더 유능한 피터를 알고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통한다.

    선수들과의 깊은 교감

    그렇다면 국내 프로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피터는 누구일까? 윤골프클럽연구소의 윤대병(43) 소장이다. 그는 피팅 달인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평가는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그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에서 성공신화를 쓴 남녀 프로가 많기 때문에 얻은 명성이다.

    윤 소장의 도움을 받는 프로의 면면은 화려하다.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을 비롯해 김경태, 강경남, 박도규, 김민휘, 송영한, 조철상, 박남신, 최광수, 최윤수, 공영준 등 남자 프로는 물론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나연과 이미나, 지은희, 이선화, 이지영, 김송희, 민디 김에 KLPGA 투어를 주도하는 김하늘과 양수진, 김자영, 최혜용, 홍진주, 문현희 등 여자 프로도 많다.



    윤 소장이 피팅과 인연을 맺은 건 1997년 미국에서 장비를 들여와 국내 최초로 피팅 분야를 개척한 재미교포 김대모(69) 씨를 만나면서다. 헬스 트레이너이던 윤 소장은 친구에 의해 반강제(?)로 수원CC 연습장 안에 위치한 김대모 씨의 피팅 숍에 취업한다. 그는 “처음엔 일(피팅)은 안 가르쳐주고 직원 식당, 프로 숍의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허드렛일만 시켰다”며 “워낙 깐깐한 분이라 일 배우려는 사람 대부분이 한 달을 못 버티고 나갔는데 내가 3개월을 열심히 하자 그때부터 피팅을 가르쳐주셨다”고 회상한다.

    매일 출근시간보다 2시간 먼저 일터로 나온 윤 소장은 직원 식당과 골프숍 등 연습장 곳곳을 청소하고 남은 시간에 공을 쳤다. 처음엔 독학 골프였다. 그러다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박남신, 박도규 프로가 가끔씩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곤 했다. 윤 소장은 슬라이스나 훅 등 악성 구질이 나오면 클럽을 자신의 몸에 맞게 피팅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골프 입문 7개월 만에 아마추어의 꿈인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윤 소장은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피팅 숍을 개설했다. 개업과 동시에 양용은, 김경태, 최나연 등 최고 선수가 찾아왔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투어 프로의 방문이 꾸준히 늘었다. 프로들이 윤 소장에게 끌린 건 그만의 특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들과 기계적인 대화가 아닌 인간적인 교류를 했다. 윤 소장은 “피팅에 과학적인 표준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클럽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감(感)’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들의 느낌까지 충족해줘야 진정한 피터”라고 강조한다.

    윤 소장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대표적인 선수가 양용은과 김민휘다. 양용은이 2002년 SBS 프로골프최강전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윤 소장의 피팅이 한몫을 했다. 양용은은 해외에서 아시안 투어를 뛰면서도 윤 소장에게 피팅을 맡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서 뛸 때는 클럽 두 세트를 피팅해 한국과 일본에 두고 몸만 다녔다. 윤 소장에 대한 양용은의 신뢰는 대단했다. 윤 소장이 피팅을 해주면 시타(試打)도 해보지 않고 경기에 들고 나갔을 정도다.

    김민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클럽에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미국의 피터들이 김민휘의 클럽에 손을 댔지만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14시간 비행 끝에 한국에 와서 피팅을 한 뒤 돌아가 경기에 출전했다. 표준 데이터에 따라 기계적 피팅만 하는 미국인 피터들과 달리 선수들의 미세한 느낌까지 교감하는 윤 소장의 피팅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피팅은 프로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아마추어 고수를 중심으로 피팅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주말 골퍼도 피터를 찾는 시대가 됐다. 윤 소장은 “과학과 골퍼의 느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피팅”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프로에 비해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반 골퍼에게 피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나만의 스윙에 맞게

    “사용자의 미세한 느낌을 잡아라”

    윤대병 소장은 “과학과 골퍼의 느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피팅”이라고 정의한다.

    윤 소장은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는 기성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의류는 체형에 따라 다양한 사이즈를 만들어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골프용품업체가 생산하는 클럽은 그렇지 못하다. 양산 체제 속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개인의 체형이나 스윙에 맞는 클럽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골퍼는 클럽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영역이 피팅이다. 의류와 마찬가지로 골프 클럽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해주는 역할이다.

    윤 소장은 “기성품의 가장 큰 문제는 ‘라이(lie) 각’”이라며 “클럽 헤드의 로프트는 비거리에 영향을 주고 라이 각은 방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라이 각이 크면 어드레스 때 손의 위치가 높아져 훅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작으면 손의 위치가 낮아져 슬라이스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키가 큰 골퍼가 낮은 라이 각의 클럽을 사용할 경우 어드레스가 불편해 무리한 스윙을 하게 되고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피팅은 골퍼의 몸에 맞는 클럽 형태를 찾아줘 거리와 방향성을 확보해주는 것은 물론 부상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 골퍼가 피팅으로 재미를 못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스윙이 자주 변한다는 것, 그리고 신체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팅을 한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아마추어 골퍼는 좋아하는 선수를 모델 삼아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의 크기, 팔과 다리의 길이 등 신체 조건이 달라 똑같은 스윙이 나올 수는 없다”며 “클럽을 몸에 잘 맞춰놓고도 자신만의 스윙을 찾지 못해 피팅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아쉬워한다.

    윤 소장이 아마추어 골퍼에게 권하는 피팅이 있다. 그는 “매일 연습량이 정해져 있다면 핸디캡을 보완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방향성이 나쁘면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피팅을 하고 거리가 짧으면 거리를 늘일 수 있는 피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방향성은 임팩트 순간 클럽 페이스의 앵글 각도에 따라 좌우되는데 피팅을 하면 95% 이상 똑바로 보내는 구질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마추어 골퍼의 문제점은 일명‘오잘공’을 일상적인 샷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현재 스윙의 기술적 능력치를 인정하지 않고 어쩌다 한 번 잘 맞은 샷이 자신의 기술이자 비거리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윤 소장은 “겸손하게 스윙의 한계를 인정하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을 피팅으로 보완해주면 자신감과 함께 멘탈까지 좋아져 골프가 즐거워지고 스코어가 향상된다”고 말한다. 피터를 찾아가는 골퍼의 생각은 딱 한 가지다. 지금보다 좀 더 쉽게 골프를 쳐 골프에 대한 만족과 즐거움을 키우고 스코어를 낮추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게 겸손이다. 인생이건 골프건 겸손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게 윤 소장의 팁(tip)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