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비밀해제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4-06-19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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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비밀해제

    동아일보 특별취재팀 지음, 동아일보사, 320쪽, 1만6000원

    비밀해제 外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필자가 흥미롭게 쳐다보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무대(무성 대장) 정치’다. 정치 기사를 즐겨 읽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무대’는 김무성 의원을 부르는 여의도 별칭이다. 그가 박 대통령 체제하에서 과연 어떤 정치 드라마를 보여줄 것인지가 필자의 관전 포인트였다. 아니 관전 포인트다.

    서양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One‘s character is his fate(성격이 곧 그의 운명이다).” 정치는 명분이고 세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를 정치답게 만들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정치인의 캐릭터다. 때론 충돌하고, 때론 결합하며 정치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바로 그 캐릭터…. 필자 눈에 비친 박근혜와 김무성, 김무성과 박근혜의 정치적 캐릭터는 때로 결합하겠지만, 결국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언제(When)’와 ‘어떻게(How)’만 남은 문제라고나 할까.



    지난해 3월부터 동아일보 토요판에 ‘비밀해제 MB 5년’을 연재하면서 ‘무대와 공주’라는 타이틀로 김무성과 박근혜의 스토리를 3편이나 내보낸 저간(這間)에는 그런 관전 포인트가 담겨 있었다. ‘비밀해제 MB 5년’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이명박 정부 비화 시리즈가 동아일보 토요판의 인기 메뉴가 된 배경도 아마 그 언저리 어디쯤, 그러니까 단지 한물간 정권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정치적 관전 포인트를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비밀해제 MB 5년’이 책으로 나왔다. 책 제목은 그냥 ‘비밀해제’로 했다. 그 사이, 시리즈에 등장한 주요 플레이어들의 정치적 신상에도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MB 정부 인사의 ‘최대 대어(大魚)’로 꼽혔던 김황식 국무총리가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고,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시리즈의 주요 화자(話者)로 등장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재선에 성공했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7월 보궐선거에서 평택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정치판이라는 건 국회의원선거 한번 한다고, 또 대통령선거 한번 치른다고 완전히 새판으로 뒤바뀌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밀해제’의 플레이어들이 또 다른 ‘비밀해제’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비화 시리즈의 묘미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黨政靑)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갈등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런 소통과 갈등의 ‘원형’은 정권이 바뀌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밀해제’는 현재 진행형인 정치의 전후(前後) 사정을 가늠하는 참고서가 될 수 있다.

    단행본에는 매 회‘비밀해제 in 비밀해제’를 달았다. 정치권 반응이나 당사자 피드백을 주로 다뤘지만, 정두언 의원의 메모만큼은 가감 없이 전재했다. 기록할 가치가 충분한 ‘정두언의 기억’이다.

    김창혁 |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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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 | 정형진 지음

    비밀해제 外
    단군조선의 기원부터 삼한시대까지, 주류 사학계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1000년의 역사를 ‘진인(辰人)’이라는 집단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단편적인 고대사 서술에서 벗어나 고대사 전체를 통시적으로 풀어낸 게 특징. 저자는 “단군조선은 기원전 2333년 현재 중국 땅인 요서 지역의 홍산문화를 기반으로 성립되었고, 번영을 누리던 단군왕검 사회는 기원전 15세기에 갑작스러운 기온의 변화로 위기를 맞는다. 이후 기원전 13세기에 완전히 붕괴했으며, 이때 단군왕검 사회의 지도층은 요하를 건너 동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들이 바로 진인이다”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진인은 숙신, 진번, 진한, 변진, 진국 등의 집단을 주도했고 한민족의 기틀이 되었다는 것이다. 동이족이 한민족 공동체를 형성한 주류 세력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알에이치코리아, 512쪽, 2만 원

    한국독립운동사 | 박찬승 지음

    비밀해제 外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제강점기를 시기별로 구분해 독립운동 양상과 그 배경이 된 일제의 지배정책을 정리했다. 1910년대 국내외 독립운동의 출발, 3·1운동과 임시정부 출범, 1920년대 국내 독립운동의 좌우 분화와 상호 연대, 1930년대 독립운동 진영 재편, 중일전쟁·태평양전쟁 시기 독립운동 세력의 결집 등 다섯 시기로 구분했다. 1980년대 이후 학계 안팎에서 대두한 민족주의 세력 중심론, 민족협동전선(민족통일전선) 세력 중심론, 사회주의 세력 중심론처럼 특정 세력을 독립운동의 주류로 설정하는 태도를 피하고 여러 진영의 독립운동사를 균형 있게 서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역사비평사가 2007년부터 출간해온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9번째 책이다. 역사비평사, 408쪽, 1만6000원

    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비밀해제 外
    1973년 경북 경주 계림로 일대의 신라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보물 635호 황금보검을 모티프로 한 소설. 소설 ‘아버지’의 작가인 저자는 남북 관계 소설을 쓰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에서 역사탐방을 하던 중 원형 그대로 보존된 이 보검과 유사한 모양의 검 그림을 타클라마칸 사막의 키질석굴 벽화에서 발견하고는 이내 작가적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후 12년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역사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소설은 서역의 왕자 씬스라로프가 황금보검을 차고 초원길을 달려 동쪽의 황금나라로 불리는 신라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씬스라로프와 가야 왕의 딸 상화 공주, 신라의 대장군 이사부와 장군 유강, 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관용의 ‘대국’ 신라를 배경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열림원, 292쪽, 1만35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정규재TV 닥치고 진실

    정규재 지음, 베가북스, 352쪽, 1만5000원

    비밀해제 外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카메라, 논설위원실 구석 회의용 탁자. 그것이 ‘정규재TV’ 준비의 전부였다. 자기도 모르는 주장으로 열을 내는 방송기자들, 앵무새처럼 연기하는 일부 앵커들, 오랜 기간 독점한 정치 연예 잡담 방송사들…. 모두가 대중의 인기만을 의식해 겉보기에 아름다운 단어만 내뱉고 있었다. 그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촛불을 켜고 서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하는 간절한 몸부림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정규재TV’였다.

    지식이 있는 방송, 교양이 있는 방송, 생각할 무언가가 있는 방송을 목표로 시작한 ‘정규재TV’는 광고나 이벤트 없이 입소문만으로 하루 평균 3만 명의 시청자, 1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뉴미디어의 기적을 일궈나가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교양물에 목말라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 책은 정규재TV의 방송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방송에서는 다 할 수 없었던 설명과 보충 자료를 보강했으며, 구어체로 표현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정규재TV’는 ‘진보’를 자처한다. 퇴행적 수구좌파, 무작정 보수 꼴통이 아니라 ‘진’짜 ‘보’수 말이다. 정치 논리나 구차한 진영논리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 있고 배경적 지식이 드러나며 논리에 들어맞는 자유의 가치를 지지한다.

    시장경제 체제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시장경제 체제는 부자를 위한 것이고, 경쟁만을 강조하는 강자의 논리라는 식의 일방적 선전이 이뤄지다보니 일반인은 거부감을 갖기 쉽다. 체제 수호적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모두 인정하는 극단적 보수 이데올로기처럼 설명돼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체제야말로 인간의 덕성을 만들어내고,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뿌리가 되고, 정의의 원칙이 실현되는 가장 정의로운 체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말하는 ‘경쟁’은 투명한 시스템의 다른 표현이다. 모든 자가 지연·혈연·학연, 또는 낡은 봉건적 계급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거래하고 창조적으로 협동하고, 누구와도 우호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협동 시스템인 것이다. 시장경제가 도덕적 가치와 부합한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했던 철학자는 인문학에서 주로 좌파로 여기는 칸트다. 그런데 우리는 칸트가 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지식의 암흑시대를 우리가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우리 사회와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지식을 제시한다.

    이 책은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 현안을 해석한다. 시장경제의 관점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를 다룬 만큼 논쟁적인 글이 많다. 독자에 따라서는 거북할 수도 있다. 시장경제 원리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천동설주의자에게 지동설을 가르치는 일만큼이나 설명이 쉽지는 않다. 바로 그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오해를 걷어내면 하늘이 아닌 지구가 돌아간다는 엄연한 진실이 드러난다.

    정규재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정규재TV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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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톤 신화집 |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비밀해제 外
    플라톤의 주요 신화 또는 설화들을 저술 연대순으로 모았다. 플라톤의 대화편에는 신화나 설화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 일부는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에게서 볼 수 있는 그리스 전통 신화이고, 일부는 그리스 전통 신화를 바탕으로 플라톤이 창작한 것이다. 플라톤은 시민을 도덕적 규율과 정치적인 법규에 복종하도록 설득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혹은 철학적 대화가 시작되는 전제들을 불러오고 감각이나 지적 능력 밖에 있는 것들을 규명하기 위해 신화를 사용했다. 신화는 이해하기 힘든 철학적 진리를 쉽게 이해시켜주며, 철학적 진리가 지닌 의미를 보다 명확히 밝혀주는 도구였다. 이 책은 이런 플라톤을 소개하고자 난해한 직역과 지나친 의역은 피하고, 원전의 의미를 되도록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도서출판 숲, 191쪽, 1만7000원

    한시의 성좌 | 심경호 지음

    비밀해제 外
    ‘중국 시인 열전’이라는 부제처럼 두보, 소식, 이하, 두목, 백거이, 왕유 등 중국 한시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의 삶과 시를 다뤘다. 저자는 시인의 삶을 들여다봐야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시 하나하나를 시인의 삶과 연계한다. 이런 전개 방식은 한시를 번역만 한 다른 책들과 달리 독자의 이해와 몰입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가 시인의 인생과 닮아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또한 한시의 거성(巨星)들이 우리 선인들의 미적 정서에 미친 영향도 알게 된다. 저자는 “한시의 시인은 지상선(地上仙)이었다. 아니 지상선이어야 진정한 시인일 수 있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세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활발함을 묘사하여 인간의 어리석음을 슬퍼하고 헛된 희원(希願)에 고개를 끄덕이던 신선들이었다”고 말한다. 돌베개, 372쪽, 2만 원

    전략전술의 한국사 | 이상훈 지음

    비밀해제 外
    국가전략, 보급전, 작전권, 포위전 등 한국사 주요 전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략전술 9가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백제가 쌓은 벽골제의 국가전략적 의미,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 부대의 도하전 승리 비결 등 외침과 내란에 맞서 선조들이 구사한 다양한 전략전술이 흥미롭다. 신라의 김유신이 식량난에 빠진 당군을 돕기 위해 대량의 군량을 고구려 땅으로 어떻게 수송했는지, 고려말 왜구와 벌인 황산전투가 왜 해안이 아닌 내륙 지리산에서 벌어졌는지, 한양 도성을 장악한 이괄의 반란이 어떻게 하루 만에 진압됐는지 등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밖에 여몽연합군의 삼별초 진압, 신립의 탄금대전투, 조명연합군의 울산왜성 포위작전 등도 다뤘다. 학사장교 출신의 사학자답게 당시 사료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독자가 알기 쉽게 정리했다. 푸른역사, 364쪽, 1만80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

    국가론

    사이먼 블랙번 지음, 윤희기 옮김, 세종서적, 256쪽, 1만4000원

    비밀해제 外
    출판사로부터 이 책의 번역을 의뢰받고 검토하면서, 이 책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독자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쳐왔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이 번역으로 이어진 계기는 저자인 사이먼 블랙번(Simon Blackburn)이 철학의 대중화에 힘쓴 철학자답게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이어간다는 점에 있었다. 또한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태도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 태도에 더 호감을 느낀다고 고백한 저자가 플라톤이 제시한 이상적인 삶과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삶의 의미가 이상과 현실의 조화 혹은 조정에 달려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고 싶었다.

    이 책은 그로브(Grove) 출판사가 발간한 ‘세계를 움직인 책들’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각 책의 부제가 ‘A Biography(전기)’라고 표기된 것으로 보아 시리즈의 원래 의도는 독자가 그 책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수용(受容)의 역사 혹은 해석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데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블랙번은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쓴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물론 그는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문제들이 문화와 정치에 관한 서구의 담론 속에 얼마나 깊숙이 침윤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요 사례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플라톤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의 생각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읽어내느냐 하는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국가론’은 ‘정의(dike; justice)’에 관한 책이다. 각 개인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는 것이 정의이며, 그 정의가 실현될 때 질서 있는 세계가 실현된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그런데 블랙번은 플라톤의 사고 중심이 공동체 정의의 실현보다는 개인 영혼의 정의로움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영혼의 정의로움이란 사람 행위의 동기가 계산이나 자기 이익에서 벗어나 ‘순수한 것’이어야 하며, 이것이 곧 개인에게 있어 도덕이며, 그 도덕성이란 자기 절제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기 본분을 망각하는 것, 나아가 그 분(分)을 넘어서는 오만함(hubris)을 플라톤이 제일 염려했다고 본 블랙번은 ‘국가론’의 정치적 함의가 실은 개인의 도덕적 자아를 판단하는 하나의 유추이며, 이상적 삶과 사회를 제시한 것도 사실은 우리 자신의 결점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척도로 삼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블랙번은 플라톤 철학의 중추신경이 변화무쌍한 현실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더불어 내놓을 수 있는 어떤 지속적이고 불변하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실→초월 혹은 이상→현실로의 복귀’라는 궤적을 그리는 지고한 생각에 헌신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 그 옛날의 플라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명령이며, 그 지고한 생각의 중심 과제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천착에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윤희기 |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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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없는 회사에 가고 싶다 | 이민영 지음

    비밀해제 外
    괴팍하긴 해도 늘 일관성 있는 상사와 일하는 부하직원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사와 일하는 부하직원보다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직장에서 얻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는 늘 자신이 예측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업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과 상대방의 캐릭터를 파악한다면 그다음에는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직장인을 네 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눴다. 빠른 일처리가 특기인 ‘독재자형’과 성과와 업무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만담가형’, 매사에 신중하고 일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연구가형’, 팀원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하는 ‘수도자형’이 그것. 서로 다른 성격의 상사와 부하 간의 소통법에 대해 설명한다. 라이스메이커, 332쪽, 1만4500원

    나는 왜 사람이 힘든가 | 남상훈 지음

    비밀해제 外
    30년간 조직 및 인사관리 분야를 연구한 저자는 ‘사람 공부’야말로 경영학을 이해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비결이라 강조한다. 성격, 관점, 동기, 갈등, 리더십 등 사람의 8가지 특성만 알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다른 사람을 내 뜻대로 바꾸려 하기 전에 자신부터 제대로 알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힘이나 권력으로 부하직원을 바꾸려고 하면 대부분 실패한다는 것. 오히려 부하직원의 ‘결핍’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말한다. 이렇게 되면 부하의 사기가 올라갈 뿐 아니라 직장생활에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고. 리더는 시대와 기업이 처한 환경에 맞는 다양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알투스, 302쪽, 1만5000원

    세금을 알아야 부가 보인다 | 이동기 지음

    비밀해제 外
    현직 세무사가 알려주는 절세 비법 53가지를 담았다. 세금으로 피해 받는 사례를 상담하며 의뢰받은 고민을 모았다. 일반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세금 이슈인 상속과 증여, 부동산, 사업, 연말정산과 근로, 기타 세금상식으로 나눠 각각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안과 장단점을 짚어냈다. 부동산과 관련해 저자는 6월 1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매도자로서는 6월 1일 이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세할 수 있는 반면, 매수자는 6월 1일 이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 이러한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쓰는 돈은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으로 기부했다가 사망할 경우 증빙할 만한 내용이 통장 등에 없다면 상속으로 간주돼 선의의 피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청림출판, 316쪽, 1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정치는 가슴으로

    이만섭 지음, 나남, 424쪽, 2만4000원

    비밀해제 外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역동적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경제적으로는 압축 성장을 이루기 위해 겪은 성장통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발전의 주체인 국민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우리 현대사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던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아니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한 정치원로의 고백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50여 년 정치역정을 담은 이 책은 국민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며 ‘한순간도 가슴에서 국민을 내려놓지 않았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이승만 정권 말기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였던 저자는 불의의 현장을 취재할 때면 항상 울분을 참지 못했다. 2·28 대구학생시위에서는 몸싸움을 벌이며 무술경관들에게 구타당하는 어린 학생들을 구해주었고, 4·19 민주혁명 때는 최루탄이 눈에 박혀 숨진 김주열 군의 참혹한 주검을 빼돌리려 한 자유당 정권의 음모를 보도함으로써 전국적 규모의 항거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언제나 힘없는 민중의 편에 서는 기자였다. 이러한 그가 1963년 대통령선거 때 돌연 정계에 뛰어든 것은 당시 큰 화제였다.

    그러나 이만섭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늘 약자들이었다. 우선 그는 ‘용공’으로 몰리면서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남북 가족면회소를 제안한다. 또한 주한미군의 횡포를 막고 민족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미행정협정 체결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박정희 대통령의 회유에도 민주주의를 거스르고 독재로 향하는 3선 개헌에 ‘목숨을 걸고’반대했다. 14대와 16대, 두 차례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도 국민을 기만하는 ‘날치기’를 없애려고 노력했고, 여야가 대립할 때마다 민주주의와 국민의 행복 추구라는 대전제를 각성시키며 화해를 도모했다. 의사봉을 칠 때도 첫 번째는 여당을 보고, 두 번째는 야당을 보았으며, 마지막에는 ‘국민에게 부끄러움이 없는가’ 스스로 확인했다.

    이처럼 정의와 용기의 상징인 저자가 출판사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책 속의 이만섭’과 달리 권위적이어서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만나자마자 친근한 집안 어른처럼 “고생이 많네. 내 언제 밥 사지” 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지를 꺼내 거기에 손수 적어온 책 제목 ‘정치는 가슴으로’를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외친 후에 “어때요?” 하며 느낌을 물었다. 책 화보에서 부인 한윤복 여사의 사진을 보고는 “한윤복이가 좋아하겠네. 한윤복이에게 책 사라고 해야겠어”라고 말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가 얼마나 모든 일에 열정적인 인물인지,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만섭은 박정희의 사람이 아니었다. TK계의 대부도 아니었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도 않았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반세기를 달려왔다. 부끄럼 없는 세월이었다.

    이자영 | 나남출판 편집2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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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 김석철 오효림 대담

    비밀해제 外
    세계적인 건축가로서 지난 50년간 유수의 도시계획을 선보여온 김석철의 인생 전반을 담은 대담집. 언론인 출신 변호사 오효림이 30회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이 바탕이 됐다.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서 건축의 모티프가 된 ‘푸른 태양’을 만난 유년 시절부터 당대 최고 건축가 김중업과 김수근 모두에게서 수학한 유일한 건축학도이던 시절, 중년 시절 해외 도시설계 경험, 예술의전당 등 그의 대표 건물을 설계한 과정, 새만금 아쿠아폴리스 같은 도시설계 구상, 암투병 중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현재 모습까지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가 설계한 것은 단순한 건물 한 채가 아니었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건축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고자 했다. 한 건축가의 방대한 인문적 지식과 국경을 넘나든 건축과 도시설계의 뿌리를 만날 수 있다. 창비, 476쪽, 2만3000원

    유럽로드 | 차백성 지음

    비밀해제 外
    자전거 세계 여행의 꿈을 위해 저자는 쉰이라는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수십 개국을 여행했다. 여행마다 콘셉트를 잡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담아낸 ‘테마가 있는 여행담’은 그의 탄탄한 내공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촘촘한 그물코처럼 엮어내 실제 여행보다 더 재미있다. 이번 책은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유럽 8개국 여행 정보뿐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 영화, 역사, 건축 등의 다양한 정보를 한데 버무린 인문 트래블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찰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 세월 속에 잊고 있던 아련한 향수와 추억의 장면까지 담아냈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는 자전거 여행을 ‘우리 삶의 축약판’으로 규정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또다시 다음 여정에 도전한다. 들메나무, 456쪽, 1만8900원

    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이서연 옮김

    비밀해제 外
    둘 중에 한 명이 암에 걸리고, 셋 중에 한 명이 암으로 죽는다. 암에 걸린 환자의 절반이 항암제를 접한다. 우리가 항암제를 접하지 않고 생을 보낼 확률은 결코 높지 않은 셈이다. 저자는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항암제 사용에 경종을 울리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암 치료인지 되묻고 있다. 저자는 항암제를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언제 그만두느냐’는 시기의 문제로 인식한다. 그리고 언제 항암제를 끊을 수 있는지 ‘10번의 기회’로 나누어 조목조목 설명한다. 즉 항암제를 쓴 뒤에도 암이 재발했거나 3차 치료를 권유받았거나 원래보다 15% 이상 체중이 줄었거나 우울 증상이 의심될 때 등의 경우에는 오히려 항암제를 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 고통스러운 암에 현명하게 맞서는 방법에 대해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미디어 윌, 25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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