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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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세무민’ 인터넷 괴담의 세계

  •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4-06-19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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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가 나자 어김없이 인터넷에서 괴담이 난무한다. 큰일만 터지면 ‘과학의 탈을 쓴 유언비어’가 혹세무민한다. 이런 패턴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정석처럼 굳어졌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인터넷 괴담의 생산, 유통, 소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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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정부와 언론은 짬짜미로 ‘전원구조’ 오보를 냈다. 해경의 무능과 직무유기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이러한 먹잇감을 인터넷 괴담이 놓칠 리 없었다.

    “세월호가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 “침몰한 배 안의 생존자들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해경이 고의적으로 구조를 회피했다” “국정원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는 설이 그럴듯해 보이는 근거들과 함께 인터넷 망을 뒤흔들었다. 심지어 이 중 일부 내용은 MBN을 통해 방송 전파를 타기도 했다.

    5월 28일 통합진보당이 국회에서 연 세월호 관련 토론회에서 괴담의 창작자들 중 일부는 얼굴을 드러냈다. 천안함 침몰을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에 의한 좌초라고 주장했던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뢰에 의한 세월호 폭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다이빙 벨이 생존자 구조의 만능열쇠인데 정부가 못하게 한다는 괴담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더니 해경에 의한 이종인 대표 살해위협 의혹까지 주장했다. 이렇게 괴담은 익명의 인터넷에서 출발하지만 곧잘 실명의 실제 세계를 넘나든다.

    “어뢰에 의한 폭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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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담은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에 내재된 불안을 반영한다.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최근의 뚜렷한 특징은 과학적 서술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일본 방사능 괴담, 4대강 괴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괴담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사실적인(factual), 그리고 실증적인(empirical) 증거들(evidences)을 제시한다. 대중은 이들 근거와 결론 간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뭔가 그럴듯해 보이므로 불안감을 갖게 된다.

    공신력 있는 일부 언론기관이 이들 괴담에 동조하면 그 신뢰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광우병 사태가 좋은 예다.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문제와 연결되면서 정권이 흔들리는 사회적 파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외피를 쓴 생명 관련 괴담은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초래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경제와 관련된 괴담도 대중의 불안심리를 쉽게 자극한다. 건강 및 경제 괴담이 인터넷 괴담 중에서도 핵폭탄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FTA, 미네르바, 민영화 괴담이 대표적인 경제 괴담에 해당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선 양극화가 심화돼왔다. 중산층과 서민 상당수는 언제라도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2008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찾아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경제 괴담이 폭증했다. 여기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는 그 효과를 명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FTA를 충분한 설득 과정 없이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이는 대중의 공포를 증폭했다.

    건강과 경제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정치도 괴담의 주된 소재로 활용돼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암살설, 2012년 대통령선거의 부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진보 성향 사람 중 상당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괴담에서 위안을 얻는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로 극렬하게 분열하는 한 인터넷 괴담은 계속 창궐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 문제가 괴담의 소재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에게 북한의 침공은 실존하는 공포였다. 그 시절 정부가 제시하는 북한의 도발 정보는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다. 정부가 천안함 사태나 북한 무인기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즉각 정부에 의한 조작설이 인터넷에 난무한다.

    현대판 서동요 설화

    인터넷 괴담은 삼국시대 백제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를 근거 없이 모함한 ‘서동요 설화’와 유사하다. 특정한 인물이 확고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진실과 무관한 내용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것으로 비친다. 괴담이 우연히 만들어져 유포됐다고 가정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괴담을 생성한다면 도대체 누가, 왜, 그렇게 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시대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개막했다. 인터넷은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괴담이 폭증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사회를 강타한 괴담에는 뚜렷한 정치적 색채를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미국드라마 ‘X-파일’이 우리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의 영향은 심대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X-파일’은 보통명사처럼 쓰였고 ‘외계인이 사실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는 X-파일식 음모론이 곧잘 유행했다.

    X-파일식 음모론과 한국식 음모론은 상당히 닮았다. 전자는 유대인이나 프리메이슨 같은 집단이 공화·민주 양당을 모두 조종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후자는 유대인과 프리메이슨을 친일파의 후예로 대체한다. 이들이 보수정당을 통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서민을 억압한다고 본다.

    한국식 음모론에서 출발한 인터넷 괴담은 대체로 진보 성향을 띤다. 미네르바 괴담과 광우병 괴담의 온상은 다음(daum)의 아고라였다. 여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것은 인터넷 괴담의 창작자들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진보 진영은 공안사건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군사정권이 국가안보를 구실로 공정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과거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가 줄을 잇는다. 보수 정권이 음모론, 괴담의 주 공격대상이 된 것은 이러한 과거의 업보와 관련됐다.

    인터넷 괴담의 시초로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을 꼽는다. 돌이켜보면 괴담이 대규모 촛불시위 같은 사회적 소요로 이어지는 전범(典範)과 같다. 조사 끝에 내려진 결론은, 훈련 중인 미군이 장갑차 내의 사각지대와 관제병과의 통신장애로 학생들을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러나 사이비 전문가들이 참혹한 학살로 규정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재구성됐다.

    진보 진영은 전차병 출신인 이들을 탱크 전문가라고 내세웠다. 이들이 전문가라면 군대에서 전차를 몰아본 수많은 남성이 모두 전문가인 셈이다. 이들은 선정적 주장으로 미군 측 발표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전차 내부에서 심리적으로 극한 상황에 도달한 미군 운전병이 토끼몰이 하듯이 여학생들을 고의적으로 희롱하다 압살한 후 후진으로 확인 압살했다고 주장했다. 과실치사가 사이코패스 범죄로 둔갑한 것이다.

    이후 또 다른 괴담 생산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없이 커졌다. 이들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파고들었다. 피해 여학생들의 사체 사진이 떠돌며 민심을 자극했다. 결국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불붙은 민심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초여름에 벌어진 이 사건은 그해 연말 대선까지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부분적으론 사실

    보통 괴담은 작자 미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얼굴을 드러내놓고 생산하기도 한다. 광우병 괴담은 MBC ‘PD수첩’팀이 주인공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과장했고 여기에 한국인의 체질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비과학적 사실을 버무렸다. 삽시간에 광우병 공포가 한국 사회를 뒤덮었다. 괴담은 사회적 임계점을 넘어 자연 증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명 연예인들이 괴담 유포에 동참한 것이다. 광우병 사태는 과학적 진실을 완전히 벗어나고 말았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괴담의 생산자들은 괴담을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1월 21일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민영화 괴담’ 토론회에서 홍성기 아주대 교수는 괴담에 대해 “맥락에서 팩트를 떼어내 특정 방향으로 재조직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괴담 창작자들의 주장도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실들로부터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대신 ‘보수정권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신념에 사실들을 꿰맞추는 점이다. 그래서 부분적으로는 맞는 소리일지라도 전체 그림은 괴담이 되어버리고 만다.

    괴담의 최초 창작자는 대개 익명의 네티즌이다. 괴담이 넷상에서 충분히 확산된 뒤 일부 언론이 여기에 낚이는 식이다. 이어 이들 언론이 괴담의 생산자 대열에 합류해 괴담을 사회 주류의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익명의 괴담 창작자들, 즉 고스트라이터들(Ghost writers)은 어떤 사람들일까.

    명함 없는 창작자들

    노무현 정권은 소수파로 집권한 후 주류 언론과 각을 세웠다. 노 정권 사람들에게 인터넷 지지자들은 소중한 우군이었다. 당시 집권세력은 인터넷 논객들을 특별 관리했는데 실제 이들을 대면한 후 이들의 예상외 모습에 당황했다고 한다. 꽤 논리적으로 보수를 공격한 글을 보고 대단한 오피니언 리더라도 될 줄 알았지만 잘해야 자영업자거나 아니면 이렇다할 명함이 없는 사람이 태반이었다는 것이다. 괴담의 최초 창작자들은 대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진보 성향의 룸펜 계층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또한 괴담의 창작자들은 사회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에 불만이 가장 많은 집단은 최하층 계급이 아닌 상류사회 진입이 좌절된 애매한 중간 부류다. 이들은 가진 사람들을 시기하고 적대시한다. 또한 못 배우고 전혀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고위직을 독식하는 명문대 출신에 분개하면서 동시에 불행한 시대를 살아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노인에게도 수구꼴통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마침내 미네르바라는 희대의 익명 괴담 창작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주장처럼 고구마 파는 늙은이도 아니었고 많은 네티즌이 기대한 고위 관료도, 지식인도 아니었다. 전문대 졸업 학력의 백수인 미네르바는 괴담 창작자의 맨 얼굴이 어떠한지 보여준다.

    괴담의 창작자들은 해커와 비슷한 심리 상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평형상태를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아주 좋은 놀이터다. 우리 사회는 인화성과 동질성이 강한데 이러한 특성은 괴담을 유포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상 괴담의 생산자가 있으면 괴담의 소비자도 있기 마련이다. 나아가 괴담이 상시적으로 대량생산되는 현실은, 이런 괴담이 누군가에 의해 상시적으로 대량소비된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다. 그렇다면 누가 괴담을 소비할까. 이와 관련해 2004년 ‘주간동아’는 ‘우리 안의 개떼 정신’이라는 인상적인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괴담의 주된 소비층은 급진적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다. 그중에서도 젊은 아줌마 부대다.

    2002년부터 자리 잡은 월드컵 거리 응원은 대규모 군중 운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한국 영화는 1000만 관객 기록을 거듭 경신했고 ‘아침형 인간’과 같은 책은 출간 두 달여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됐다. 집단적으로 무엇인가를 향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30대의 급진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가장 큰 우군이 됐다.

    이들이 이른바 386 선배들이나 20대 후배들보다 더 진보적인 이유는 뚜렷이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30대들이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의 주역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할 근거를 얻게 된다. 월드컵 4강 진출은 민족주의를 새롭게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흥행 기록을 경신하던 한국 영화도 비슷한 주제를 담았다. 그렇게 고조된 민족주의 열기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반미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30대에 진입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성향을 보여왔다. 이들은 인터넷을 생활화한다. 그만큼 전통적 매체와 멀어졌다. 이들은 보수신문을 비난하지만 정작 한겨레의 독자였던 적도 없다. 이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기반은 인터넷이다. 바로 이들이 괴담 대량소비의 주역이 돼온 것이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계기로 “내 아들 딸에게 미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젊은 아줌마 부대가 괴담의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인터넷 여성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미시족으로 알려졌다. 여성카페는 원래 패션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 여성은 ‘패션좌파’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을 공개 지지하는 할리우드 여성 스타들처럼 진보 진영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여긴다.

    보수는 ‘후진 꼰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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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담을 비판하는 홍보물.

    이들 여성에게 보수 진영은 ‘후진 꼰대 남성’ 이미지다. 반대로 이들 여성은 ‘세련되고 지적인 강남 좌파 남성’ 이미지를 선호한다. 사실 안철수, 조국 같은 인사들이 이들 여성에게 어필하는 것은 도덕이나 논리가 아니라 이런 이미지다.

    이들 여성은 광우병 괴담엔 적극 반응해 거리시위에 기꺼이 나서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서울시의 농약급식 문제엔 침묵한다. 진보는 선(善)이고 보수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것으로 비친다.

    괴담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 사태의 대성공 이후 오히려 대중은 학습효과를 얻었다. 일부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이들이 활동하는 곳이 일베다. 진보 진영은 일베를 괴물로 묘사하지만, 일베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진보 진영의 괴담이다.

    일베의 모태는 인터넷 초창기 폐인문화를 선도하던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다. 그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만찮은 전력을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 당시 논문에 인용된 사진이 중복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곳이 디시인사이드의 과학갤러리였다. 이들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고 한우가 미국 쇠고기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해 공포에 휩싸인 군중과 논전을 벌였다.

    바로 이들이 분가해 만든 곳이 일베로, 이곳은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일베에선 막연히 보수정치인을 띄우거나 좌파를 공격한다고 해서 추천을 받지 못한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하면 “여기가 좌좀들 놀이터냐, 팩트를 대라”는 댓글이 붙는다. 일베 이용자들은 “이것이 진보 진영의 괴담과 일베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진보 진영과 마찬가지로 보수 진영도 인터넷 괴담을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일베 역시 이러한 괴담의 진원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 때 일베는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부인 강난희 씨의 잠적설 괴담을 인터넷상에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성형후유증설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강난희 씨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자 논란은 이내 가라앉았다. 인터넷 괴담 문제는 이제 진보 진영만 탓할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최근 스마트폰이 급속히 대중화됐다. 이는 인터넷 괴담 현상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괴담 확산을 더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괴담이 빠른 속도로 유통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반면 대중은 괴담의 진실 여부를 독자적으로, 빠르게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황당무계한 것으로 결론 나는 괴담은 급속히 소멸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또한 인터넷의 빅 마우스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 경우 이와는 모순되는 이들의 과거 발언이 함께 유통되는 일도 잦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빅 마우스의 여론 전파력을 감소시킨다.

    성공한 쿠데타 vs 성공한 괴담

    우리는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성공한 괴담을 처벌한 전례는 없다. 매일 누군가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다수는 별 의식 없이 이를 옮기고 소비한다. 괴담이 난무하고 괴담을 즐기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런 곳에선 여론이 왜곡되기 쉽다. 물론, 공론의 시장에서 다수의 괴담이 자연 정화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괴담은 오랫동안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념적 차이를 떠나 사실과 논리에 기반을 둔 담론을 펼쳐야 한다. 동시에 인터넷 괴담의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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