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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제언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원전사고와 북핵 대응책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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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가 날 때까지 일본은 원자력의 모든 것을 경제산업성에 맡겨놓고 있었다. 진흥과 규제를 함께 하게 한 것이다. 진흥은 ‘자원에너지청’이, 규제는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하게 했다. 두 부서는 모두 경제산업성 안에 있었으니 인사 교류를 했다. 그렇게 되면 ‘경제 논리’에 따라 진흥 쪽의 힘이 세진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우리의 원안위 같은 처지였다.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이들은 ‘Think the Unthinkable(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하라)’의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힘이 없어선지 원자력안전·보안원은 ‘Think the Thinkable(생각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라)’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진해일(쓰나미)이 잦은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낮은 지대에 지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파제라도 높이 쌓았어야 했다. 이들은 후쿠시마의 방파제가 낮다는 것을 인식해 증축했지만, 충분히 더 올리지 못했다.

항해 중 기울어진 선박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 전복하거나 침몰해버린다. 완전 전복하거나 침몰하기 전까지가 바로 탑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선박 사고 시 골든타임은 수십여 분에 불과하지만 원전 사고의 골든타임은 상당히 길다. 모든 전기가 나갔다고 해서 바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24시간, 보통은 48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다.

그 사이에 비상발전기를 살려내거나 외부 전원을 연결해 물을 집어넣을 펌프를 돌려 원자로를 냉각시킨다면,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중대(重大)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쓰나미로 올라온 바닷물은 결국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 시간은 길어야 1시간 남짓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골든타임이 쓰나미에 잠겼던 비상발전기를 수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시간도 아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유는 비상발전기를 지하실에 두었기 때문이다. 비상발전기는 컨테이너만큼 크니, 그것을 넣은 지하실은 더 커야 한다. 지하실로 들어간 바닷물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빼내려면 대용량의 펌프를 가동해야 하는데, 후쿠시마에는 그러한 펌프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지하 비상발전기실을 가득 채운 바닷물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길고 긴 골든타임이 다 지나가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후쿠시마 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東京)전력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았더라면, 비상발전기를 지하실에 두는 설계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Think the Thinkable’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뼈아픈 고통을 당한 일본 정부는 비로소 진흥과 규제 기능은 다른 부서에 둬, 서로 갈등하고 견제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을 환경성으로 보내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칭케 했다. 이것이 한국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었다. 그때까지 한국의 과학교육기술부(과학기술처 후신)는 원자력 진흥과 규제 부서를 모두 거느리고 인사 교류도 활발하게 해왔다. 교과부 장관이 위원장을 하는 원안위는 수족 없는 허울로만 존재했다.

후쿠시마 교훈 무시한 박근혜 정부

현실을 파악한 이명박 정부는 원안위를 즉각 대통령 직속 기구로 승격시켰다. 교과부 안의 규제 부서를 이끌고 나와 교과부에서 독립시켰다. 위원장은 장관급이 되었다. 진흥만 담당하게 된 교과부 장관에 맞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원안위를 박근혜 정부가 찍어 눌렀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낮추고 위원장 직급도 차관급으로 강등시켰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당하자 허둥지둥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방사능 사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원전 강국들은 대부분 방사능 사고를 당했다. 미국은 TMI(스리마일 섬), 러시아는 체르노빌,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었다. 프랑스도 고속증식로를 실험 운영하다가 작은 규모의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이들은 원전 강국이라는 자만심으로 ‘설마’하다가 당했다. 그 전철을 우리가 밟아서는 안된다.

방사능 사고는 특별한 사고라 소방방재청이나 국가안전처가 아닌 원안위가 맡는 게 옳다. 9·11테러 후 미국은 재난과 사고에 대처할 부서를 모아 국토안보부를 만들었지만, 방사능 사고 대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원자력위원회(NRC)에 맡겨놓았다. 일본도 환경성의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담당한다. 문제는 차관급 위원장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원안위의 권한을 어떻게 강화해줄 것이냐는 점이다.

다행히도 지난해, 원전에 납품된 여러 부품에 대한 서류가 위조된 것이 밝혀져 모처럼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모든 부품에 대한 서류를 전수(全數)조사해, 문제가 있는 것은 정상화하고, 위조 서류를 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게 했다. 그러나 방사능 사고 시 원안위가 여러 부처를 통제하도록 돼 있는 계획은 여전히 탁상공론(卓上空論), 도상(圖上)으로만 존재한다.

원전사고 시 골든타임은 충분하다

방사능 사고는 골든타임이 길기에 겁 내지 말고 여러 부처가 합심해 대처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방사능 사고는 두 가지 형태로 일어난다.

첫째는 설비 고장으로 인한 사고다. 이에 대해서는 원자력 기술자들이 이미 많은 대비책을 만들어놓았다. A설비가 고장 나면 자동으로 B설비가 가동하고, B설비가 고장 나면 C설비가 작동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설비 고장에 의한 사고는 원자력 시설 안에서 일어나는데, 이는 제작과 설계 개선 그리고 기술진의 관찰로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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