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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조건 없는 순수한 우정으로 돌아가라

동창회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조건 없는 순수한 우정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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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회보다 뿌리 깊은

이런 이유로 회장이 되려는 사람들은 ‘순수를 가장한 부류’다. “보고 싶다 친구야”를 외치면서 만사를 제쳐두고 동창회에 달려온 순수파하고는 분명 다른 부류다. 이들 중에는 순수파를 모조리 자기편으로 만들어 동기회장 자리를 꿰찬 다음 총동창회 회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총동창회 회장 자리가 징검다리가 돼 정치인으로 등극하는 사람도 있다. 국회의원은 몰라도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중에 이런 루트를 밟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 임도 보고 뽕도 딴 경우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동문회’는 ‘○○향우회’보다 더 뿌리가 깊고 강고하다. 어떤 상관이 ‘○○동문회’를 해체하라고 명령하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일부 대기업은 무파벌을 기치로 동문회 등 사적 모임을 금한다. 인사에 무파벌주의를 도입한 결과 실력만으로도 임원직에 오르는 사례가 늘었다는 보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야말로 일부에 불과하다.

끈끈한 동문회, 안 끈끈한 동문회



동문회라고 해서 동일한 수준의 끈끈함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학풍 탓인지 전통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독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이 노골적인 동문회가 있는 반면 친목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동문회도 있다.

중앙 무대에서는 서울의 명문대와 명문고가 두각을 나타낸다. 지방 무대에서는 해당 지역의 명문대와 명문고가 압도적 지위를 누린다. 중앙 무대에서 서울의 명문대와 명문고가 압도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지방인재의 ‘상경 입학’과 ‘상경 취업’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임원 구성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CEO스코어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상장사의 사장급 이상 임원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36.5%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12.7%였다. 이른바 SKY 출신 졸업자가 무려 61.9%다. 그밖에 해외 대학 출신이 5.8%, 한양대 출신이 5.3%, 성균관대 출신이 3.7%, 부산대 출신이 3.2%, 경희대·한국외대 출신이 각각 2.6%, 경북대·서강대 출신이 각각 2.1%, 동국대·인하대 출신이 각각 1.6%, 중앙대 출신이 1.1%였다.

선후배의 공증 속에서…

조건 없는 순수한 우정으로 돌아가라

잔이 비어가는 만큼 우정이 쌓인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모두 엮이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성공한 모든 사람이 동문회 덕을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게는 해당 조직 내의 동문회, 크게는 총동문회가 일종의 허브 구실을 하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같은 학교 선후배지간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한, 서로에 관해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문회나 총동창회를 통하면 확인이 가능해진다. 또 소문도 나기 마련이다. 어느 곳에서 일하는 아무개가 몇 회인데, 그 조직 내에서 요즘 잘나간다더라 하는 식의 정보다.

그 결과, ‘잘나가는’ 선후배들은 비록 일면식이 없어도 소문을 들어 서로에 관해 잘 알기 마련이다. 함께 일을 도모해야 할 계기가 생기면 곧바로 동문회나 총동문회 임원진 간 연락이 이뤄지고 선후배의 공증 속에 의기투합하게 된다.

세련된 학피아가 일하는 방식

평상시에는 ‘똘똘 뭉쳐 지낸다’는 티를 잘 내지 않는다. 다만 환경이 조성되면 힘을 모은다. 가능한 한 소문이 나지 않게, 형식적 제도와 절차를 어기지 않으면서 일을 마무리한다. 제도와 절차가 장애라면 제도와 절차를 바꿔서라도 합법의 틀을 갖춘다. 세련된 학피아가 일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동창회의 글로벌화 현상도 눈에 띈다. 미국에서 대규모로 사업을 벌이거나 미국을 대상으로 외교 로비전을 펼칠 때,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한 명문대 학맥을 거치면 일이 수월해진다. 하버드 대학 동창회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들은 이 학맥을 기반으로 일처리도 글로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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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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