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사심 있는 분 대표 되면 박근혜와 ‘새누으리당’ 초장에 깨져”

‘의리의 친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4-06-20 15:2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박근혜, 배신자는 사람으로 안 봐
    • 친박연대 했다고 엄청난 정치보복 당했다
    • 인간적 신뢰 있어야 당·정·청 바로 서
    • 열정으로 여야 대화정치 복원
    “사심 있는 분 대표 되면 박근혜와 ‘새누으리당’ 초장에 깨져”
    여권의 권력 향배를 결정짓는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의 두 거목,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충돌한다. 둘 중 하나는 살고 다른 하나는 죽는 여권 발 OK 목장의 결투.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지형이 달라지고 아마 박근혜 대통령의 미래도 달라질지 모른다. 박근혜는 과연 서청원 편이고 박심(朴心)은 통할 것인가, 서청원과 김무성은 박근혜를 향해 각각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당내 행사지만 당 안팎의 관심이 높아진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서청원 의원을 만났다. 서 의원 측은 인터뷰하기 불과 두어 시간 전 약속시간을 잡아줬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서 의원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당권을 향한 욕망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 지난해 보궐선거 출마할 때 당 대표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사실 큰 당의 대표도 했고, 작은 당 대표도 해봤는데 대표가 참 어렵더라고요. 우리 정치, 대표가 모든 책임 져야 하고…. 난제가 너무 많고.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오면서 그냥 울타리 구실이나 하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지….



    “당선되고 나서 많은 선후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자리에서 정치 선배들 말이, ‘새누리당 이대론 안 되겠다…당신이 가서 박근혜 정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이러시더라고요.”

    ▼ 정치 선배들이 왜 그런 말을 했나요?

    “지난해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요. 마지막에 겨우 예산만 통과했죠. 특히 국회선진화법 이후 식물국회가 되어버렸잖습니까? 의장도 아무것도 못하고. 이 상황에서 여야 정치라도 회복시키기 위해선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이런 말씀이었죠.”

    “역사교실 하고 차기 경쟁하고…”

    ▼ 그 선배들은 어떤 분들인지….

    “(서 의원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5명을 언급했다.) 심지어 목요상 회장을 비롯해 헌정회 회장단은 저를 점심에 초청하더라고요. 당선 축하한다고.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셨어요. ‘서 대표. 오늘 왜 부른 줄 아쇼? 우리 헌정회엔 여야가 없소. 야당 하던 사람도 부의장 하니까. 우리는 나라만 걱정합니다. 서 대표, 요담에 대표 안 나오면 우리 새누리당 지지 안할 겁니다.’ 이렇게까지 말해요.”

    ▼ 서 의원께서 보기에도 당이 좀 이상한가요?

    “내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김무성 의원이 역사교실 한다고 의원들 모아가지고, 신문에 나고…. 나도 깜짝 놀랐어요. ‘야, 정권이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런 모임 만든다는 건…’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와요. 출범하자마자 권력누수 현상이 벌어진 것이기에 전례 없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들어와 보니까 사람들 생각이 똑같아요. ‘대표님이 나서주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차기 경쟁 시작하는 건데, 안 되겠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이렇게 당 안팎에서 엄청나게 권유를 받았어요. 내가 얼마 전까지 고민했던 겁니다. 추대해주면 모르겠는데.”

    서 의원의 말은, 라이벌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차기 경쟁에 몰두하면서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 당내에 우려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의 힘이 더 빠지지 않겠느냐’라는 추정을 담고 있다.

    ▼ 추대가 아니어서 고민했다?

    “후배와 큰 싸움해야 하니까요, 그게 고민이었던 거죠. 사람들이 제게 ‘당신의 경륜과 경험, 리더십을 압니다’라고 말해요. 그러면 ‘저는 리더십 없습니다. 오직 열정밖에 없습니다’라고 답해요. 솔직히 선거든 뭐든 저는 웃통 벗고 내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죠. 사람들은 그걸 진정한 리더십으로 보기 때문에 저를 강하게 내모는 거예요.”

    ▼ 7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장 하마평이 무성했는데요.

    “국회의장 하겠다는 말도 못 했어요. 그 자린 후배들이 다 하고 싶어 하는 자리니까. 저의 리더십, 열정을 바쳐 이 정권 잘 가도록 하는 것 외에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차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거든요.”

    ▼ 큰 사건이죠.

    “역사에 없는. 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지만, 그 외에 이번만큼 큰일이 없었거든요. (서 의원은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가만히 보니 당에서 짊어져 주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학자들 데리고 제일 먼저 세월호 법안 만들어 올렸습니다. 국회 안행위(안전행정위원회)에서 장관이 답변하는 걸 보고 여당의 최고 맏형인 제가 발딱 일어나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니 당장 사퇴하시오’라고 했어요. 야당 의원들도 깜짝 놀랐어요. 얼마 뒤 저는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어요.”

    ▼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진 않았겠죠.

    “당연히. 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려 해요. 야당의 주장이라도 옳은 길이면 따르자고 합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당내에선 ‘서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말이 더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도,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 하겠다는 데, 좋다. 대통령을 돕자’ 이렇게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뭐든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

    ▼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의 법안예산 단독처리가 불가능하고 여야 간 대립이 심합니다. 이런 정치구조상 누가 여당 대표가 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국회에 들어와 가장 적극적으로 한 게 야당 중진들 일대일로 만나는 일이었어요. 야당 말이 내가 처음이래요. 정세균, 이해찬, 박지원, 문희상, 정대철, 이부영 같은 분은 말이 오가니 시원하다고들 하세요. 선진화법 이후엔 야당이 갑이고 여당이 을입니다. 야당에 저와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같이 하던 분들이 있어 제가 야당과 대화가 됩니다.”

    ▼ 지난 1년여 우리 정치를 보면, 야당은 모든 것을 박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고, 박 대통령은 그런 야당을 상대하지 않고, 여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 말이 딱 맞는 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야당 분들이 ‘다 청와대에서 지시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해요. 갑갑한 일이죠. 여당 대표가 전혀 힘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뭐든 전부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 하는 겁니다. 이래선 아무것도 안 돼요. 여당 대표가 힘이 있어야 대통령이 편합니다. ‘아 꼭 청와대까지 안 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대통령이 당 대표를 정례적으로 만나고 당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고 정보도 공유해야 해요. 그래야 오더 받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불식돼요.”

    ▼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통령도 사람입니다. 상대가 신뢰할만한 사람, 사심 없는 사람,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일해줄 사람이라고 믿을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않겠어요? 반대로 차기 욕심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과 대화가 잘 안될 거예요.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질 때 얼마든지 직언도 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제가 대표가 되면 근래에 없던 건강한 당·정·청 관계, 여·야 관계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국민은 만날 지시하고 복종하고 서로 헐뜯고 싸움만 하는 정치에 진력이 났어요. 전 이런 정치를 바꿀 수 있어요.”

    김무성 의원 측은 “‘과거냐 미래냐’ 프레임으로 당 대표 경선을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러 언론은 과거를 서청원으로, 미래를 김무성으로 해석한다. 여기서 과거는 2008년 총선 당시 선거자금 문제로 사법 처리된 전력 등 서 의원의 어두운 이력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기자에게 “친박연대 하다가 감옥까지 갔다 왔다. 그러나 돈 10원 한 장 안 받았고 당에서 받아서 다 갚았는데 대표인 내게 그 책임을 물어 내가 감옥 갔다. 재기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말했다.

    ‘배신 vs 의리’ 프레임

    김 의원 측의 ‘과거냐 미래냐’ 프레임에 대항해 서 의원 측은 ‘배신이냐 의리냐’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언론은 배신을 김무성으로, 의리를 서청원으로 해석한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할 때 당시 같은 여당 소속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생명을 걸고 반대했는데 친박 김무성 의원은 수정안에 찬성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여당 원내대표를 맡는 문제를 놓고도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 언론은 주로 이 점을 배신-의리 프레임에 연결시킨다.

    ▼ 김 의원이 결정적인 순간 등을 돌렸다고 박 대통령이 생각했을 수 있다고 보나요?

    “(물 한 잔 들이켠 뒤) 그건, 저는, 박 대통령을 가만히 보면.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를 제일 중시하는 것 같아요.”

    “사심 있는 분 대표 되면 박근혜와 ‘새누으리당’ 초장에 깨져”

    6월 10일 서청원 의원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혁신의 길’ 세미나에 참석했다.

    ▼ 일전의 배신이냐 의리냐, 그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그렇죠. 당신(박 대통령)이 ‘의리가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지 않습니까? 강릉 가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뭐, 이 시점에서 신뢰하고 존중하는 그런 사람이, 사심 없는 사람이 새누리당 대표가 되는 게 당신에겐….”

    서 의원의 이러한 대답과 관련해, 서 의원의 한 측근은 기자에게 “당명도 ‘새누으리당’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배우 김보성이 요즘 엄청나게 히트시킨 유행어 ‘으리’를 갖다 붙인 것. 아닌 게 아니라 서 의원이 말하는 새누리당이 ‘새누으리당’에 가깝게 들리기도 했다.

    ▼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도 박 대통령과 잘 협력하지 않을까요?

    “그건,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 없고요. 하여간 그 양반도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굉장히 힘들 거라고 보나요?

    “저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존중합니다. 나라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 세월호 사건 나기 전에 이걸 국정 철학으로 삼았던 분 아닙니까. 저분 아니면 그거 할 사람 없어요. 그런데 마침 세월호 사건이 났기 때문에 불이 붙은 것으로 봐요. 안철수 씨가 정치개혁 한다고 하지만, 정치개혁 중에 가장 큰 게 부정부패와 적폐를 청산하는 거죠. 대통령이 이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헌신적으로 잘 도와줄 사람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하지 않겠어요?”

    ▼ 그렇다면 이번에 새누리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대통령과 여권 전체에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나요?

    “내 처지에선 상대가 있기 때문에 답변하는 게 적절한지….”

    ▼ 상대 생각하지 마시고….

    “기사로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신동아’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대목을 기사로 쓰기로 했다. 인터뷰 후 서 의원의 측근에게 양해를 구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신뢰가 형성 안 되면요, 서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 삐걱댄다고요. 일을 못 해요. 제가 나온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사심이 있는 사람은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깨집니다, 정권 초장에. 제가 그걸 염려해서, 오케이, 그건 막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는 이어서 과거-미래론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다.

    “전 돈 먹은 사람이 아닙니다. 정치자금 영수증 끊어서 해주고, 받아서, 나중에 돈 돌려줬는데 (탁자를 가볍게 치며) 그 책임을 나한테 물은 거죠. 영장전담판사가 당에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영장 기각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또 기소해서 구속했거든요. 친박연대 만들어 총선에서 선전했다고 정치보복한 거지. (목소리를 약간 높이며) 엄청난 정치보복! 이런 버르장머리를 다 없애야 하는데…. 내가 못 참는다? 아뇨. 다 지났잖아요. ‘그만 됐다, 화합하자, 내가 재기했는데 무슨, 내 기분 나쁘다고 그러면 안 된다, 모든 걸 안고 가자’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요. 그 일만 떠올리면 분통이 터지는데, 계속 그렇게 화내면 건강 잃어서 안 돼요.”

    “출소한 날, 박근혜 의원이…”

    ▼ 박 대통령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제가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할 때 대구 달성에서 보궐선거가 발생했어요.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첫 선거였는데 다들 여당 후보인 엄삼탁 씨가 된다고 했거든요. 강재섭 당시 시당위원장이 제게 박근혜 씨를 추천했어요. ‘진짜 된대?’라고 되물었죠. 그때 제가 오케이해 공천 준 게….”

    ▼ 정치에 데뷔시킨 셈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당시 보궐선거에선 사무총장이 공천권을 다 행사했으니까요. 전직 대통령 따님이니 귀하게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선거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제 아내도 가서 돕고. 전 2004년에도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기자들에게 이런 이야기하면 저보고 부패한 사람이라고 그러지만, 사람 관계는 꼭 그렇게만 판단할 게 아닙니다. 2006년 감옥에서 나왔는데, 박근혜 의원님이 이날 잊지 않고 우리 집에 오셨다는 거예요. 비서만 데리고. 연락도 않고 오셨으니까 저를 못 만났지. 그래서 고맙다고 식사 한 번 모셨어요. 그랬더니 이분이 우리 부부를 삼성동 자택으로 초청했어요. 허허. 그래서 같이 가서 식사하고. 2007년 대선 경선에 나오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돕겠다고 했죠. 우리 집엔 두 번 왔어요. 저는 정치인 중에 재산 꼴찌입니다. 땅 한 평 없는 사람이고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지만 모두 정치행위에 쓴 거지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어요. 아마 이런 점 때문에 이분이 저와 함께했다고 봐요. 상도동 우리 집 살림살이까지 다 봤으니까. ‘30년 된 아파트에서 이렇게 허름하게 사나’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명박 정권 초기) 박근혜 후보 도왔다고 공천 학살이 벌어졌잖아요. 제가 총대 메 친박연대 만들었죠. 그런데 본선에서 박근혜 바람이 불었죠. 김무성도 공천 탈락했다 박근혜 바람으로 된 거잖아요. 이런 인연인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후보로 지명했으나 ‘전관예우 16억’ 논란으로 안 후보는 자진사퇴했다. 문창극 씨를 다시 총리후보로 지명한 뒤엔 문씨가 일본의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에 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상황은 어떠하다고 보나요?

    “간접적으로 들었는데 후보를 못 구하겠다고 해요. 조사해보면 조금씩 문제가 있고, 법조인이라서 안 되고, 관피아라서 안 되고, 아니면 본인이 고사하고. 세상 살다보면 흠이 없을 수 없는데 청문회에서 신상을 그렇게 하면…. 대통령으로선 진용이 안 갖춰지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하루가 시급한데.”

    ▼ 새누리당 경선을 보면, 대선 후보 경선도 그렇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그렇고 네거티브가 심한 것 같아요. 이번 당 대표 경선도 이런 전통을 따르지 않을까 예상되기도 하는데요. 당사자로서 어떤 기분인가요.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반추해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나를 겨냥한 것으로 생각은 않지만, 다들 자신을 되돌아봐야죠. 한 점 도덕적 의혹도 없는지 말입니다. 배신이냐 의리냐, 전 괴로워요. 저 양반(김무성 의원)이 자기 겨냥한 것으로 생각해 기분 나빠할 거고. 이 때문에 경선 참여, 무지무지하게 고민했어요. 당 대표가 된들 제게 무슨 큰 이득이 있겠습니까.”

    ▼ 그래도 많은 정치인이 당 대표를 꿈꾸는데요.

    “전 이미 해봤고요. 대표 끝나면 유권자의 지지율이 절반으로 떨어져요. 야당이 상처 내고 언론이 상처 내니까. 본전도 못 찾는 자리고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자리예요. (장탄식하며) 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과거 잘못된 부분 사과합니다. 이런 반성 속에서 새 출발하겠다는, 봉사하겠다는. 이런 자세로 임하려 합니다. 결심하기까지 몇 개월 걸렸어요. 박근혜 정부 5년이 잘 가야 국민이 편안해집니다. 거기에 제가 보탬이 되려는 거지 그 외엔 없어요.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가 정성을 다했던 분이니까 계속 정성을 다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이 생각 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옛날처럼 공천권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도 야마 잘 잡아야”

    ▼ ‘서 의원께선 75세로 당 대표직을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당내에 있더라고요. 또 일부는 ‘당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당 대표가 낫다’고도 주장하는데요.

    “정치는요, 야당이 제일 중요해요. 큰 이슈가 있을 때 만나서 상의도 하고 그렇게 해야 일이 돼요. 이미지 관리나 하고 멀뚱히 앉아 있으면 아무 일도 안 돼요.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야죠. 성과를 내려면 열정과 경험이 있어야 해요.

    당에 있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서청원만큼 열정적인 사람 없다’고 말할 거예요. 정치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 24시간 생각해요. 지금도 12시 마감뉴스 보고 잡니다. 옛날 가판신문 보듯이. ‘이런 사건이 났네. 그러면 나는 내일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이렇게 항상 준비하죠.

    제가 정치를 잘 배웠다는 건, 초선 때부터 당직을 많이 맡은 데에서 드러나요. 정조위원장, 비서실장, 대변인, 부총무 이런 걸 두루 했어요. 높은 분들 말씀하실 때 뒤에 앉아 그냥 보고 듣는 거죠. 그런데 그 거목들이 말하는 이런 흐름을 경험한 게 정말 컸어요. 제가 나중에 사무총장, 원내총무, 장관, 당 대표할 때 소중한 밑천이 됐어요.

    지금 정치도 그 패턴에서 별로 안 바뀌었어요. 저는 회의 오래 안 해요. ‘어떻게 할지 이야기들 한번 해보소’ 이렇게 말하고 경청해요. 저 문제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수순이 보여요. 그대로 ‘다다다다’. 거의 틀림이 없어요. 그럼 끝. 이외 중요한 능력이 하나 더 있는데 언론을 잘 안다는 점이죠. 기자 출신이어서 ‘야마’를 잘 잡아내지 않습니까.”

    서 의원과 기자는 함께 웃었다.

    “그게 큰 자산이요. 기자 출신들은 핵심을 바로 알아내죠. 아무리 방대한 내용도 쭉 한 번 보고는 ‘오케이, 그럼 이렇게, 이렇게 정리합시다’라고 해요. 나중에 보면 판단이 정확해요. 언론이든 정치든 행정이든 경영이든 뭐든지 주제, 방향 잘 잡는 게 가장 중요해요. 야마 잡는 거, 안 해 본 사람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그렇죠.

    “아니, 리드(기사의 맨 첫 문장)가 한 줄 나와야 원고지 열 장을 쓰든지 말든지 하지. 리드 안 나오면 글자 한 자 못 쓰고 한 시간이 그냥 가요. 예를 들면, ‘평양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멋들어진 리드가 나오면 이후론 일사천리로 10분 만에 다 쓰지. 제가 기자 할 때 그 첫마디가 안 떠올라 담배 피우고 또 피우고. 그러다 담배 배웠지.”

    서 의원은 “우리 땐 편집국 들어가면 늘 연기가 자욱했거든요. 요즘은 완전 금연이고 딴 세상이 됐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0대 기자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 듯 그의 눈가와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