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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교통사고 급증 서울 중앙버스차로

  • 김슬기라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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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과속 방지 벨 울리고

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강남대로 일대 중앙버스차로 정류장과 가로변 정류장은 21곳에 이른다.

2010년 9월 발생한 버스·오토바이 충돌 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삼일대로의 청계2가 사거리의 남쪽 차로(삼일대로) 직진 신호등에 노란불, 이어서 빨간불이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동쪽 차로(청계천로)의 직진 신호에 파란색 등이 켜진다. 청계천로에서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 두 대가 순발력 있게 출발한다. 순간, 광역버스 한 대가 삼일대로에서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사거리를 향해 달린다. 버스는 오토바이 두 대 중 한 대를 날려버리고 나서야 멈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중앙버스차로는 버스의 평균 운행속도를 많이 올렸다. 도봉·미아로에서는 평균 속도가 시속 9.0km(81.8% 증가율) 향상됐다. 속도가 높을수록 제어력은 떨어진다. 서울시 버스의 70% 이상(2012.12 기준)을 차지하는 고상버스는 바퀴를 잡는 마찰력으로만 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에 제동거리가 길다. 수도권과 도심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중에는 대형 리무진버스도 많아 더 심각하다. 일산과 서울역을 오가는 1000번 버스 운전기사 강모 씨는 “승객들이 차면 브레이크를 꽉 밟아도 안전거리 이상으로 한참 밀려나간다”고 말했다. 게다가 광역버스는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악명이 높다. 급행버스는 먼 거리를 잇다보니 기사도 승객도 속도를 즐기는 경향이다.

5월 28일 오후 10시경 광화문에서 일산으로 가는 광역 급행버스를 탔다. 수색·성산로를 달리는 이 버스는 대부분의 정류장을 지나쳤으며 추월차로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세브란스병원 앞 정류장에서 정차한 다른 버스를 피해 추월차로로 핸들을 틀었다. 큰 몸집을 추월차로 안에 온전히 가두지 못했다. 연세대 앞을 지난 뒤 더 한산한 곳을 골라 중앙버스전용차로, 추월차로, 일반차로를 넘나들었다. 사람이 없으면 빨간불을 무시하고 그대로 횡단보도를 달렸다. 시속 72km를 넘으면 삐-소리가 나는 과속 방지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버스는 영락없는 초대형 구급차다. 곡예운전이 따로 없었다.

서울시내 노선버스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5월 24일 토요일 오후 2시경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진 강남대로. 402번 버스는 신호가 두 번째 바뀔 때까지 신논현역 중앙버스정류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세 번째로 파란불 신호를 받고 막 횡단보도를 건넌 승객들까지 태우고 나서야 겨우 정류장을 탈출했다.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사거리 빨간불을 무시하고 논현역 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다음 날인 25일 일요일 저녁 7시 반경 노량진로 중앙버스차로. 대방역 방향 노량진수산시장 중앙버스정류장은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졌음에도 막 승객들을 태운 150번 버스가 나 몰라라 하며 횡단보도를 지나쳐 이곳을 건너려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듯 중앙버스차로는 버스기사들의 해방구 같다. 과속과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한다. 시는 이를 막기 위해 일부 노면을 돌로 포장했고 중앙버스차로 전용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곳을 운전하면서 사정을 훤히 꿰고 있다. 이런 예방 조치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뒤죽박죽 체계…뒤엉킨 차량들

신반포로 중앙버스차로의 도봉산 방향으로 가는 142번은 고속터미널 경부선 정류장(가로변)을 지난 뒤 반포역 정류장(중앙)에 갔다가 다시 영동사거리 정류장(가로변)으로 붙어야 한다. 지난 5월 25일 오후 6시경 신반포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는데 여기엔 중앙과 가로변을 오가는 버스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142번 버스기사 김모(54) 씨는 “계속 차선을 바꿔야 하는데 끼어들기 힘들다”며 “접촉사고도 많이 냈다”고 했다.

특히 중앙버스차로가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서 버스 기사들은 안간힘을 쓴다. 가로변 버스정류장에서 중앙버스정류장으로, 중앙버스정류장에서 가로변 버스정류장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아슬아슬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144번 버스기사 정모(47) 씨는 “중앙버스차로가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곳에서 버스들이 줄줄이 차선을 바꾼다. 까딱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고 했다.

일반 차량은 중앙버스차로에서 불법 유턴·좌회전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미아로를 담당하는 강북경찰서 교통안전계 김만수 경사는 “운전자들이 중앙버스차로 사거리 좌회전 신호에 유턴을 하면서 전용차로를 통과하다가 사고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와 같이 교통량이 많은 곳은 중앙버스차로가 있더라도 좌회전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중앙버스차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던 버스가 미처 교차로에 서지 못하고 좌회전하는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승용차의 앞뒤에는 보닛과 트렁크가 있어 충격을 흡수하지만 측면은 취약하다. 승용차가 좌회전 중 버스에 옆구리를 받히면 운전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교통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중앙버스차로를 설치해 오히려 교통 혼잡을 부채질하는 경우도 있다. 경인로에서 차량 통행량이 많은 영등포로터리~영등포삼거리 구간은 중앙버스정류장과 가로변버스정류장이 동시에 들어서면서 더 혼란스러워졌다. 근처에 직장이 있어 이곳을 자주 지난다는 최모(36) 씨는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왜 이런 곳에 정류장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5월 25일 오후 8시경 6513번 버스가 문래동 방향으로 가는 영등포역 중앙버스정류장에 그려진 정지선을 넘어 멈추는 바람에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경인로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진로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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