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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박근혜 정부의 ‘위태로운’ 통일외교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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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안전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매우 당황했다. 사고 발생 당시 국가안보실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군, 해양경찰청 등이 각기 따로 놀아 희생을 키웠다. 외교에도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외교의 대상은 광범위하다. 농산물 무역외교, 경제외교, 범죄인 인도 외교, 마약 등 국제범죄 수사에 협조하는 외교, 비자 면제를 위한 외교, 스포츠 외교, 동맹과 군사외교 등….

따라서 외교부가 있어도, 외교의 꽃은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원수의 정상외교가 된다. 이렇게 많은 외교 가운데 핵심을 꼽으라면 동맹과 협조관계를 확대하는 안보외교다. 우리는 분단국가이기에 통일외교를 추가하는데, 지금은 통일이 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시진핑, 아베, 푸틴 사진도 걸어라

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을 뒀다. 외교안보수석은 외교·국방·통일비서관을 두고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하는 일을 종합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더 크게 안보를 다루고 있어 충돌이 일어난다.

국정원의 해외차장은 외교부 장관 이상으로 정상회담에 애를 쓴다. 국정원 해외파트가 음지에서 정리한 다음에 외교부가 마무리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국정원의 북한차장은 통일부 장관보다 더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쓴다. 국정원은 국방만 국방부보다 덜 터치할 뿐,전 안보 분야 전반을 관리한다.



따라서 국정원장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가운데 누가 실질적인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인지가 문제가 된다. 외교안보수석실은 손발이 없어 각 부처에 부탁을 해야 하지만, 국정원은 막강한 조직이 있는 데다 원장이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기에,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라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 정부는 이를 정리하지 않고 지내왔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정리했다.

대통령 밑에 국가안보실장을 만들고, 외교안보수석이 국가안보실의 2차장을 겸하게 했다. 그리고 국가안보실장이 국정원장과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외교안보수석, 그리고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위원으로 들어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상임위원장을 맡게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로 만들었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씨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김 실장은 지휘관을 할 때마다 집무실에 상대해야 할 적장(敵將) 사진을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육군 3군사령관 시절에는 대적한 인민군 2군단장 김격식 사진을,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할 때는 김정일과 장성택,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사진을 걸어놓고 노려봤다. 그는 “적장의 생각을 읽기 위해선 항상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는 지론을 가졌다.

국가안보실장이 된 다음 그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사진을 걸어놓았다. 그에 대해 노태우 정부에서 북방외교를 펼쳤던 한 원로는 “외교안보를 총 책임진 이의 시야가 왜 그렇게 좁으냐”고 일갈했다.

“국가안보실장은 확대된 국방부 장관 자리가 아니다. 그가 후배이자 좋은 관계에 있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데리고 국방만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안보실장은 외교와 통일 정보까지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니, 그는 김정은-황병서 사진만 걸어놓지 말고, 시진핑-아베-오바마-푸틴 사진도 같이 걸어놓고 노려보아야 한다.

전임자인 김장수 안보실장이 ‘안전은 소관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물러난 것도 직시해야 한다. 안보는 안전보다 더 큰 개념이니 김관진 실장은 폭넓은 사고를 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눈에 보이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伐兵, 攻城)보다는, 적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伐交) 적의 전략을 무력화(伐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일을 하고 싶다면 그는 북한군과 싸워서 이기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대(對)4강 외교에 진력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핵개발과 도발에 집중된 북한의 전략을 무너뜨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盧의 자주외교 vs 朴의 통일외교

많은 사람이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를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와 비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과 합의해 통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 북한에 적대적인 미국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북한은, 노 정부가 만들어준 틈을 이용해 보란 듯이 대포동 2호를 실험발사하고 지금도 문제가 되는 무더기 미사일 발사를 하기 시작했다(2006년 7월 5일). 1차 핵실험도 강행했다(2006년 10월 9일).

그 탓에 한미관계가 삐걱거려 자주외교는 실패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한국을 좌절시키는 미국의 힘이다. 박 정부의 통일외교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무너뜨려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중은 물론이고 일-중관계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 대한 접근을 강화해 미국의 의심을 산다. 일본은 대놓고 반한(反韓) 정서를 노골화한다.

통일한국, 中 영향권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미국을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왜그 더 도그가 되겠느냐” “외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미국의 의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미관계는 1882년 조선과 미국이 체결한 수호통상조약부터 따지면 130여 년, 광복 후 미군정을 받게 된 1945년부터 보면 7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중관계는 한(漢)나라가 위만조선을 침공해 한4군을 세운 서기전 108년부터만 따져도 그 역사가 2100년이 넘는다. 지금 한중 간의 교역액은 한미, 한일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통일한국이 중국의 세력권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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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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