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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겉만 훑고 수강생은 말문 닫고”

대학 영어강의 논란

  • 최지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이재원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교수는 겉만 훑고 수강생은 말문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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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한두 명만 교수와 소통”

응답자의 37%는 “나의 영어 강의 이해도가 한국어 강의 이해도보다 떨어진다”고 답했다. 42%는 “영어로 시험 답안이나 과제를 작성하는 게 부담이 됐다”고 했다. 56%는 “교수가 영어 강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은 한국어 강의에 비해 영어 강의에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지식이 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모(21·Y대 심리학과) 씨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이해도가 영어 강의에서 더딘 편이다. 그렇지만 교수는 딱 강의만 할 뿐이다. 보충 자료를 올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강모(24· H대 경영학과) 씨는 “지난 해 들은 영어 강의는 교수가 강의시간엔 영어로 강의하되 강의 직후 5분간 희망자들에 한해 한국어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줬다. 이런 방법이 인기가 있었다. 학기말이 될수록 희망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영의 강의에서 ‘이해도 저하’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점은 ‘참여도 저하’였다. 응답자의 49%는 “영어 강의에서는 수강생의 질문, 토론, 발표가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답했다. 박모(23· E대 경영학과) 씨는 “내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해 질의시간에 가만히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강생의 영어 실력 차이가 학점 차이로 그대로 이어진다. 발표나 과제 때 영어실력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영어 강의를 안 들으려 한다”고 했다.



대면 인터뷰에 응한 상당수 응답자는 “영어 강의에선 수강생 30~80여 명 중 한두 명만 교수와 제대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의 증가로 꼭 익혀야 할 전공 지식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들은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대부분 영어 강의라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모(22·Y대) 씨는 “전공 필수 수업이 영어로만 개설돼 불편하다. 완전하게 이해해 기초를 다져야 하는 수업이 전공 필수 수업인데 영어로 진행되니 그러지 못한다. 전공 필수 수업은 한국어로도 개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영어 실력이 과거에 비해 향상됐지만 아직 상당수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기엔 능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학생들의 평균적 영어 능력과 영어 강좌 증가 간에 괴리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온 마리아 스트라우코프(20) 씨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어로 된 강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의 딜레마

그러나 외국인 교환학생·유학생 중 다수는 서울지역 대학들의 영어 수준에 대해 “영어가 비공용어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인 교환학생 마리아(20·K대 경영대) 씨는 “한국이 영어 공용어 국가가 아님에도 상당수 영어 강의는 수강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78%는 “영어강의 수준이 높고 영어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음은 중국인 유학생 장모(22·K대 미디어학부) 씨의 말이다.

“한국어 강의와 영어 강의 중 영어 강의의 이해도가 훨씬 높다. 한국어 강의에선 과제를 할 때마다 힘들었고,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지 못해 좋은 점수를 받지못 했다. 그래서 영어 강의 위주로 수업을 듣는다. 단어 뜻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아도 전체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돼 얻는 것도 더 많아졌다.”

영어 강의 확충이 재학생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강모(24·H대학 경영학과) 씨는 2014년도 1학기 전공 강의 중 한 과목을 영어 강의로 들었다. 한 학기 동안 강씨는 영어로 과제물을 네 번 냈고 수업 중 한 번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를 위해 밤늦게까지 어휘와 문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발음 연습도 했다고 한다. 강씨는 “영어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어 토익 스피킹 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모(22·Y대 응용통계학과) 씨는 “학술논문 같은 추가 자료는 대부분 영어로 돼 있다. 전공 수업을 영어로 들어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모(23·S대 수학과) 씨도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영어로도 자신의 전공을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대학 영어 강의. 분명 문제점이 많고, 상당수 학생이 학업에서 비효율과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영어 강의가 거의 없던 과거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대학 평가에 목매는 관행 △영어를 아주 잘하지도 영 못하지도 않는 현실 △언어적 주체성이 국제화 논리에 지속적으로 밀리는 풍토가 낳은 한국 대학사회의 딜레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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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이재원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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