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치매 예방에서 재해 대응까지 세상 바꿀 ‘서비스 혁명’ 총아

진화하는 지능형 로봇

  • 김태진 |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tj.kim@kt.com

    입력2014-09-17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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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0년간 지능형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을 주축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료, 물류, 가정 등 서비스 영역에서 지능형 로봇의 수요가 급증하며 로봇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능형 로봇은 서비스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의 일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치매 예방에서 재해 대응까지 세상 바꿀 ‘서비스 혁명’ 총아

    지능형로봇기업 유진로봇이 개발한 외국어 교육용 로봇 ‘로보샘’.

    1959년, 미국의 유니메이션(Unimation)사는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1961년 GM 공장에서 뜨거운 주조 금속을 배열하고 적재하는 작업에 사용됐다. 이후 산업용 로봇은 용접 도장 포장 같은 공장에서의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등 대량생산에 크게 기여했고 이를 통해 로봇 시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87억 달러 규모로 전체 로봇 시장의 65.2%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며, 이 부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012년 기준 46억 달러 규모로 전체 로봇 시장의 34.8%를 차지하는 서비스용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장점인 반복 작업과 정교한 컨트롤 능력에 서비스 영역을 접목했다.

    2003년 신장과 전립선 수술용으로 개발된 ‘다빈치’는 최소한의 절개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으로 현재까지 60만 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마존이 지난해 인수한 키바 시스템스(Kiva Systems)의 물류관리 로봇을 실제 물류센터에 적용하면 연간 최대 9억16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 서비스 영역뿐 아니라 로봇 청소기, 애완용 로봇 등 가정이나 개인 영역에서의 로봇 수요 또한 확대된다. 시장조사기관 GFK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가정용 로봇 청소기는 13만 대가 팔려 전년 대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윈터그린리서치는 글로벌 로봇 청소기 시장이 2015년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프트웨어 개방 시대



    최근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방해 자신들의 개발 성과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이로 인해 타 업체의 하드웨어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거나, 로봇은 외형만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는 공유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증가한다.

    유럽연합(EU)이 개발한 로보어스(Roboearth)는 로봇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클라우드 저장 공간’으로, 한 로봇이 경험한 일을 별도의 프로그래밍 없이 다른 로봇도 학습할 수 있다. 아미고(Amigo)라는 로봇은 이 프로그램을 통한 시연에 성공했다. 병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먼저 병실을 둘러본 다른 로봇이 올린 정보를 다운로드한 후 길을 찾아가 환자에게 우유를 가져다준 것.

    구글이 투자한 윌로우 개러지(Willow Garage)사는 클라우드 로봇 ‘PR2’를 개발해 전 세계 대학에 20여 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기술을 공유하게 했다. 독일 뮌헨대는 이 로봇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쳤고 미국 버클리대는 수건 개는 법을 가르쳤다. PR2는 이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유하면서 두 가지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밖에 로보틱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OSRF(Open Source Robotics Foundation)는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용 오픈소스와 시뮬레이터 등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로봇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국내 로봇 시장 25조 원 예상

    치매 예방에서 재해 대응까지 세상 바꿀 ‘서비스 혁명’ 총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로봇 사원 ‘티로’가 고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티로’는 70여 가지 얼굴과 감정 표현이 가능하며 두 개의 바퀴로 매장을 이동하며 음성과 가슴 부위의 LCD모니터를 이용해 안내한다.



    과거의 로봇 산업은 한 업체가 디자인 설계부터 프로그래밍, 하드웨어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담하는 수직 통합형이자 폐쇄형 구조라서 제작비용이 막대했고 응용 프로그램 개발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로봇 기술이 개방되고 오픈 프로젝트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하면서, 연구비가 절감되고 개발 기간이 줄어들었다. 이는 로봇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많은 국가가 서비스용 로봇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려는 정책을 편다. 로봇 산업의 최강국인 미국은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1년부터 6억 달러 규모의 ‘첨단제조업 파트너십(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국방부와 NASA, 과학재단(NSF) 주도로 실용성 높은 전문 서비스 로봇 개발에 집중한다.

    제조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강국인 일본은 산업용 로봇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인용 서비스 로봇 육성에 투자 중이다. EU는 회원국 간에 로봇 요소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하며, 의료복지를 위한 서비스 로봇과 중소 제조업을 활성화할 중소기업용 로봇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2014년부터 연구혁신 프로그램 ‘Horizon 2020’을 통해 ‘국민의 지속 가능 복지를 위한 로봇동반자(RoboCom)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지식경제부가 2022년까지 국내 로봇 시장을 25조 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로봇 미래전략’을 발표했고,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로봇을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9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업종을 불문하고 서비스 로봇 사업 투자에 열을 올린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로봇 업체인 키바 시스템스를 인수했고 무인 항공로봇을 기반으로 한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를 2015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 로봇 서비스 개발도구 ‘로보틱스 스튜디오(Robotics Studio)’를 출시하며 일찌감치 로봇 소프트웨어 생태계 선점에 집중한다.

    자동차 기업 혼다는 1986년부터 인공지능 연구에 투자해왔다. 2000년 선을 보인 2족 보행 로봇 아시모(Asimo)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을 적용한 감성 로봇 페퍼(Pepper)를 6월에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로봇 사업에 투자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지난해 12월 구글은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스카프트(Schaft)사를 시작으로 7개의 로봇 업체를 인수해 주목받았다. 구글이 인수한 업체들은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군사용 로봇, 로봇 팔, 로봇용 바퀴 등 분야별로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

    구글의 적극적 로봇 사업 투자

    치매 예방에서 재해 대응까지 세상 바꿀 ‘서비스 혁명’ 총아

    2013년 11월 29일 대전 카이스트(KAIST)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서비스 로봇 ‘휴보’를 관찰.

    구글의 로봇 기업 인수는 OS 확장 전략의 연장으로 풀이된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로봇 하드웨어들을 통합하고 기존 플랫폼과 연동되는 로봇 OS를 출시한다면 구글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앱 개발자들은 여러 플랫폼을 엮은 융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의 통합 플랫폼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구글 플레이의 앱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져 앱 판매 수수료와 광고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기술력의 확보로 무인 배송, 물류와 같은 신사업도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구글은 2012년 구글 쇼핑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상업 시장에 뛰어든 이후, 로봇을 활용한 물류 관리 시스템으로 차별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3차원 비전 인식을 통해 박스를 정리하고 적재하는 로봇 팔 제작 업체 ‘인더스트리얼 퍼셉션(Industrial Perception)사’를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를 24시간 물류 운송 시스템에 활용하거나 인터넷 음영지역에 무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에 로봇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열기구를 하늘에 띄우는 기존 방식은 갑작스러운 풍향의 변화와 같은 변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구글이 얼마 전 태양광을 이용한 무인항공기 ‘드론’ 제작업체 티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를 인수한 것은 열기구 대신 통제가 쉬운 드론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의료, 물류, 공공, 재난…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에 따라 성능에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로봇에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일례로 2013년 미 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기획한 세계 로봇 경진대회인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는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출전한 팀들에게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아트라스(ATLAS)’가 제공됐다. 그런데 같은 로봇 하드웨어였음에도 소프트웨어의 성능에 따라 높게는 2위부터 낮게는 12위까지, 최종 순위에서 큰 편차가 발생했다. 향후 개방형 로봇 기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활발해지면 로봇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며 로봇 산업의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로봇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일반 가정에서 구매하기에는 여전히 고가이며, 안전성 검증과 같은 규제 장벽도 높다. 따라서 당분간 서비스 로봇은 B2C용으로 판매되기보다는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한 기업들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 물류운송, 공공, 재난 대응 등은 로봇의 힘을 크게 빌릴 수 있는 영역이다.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사’는 도심지역, 주차장에서의 의심 차량 감시 및 순찰 로봇 ‘K5’를 개발해 2015년 상용화를 앞뒀다. 또한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사고 발생 원전에 미국 아이로봇(iRobot)사의 ‘팩봇(Packbot)’, 일본 미쓰이사의 ‘모니 로보(Moni-Robo)’ 등 재해 대비 로봇들이 투입돼 원전 내부를 촬영하고 방사선 양을 측정하는 등 역할을 수행했다.

    로봇 시장이 ‘오픈 플랫폼화’하면 다른 종류의 로봇끼리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하거나, 같은 로봇이라도 다양한 주문생산(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비단 로봇 산업뿐 아니라 모바일,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타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어 산업 간 경계를 초월한 융합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개방과 융합형 구조는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와 매우 닮은 모습으로, 구글과 같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개방형 OS, 앱마켓 등의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뛰어난 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제조용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국내 제조용 로봇의 생산 비중은 전체 로봇 생산 규모의 76.4%이고, 부품 산업을 제외하면 85%에 달한다. 다가올 서비스 로봇 대중화 시대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비스용 로봇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치매 예방에서 재해 대응까지 세상 바꿀 ‘서비스 혁명’ 총아
    국내 로봇 산업의 현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업체 육성이 시급하다. 이러한 추세라면 로봇 시장도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해외 IT기업들에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통해 엿볼 수 있듯, 오픈 생태계에서는 기기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적인 글로벌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시장을 리드하기 어렵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국내의 전체 로봇 기업 402개사 중 중소기업이 371개(92.3%), 중견기업이 18개(4.5%), 대기업이 13개(3.2%)로, 국내 로봇 산업은 중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들이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착하거나 장기적인 미래 산업에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미래에 대비하는 구글의 적극적인 투자 모델을 본받아야 한다. 실력 있는 로봇 스타트업(Start-up)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거나 관련 회사들을 지원해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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