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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24시

밤마다 편의점 출몰 외국인 ‘붕대족’ 성형수술에 싹쓸이 쇼핑까지

  • 김지영 │여성동아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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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의료관광이 급성장했다. 지난 5년간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63만 명, 이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1조 원에 달한다.
  • 성형 수술의 메카인 서울 강남과 쇼핑의 거리 명동, 광화문과 시청 일대는 반창고를 붙인 외국인으로 종일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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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 압구정역 인근 편의점에는 밤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성형수술 부위에 붕대를 감고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외국인들이 먹을거리를 사러 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이곳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박기영(21) 씨는 “주변에 성형외과가 많아선지 밤에 오는 ‘붕대족’이 하루 20~30명은 될 것”이라며 “얼굴 주위에 붕대를 친친 감고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을 처음 봤을 땐 귀신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하도 봐서 덤덤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은 음료와 스낵. 종류가 다양한 컵라면과 삼각김밥도 인기라고 한다.

날씨가 후텁지근하던 지난 7월 오후 강남 신사역 부근에서 만난 크리스티아 와띠(47·여) 씨는 근처 편의점 단골이다. 6월 26일 인도네시아 제2의 수도 수라바야에서 성형관광차 한국에 온 와띠 씨는 편의점에 매일 가다시피 한다. 그가 좋아하는 메뉴는 전자레인지에 3분간 데워 먹는 즉석 죽. 그는 “호박죽과 흑임자죽, 참치죽 등 종류별로 다 먹어봤다”며 “저녁식사가 부담스럽거나 한밤중 출출할 때 편의점에 들러 죽을 먹는다”고 했다.

와띠 씨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모두 성형수술이 목적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처음 방문한 지난해 5월에는 서울에서 2주간 머물며 쌍꺼풀과 코 수술, 얼굴의 피부주름을 당겨 올리는 리프팅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가 만족스러워 지난해 10월 한국을 다시 찾아 복부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대퇴부지방흡입수술과 턱에 실리콘을 넣어 보정하는 수술을 받고, 속눈썹도 심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그의 직업은 세무사. 2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의 고객들은 성형수술 후 자신감이 넘치는 그를 믿고 더 많은 일거리를 맡긴다고 한다. 그는 수술 전 스마트폰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못생긴 사람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형수술을 받고 나서 살도 빠지고 몸매가 살아났다. 열 살은 어려 보인다고들 한다.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 딸아이와 주변 친구들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게 꿈이 됐다.”

숙박은 알뜰, 쇼핑은 화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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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 와띠 씨가 성형수술 전 사진과 수술 후 바뀔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보여줬다.

이번 방문에는 그의 친구 12명이 동행했다. 이들 모두 그와 같은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 상담과 예약 접수는 이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했다. 와띠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상담과 수술 날짜를 잡았다.

병원 홈페이지는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일본어, 몽골어, 베트남어, 타이어, 인도네시아어까지 8개국 언어로 돼 있다. 인도네시아어라고 적힌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모든 글씨가 인도네시아어로 바뀌며 “궁금한 사항은 실시간 답변해드립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창이 한가운데서 깜박였다. 해외에서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현지어로 실시간 궁금증을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환자유치등록업체(이하 등록업체)의 도움 없이도 공항 픽업, 호텔 예약, 통역까지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와띠 씨는 6월 27일 수술하고 나서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이 병원 입원실에서 1주일을 보냈다. 그가 친구들과 묵은 병원 입원실을 둘러보러 갔다. 지하철역 출구를 빠져나와 그가 안내한 곳은 1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모 성형외과. 먼저 건물 2층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로비에 들렀다. 로비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휴게실에는 나이가 지극한 중국 여성 4명이 소파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소파 맞은편 모니터에서 방송하는 외국인들의 성형 전후 영상을 보며 중국어로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이들 중 한 명이 중국 상담실장을 따라 상담실로 들어갔다.

와띠 씨를 돕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백모(26) 씨가 나타났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인도네시아 해외상담실장이라고 씌어 있었다. 와띠 씨가 묵은 입원실은 13층에 자리했다. 백 실장은 “13층과 14층 입원실은 환자가 원할 경우 1주일간 무상 제공한다”며 “외국인 환자의 편의를 위해 병원 근처에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레지던스 시설을 뒀다”고 귀띔했다.

병원 입원실은 2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했다. 와띠 씨는 친구 닐리(42) 씨와 함께 2인실에서 지냈다. 두 사람은 수술 받은 이튿날부터 오전 6~7시에 일어나 근처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고 강남과 동대문, 명동 일대를 다니며 한국산 의류와 화장품, 인삼 등을 샀다. 한 번 쇼핑할 때마다 한 보따리여서 숙소를 나설 때 들고 나온 빈 캐리어를 가득 채워 돌아왔다는 두 사람이 지난 1주일간 쇼핑에 쓴 돈은 각각 1000여만 원에 달한다. 와띠 씨는 “한국 제품이 성형수술만큼이나 우수해 마취만 깨면 쇼핑하러 간다.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고 있어도, 피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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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여성동아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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