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의원 보좌진-기업 대관(對官) 담당의 ‘위험한 동거’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4-09-18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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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좌관→기업 대관 담당’ 이직(移職) 바람
    • 신세대 보좌진, 술자리·골프 접대 당연시
    • 막강 입법권으로 대기업·공기업에 특혜 의혹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4000여 명이 상주 근무한다. 300명의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사무처·도서관·용역업체 직원, 경비경찰, 출입기자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다 그들과 ‘한 식구’로 통하는 ‘플러스알파 외부인’을 더해야 한다. 행정부처, 공기업, 대기업, 각종 협회에서 국회에 파견한 이른바 대관(對官) 담당 임·직원(이하 대관 담당)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대관업무팀(CR·Corporate Relation)’ 또는 ‘국회 연락관’이라고 한다.

    대관 담당 수는 사안이 생길 때 국회에 들르는 비(非)상주 인원까지 합치면 수백 명에 달한다. 행정부와 산하기관, 공기업은 대부분 대관업무팀을 운영한다. 물론 경찰에서도 여러 명을 파견한다. 삼성·현대자동차·LG 등 상당수 대기업도 본사나 계열사별로 여러 명의 연락관을 파견해 국회 동향을 살핀다. 국회 경제정책 입안에 민감한 시중은행도 2명 정도씩의 국회 연락관을 둔다.

    대관 담당 파견을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특히 국회의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받는 각 행정부처로선 국회 담당 직원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의 국회 담당자다. 이들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對)국회 로비 창구 노릇을 한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이들의 근원적 존재 이유는 국회에 잘 보여서 소속 회사에 피해가 최소화되게, 혹은 이익이 최대화되게 국회를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은 더러 의원도 상대하지만 주로 의원 보좌진을 접촉한다. 그런데 최근엔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 간 친밀함이 지나쳐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바뀌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의 달라진 최근 풍속도를 살펴봤다.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국연



    국회가 열릴 때마다 본청과 의원회관(의원 300명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연락관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이 시기에 의원 보좌진은 의원실로 찾아오는 민원인과 기자 못지않게 연락관과 자주 만난다. 일부 연락관은 무턱대고 찾아와 보좌진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보좌진과 연락관은 전통적으로 갑을 관계다. 아무래도 연락관이 의원실에 ‘부탁’할 일이 많다. 연락관은 이렇게 보좌진과 업무적으로 부딪치면서 부단히 인간적 친분을 쌓아두려 한다. 또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국연’을 동원해 보좌진을 엮어두려 한다. 국연은 국회 내 지인을 통한 인연으로서, 예를 들어 연락관은 어떤 보좌관과 가까이 지내려 할 때 그 보좌관과 친한 선배 보좌관을 동원해 셋이서 함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 연락관은 보좌진이 혹할 만한 정치 정보를 구해다 주며 이들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연락관은 보좌진에게 밥과 술을 수시로 산다. 복수의 보좌관에 따르면, 최근 적지 않은 보좌관과 비서관이 주로 기업 쪽 대관 담당에게서 고급 술자리나 골프 등 각종 접대를 받는다고 한다. 이들 보좌진의 이름은 국회 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경력이 많은 고참 보좌관은 가급적 언행을 조심하는 편이다. 특히 골프 접대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꺼린다. 그러나 젊은 보좌진은 좀 다르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의 고참 보좌관인 A씨는 “일부 신세대 보좌관·비서관 사이에서 대관 담당의 술자리·골프 접대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 B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국회 담당은 직급에 따라 월 1000만 원 넘게 법인카드를 쓰기도 한다. 주로 접대 용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보좌관이 술자리 약속에 응해주면 회사로선 ‘땡큐’다. 창구가 생기는 거니까. 법인카드 사용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이후 의원 보좌진이 대기업과 공기업의 국회 담당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진 3명이 SK그룹 계열사로 이직했다. 박지원 의원실 C 보좌관, 이언주 의원실 D 보좌관, 배재정 의원실 E 비서관이 그들이다. 지난해엔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낸 F씨가 역시 SK 계열사로 갔다. 정가에선 오너의 구속 등 SK그룹이 외풍에 직면한 점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

    보조금 정책에 민감한 통신업체, 노선경쟁을 벌이는 항공사 등 많은 기업이 보좌진 출신을 대관 담당으로 채용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퇴직한 국회 공무원 4급 이상 831명 중 214명이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현대중공업, GS칼텍스, KT,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대기업에 취업했다. 또 120여 명은 공기업 등 국가기관에, 27명은 재단과 협회 등에 취업했다. 이들 취업자의 대부분은 의원 보좌관(4급) 출신이라고 한다.

    연봉 1억이 마지노선

    최근 3년 사이 보좌진에서 기업으로 이동이 잦은 이유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은 △국회의 파워가 청와대와 행정부 못지않게 커진 점 △경제민주화 여론 등으로 재벌에 대한 입법부의 압박이 세진 점 △야당에 대한 로비 필요성이 커진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여러 기업이 의원회관 내 인맥이 풍부한 보좌관·비서관을 임원급이나 부장급으로 스카우트한다는 것이다. 모 의원실 G 보좌관은 “기업들은 여당 의원 보좌진뿐 아니라 야당 의원 보좌진도 즐겨 스카우트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 동의 없이는 국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풍토에서 야당 의원 보좌진 출신의 활용가치도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씨는 의원 보좌진으로 있을 때 활동했던 상임위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모 기업의 대관업무팀으로 이직했다. 그는 “보좌관의 직업적 불안정성과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이 이적 사유였다”고 말했다.

    의원 보좌진은 의원이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 있다. 4급 보좌관의 연봉은 7000만 원 선이고 5급 비서관은 6000만 원 선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관 담당이 되어 부장급 정도의 대우를 받으면 연봉 1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임원급이면 훨씬 더 많아진다.

    H씨는 “의원실에선 밤낮없이 주7일 일할 때도 많다. 그러나 기업에선 주말이 보장되고 맡은 업무만 깔끔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의원실에선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지만 기업에선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벌의 입법 용병”

    보좌진은 기업 대관업무팀으로 옮길 때 대개 기업과 임금 협상을 벌인다. 모 의원실 고참 보좌관인 I씨는 “보통 연봉 1억 원을 최하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얘기를 시작한다. 일부 기업들은 보좌진을 데려가면서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주고 연봉도 많이 준다. 이런 기업들은 국회 보좌진 사회에서 호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반면 싼값에 데려가 필요할 때만 써먹고 용도 폐기하는 기업은 국회 보좌진 사회에 찍힌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없다고 한다. I씨는 특정 대기업의 이름을 대며 “이곳은 보좌진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다. 국회 사람들을 우습게 안다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보좌진을 대관 담당으로 채용한 기업은 이들이 국회 내 인맥을 활용해 기업의 민원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아무래도 후배 현역 보좌진은 보좌관 출신 기업 대관 담당의 접대 제의나 업무 협조 요청에 쉽게 이끌린다. 보좌진끼리 서로 통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최근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 사이의 벽이 모호해지고 양자가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비친다.

    보좌관 생활을 하다 공기업 국회 연락관으로 활동하는 J씨는 국회 보좌진의 대관 담당 변신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식 로비스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인맥을 활용하면서 회사에서 대우를 받는다. 회사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 윈-윈 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데, 보좌진과 대관 담당이 너무 가깝게 지내면 특정 기업의 이익에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의원 보좌관 K씨는 “나도 모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개 돈을 보고 가는데, 근시안적이다. 결국 ‘재벌의 입법 용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취재 과정에서 더 심한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 모 의원 보좌관인 L씨는 “그들을 ‘관피아’(관료+마피아) 안 부러운 ‘입법 마피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감사기관에 있다가 피감기관으로 가서 많은 돈을 받으며 그 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니 관피아, 법피아(전관예우 받는 전직 판·검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이 ‘선배, 후배’ 하며 공·사석에서 가깝게 어울리고 이런 관계가 입법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신문 ‘헝그리 뉴스’ 이경수 발행인은 “대기업과 공기업으로서는 국회 로비스트나 정보 수집원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이들 기업에 국회 퇴직 공무원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퇴직 공무원과 국회 현직 공무원이 서로 밀착해 입법 활동을 엉터리로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2014년 8월 국회 한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들.



    ‘셀프 법안’ 만들어주기

    기업 대관 담당의 국회 업무는 주로 ‘회사에 불리한 법안은 막고 유리한 법안은 올리는 일’이다. 기업으로선 법조문 하나로 엄청난 금액의 이권이 오가기도 하므로 사내에서 이들의 업무는 긴요하게 여겨진다. 한 대기업 연락관인 M씨는 “대관 담당은 어느 정도 실적을 내면 비교적 빠르게 승진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실적이란 대개 로비의 성공을 의미한다. 대관 담당으로선 법안 기초 자료를 만드는 보좌진과 친해둬야 한다. 또 관련 상임위별로 어떤 의원실이 어떤 법안을 준비하는지에 대해 보좌진으로부터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얼마든지 보좌진을 접대하려 한다.

    이렇게 보좌진과 친분을 쌓은 뒤 몇몇 기업 대관 담당은 자기가 만든 ‘셀프 법안’을 보좌진에게 넘겨준다. M씨는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업계의 경우 법안 문구에 따라 어떤 통신사가 유리해지고 다른 통신사가 불리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각 통신사의 대관 담당은 자기 회사에 유리한 법안이 왜 공익적으로 더 타당한지에 관한 ‘논리’를 열심히 개발해 해당 상임위 의원실 보좌진에게 건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M씨는 “보좌진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완성된 법안 초안을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의 입법 실력이 꽤 뛰어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위해 경제연구소나 대형 로펌에 의뢰해 법안 초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대관 담당의 또 다른 중요 국회 업무는 국정감사 대비다. 국감 대상인 공기업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 대기업 경영주도 의원들에 의해 증인으로 자주 채택된다. 국회가 좋은 일로 사람을 부르는 일은 별로 없다. 경영주가 불려나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발언에 대해 위증책임까지 져야 하는 건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수년 전부터 의원들은 국감 때 무차별 증인채택을 시도한다. 일종의 ‘기업 군기 잡기’다.

    따라서 이 일을 일선에서 맡는 대관 담당은 국감 때면 초비상이 걸린다. 9~11월이 바로 그런 시기다. 대기업 N 임원은 “회장님이 국회에 안 불려나오시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좋은 건 처음부터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총력을 기울인다”고 귀띔했다.

    이때 별것도 아닌 일로 경영주가 국회에 나오게 되면 대관 담당은 옷 벗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국회 업무 담당자가 없는 기업은 경영주가 증인으로 채택된 줄도 모르다가 갑자기 출석 통지서를 받기도 한다. 2012년 지식경제부 국감에선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의 한국 책임자인 프레스톤 드레퍼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그는 휴일 영업을 놓고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다.

    “회장님 안 불려나오시게…”

    대신 증인 채택이 불가피해 보이는 경영주를 명단에서 빼내는 데 성공하면 대관 담당은 인사에서 상당한 혜택을 누린다. 규모가 큰 모 공기업의 국회 연락관 O씨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 공기업 사장이 국회 증인채택 위기에 몰렸을 때 친분 있는 보좌진은 물론 국회 출입 기자까지 동원해 증인 명단에서 빼냈다. O씨는 “‘평소 국회 참모들을 잘 관리해야 결정적인 순간 도움을 받는다’는 철칙을 가졌다”고 말했다. 부장급이던 그는 얼마 전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또 대관 담당은 국감 기간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 목록을 준비 단계에서 재빨리 파악해야 한다. 요구 목록에서 뺄 수 있는 건 빼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목록에 들어가는 사안은 소속 기관에 미리 보고해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좌진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의원들은 보좌진의 능력을 ‘피감기관이 내놓기 싫어하는 자료를 요구해 받아낸 건수’로 평가해왔다. 따라서 보좌진도 자료 제출이 자기 실적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의원실은 민간 대기업에도 자료를 요청한다. 이때 기업은 행정기관이 아니므로 자료 제출 의무는 없지만 의원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다. 대관 담당은 보좌진과 접촉해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대기업 연락관 P씨는 “도저히 줄 수 없는 자료를 달라고 의원실에서 요청하기도 했다”며 “어렵다고 하면 ‘회사가 잘되는지 두고 보자. 지금 당신네 기업을 무너뜨릴 법안을 만든다’는 식으로 협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좌진은 평소엔 친한 사이인 듯 대해주다가도 이슈가 생기면 갑자기 ‘갑’으로 변한다. 그러니 더 가깝게 지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연락관 M씨는 “우리 회사나 경쟁사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관가·정치권 동향 정보를 보좌진에게서 얻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주량·체력도 필수

    대관 담당, 국회 연락관은 공식 명칭이 아니다. 편리상 그렇게 부를 뿐이다. 기업에서 이들은 주로 전략기획실, 대외협력실, CR실 소속이다. 이들은 사내에서 ‘엘리트’로 통한다. 어떤 조직이든 유능한 사람을 대외 창구로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사 사업에 정통해야 하고 노련한 보좌진을 설득해낼 정도의 전문성, 논리, 친화력을 갖춰야 한다. 폭탄주 술자리를 견뎌낼 주량과 체력도 필수다. 공기업과 대기업의 임원 가운데 대관 업무 경력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6월 국회·정당 협력요원(5급) 공채 공고를 냈다. 지원 자격 요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관련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 석사학위 취득 후 1년 이상 실무경력자, 6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2년 이상 실무경력자 등으로 제한했다. 국회 담당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얘기다.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2014년 9월 국회 의원회관에 의원실로 보내온 추석선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수백 명의 대관 담당이 모두 국회에 상시 출입하는 건 아니다. 소규모 조직에선 대관 업무와 다른 업무를 병행한다. 모 공기업 대관 담당 Q씨는 “국감 기간이 아닌 달엔 두세 차례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인사한다. 대기업 연락관도 마찬가지다. 보좌진을 만날 땐 주로 밖에서 식사자리를 겸해 만난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공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업무의 많은 영역이 국회와 연결되는 만큼 팀장과 팀원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입법부의 동향을 살핀다. 그러나 국회는 이들에게 사무실을 내주지 않는다. 회사와 국회를 수시로 오가거나 국회 인근 오피스텔이나 호텔 객실을 임시로 사용한다.

    대관 담당은 한번 국회 업무를 맡으면 최소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근무한다. 정치권의 속성을 파악하고 인맥을 형성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오랫동안 국회 업무를 담당해온 R씨는 12년째 이 일을 하는 모 공기업의 대외협력단장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원 보좌관에서 기업 대관 담당으로 옮긴 1세대에 해당한다.

    그는 “대관 업무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소수 인력으로 회사 경영에 직접 반영되는 사안을 국회에서 챙기니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와 국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게 노력한다. 3D 업종이라 고생은 하지만 보좌진이 진정성을 알아주고,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해줄 때는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모 의원 보좌관 S씨는 “의원이 기업과 가까운 것도 문제지만, 보좌관과 기업 대관 담당의 관계도 입법의 공공성 관점에서 깊이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사람들은 남을 비판하는 데엔 능하다. ‘입법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한 번쯤 자기 주변을 점검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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